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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피싱걸스 “록의 시대가 돌아오는 촉이 왔어요”

19.05.08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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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걸스, 사진제공|부밍엔터테인먼트

영화 ‘데드풀’ 1편을 보면 “림프 비즈킷(Limp Bizkit)이 90년대 후반 음악계에 했던 짓처럼 해주겠어”라는 대사가 나온다. 

실제 대본인지 라이언 레이놀즈의 애드립인지는 몰라도, 림프 비즈킷을 아는 사람이라면 피식 웃음을 터트릴 만한 유머다. 물론 쓴웃음에 가깝겠지만 말이다.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최고 전성기를 누린 림프 비즈킷은 록 음악에 힙합적인 요소 -와 더불어 그 외에 다양한 장르까지- 를 뒤섞은 하이브리드, 즉 ‘혼종 음악’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혼종 음악을 선보인 림프 비즈킷을 전후로 하여 세계 음악시장의 대세는 록에서 힙합으로 넘어갔다는 점이다. 

그 이후 록 음악은 ‘한물 간 음악’, ‘아재들이나 듣는 음악’ 취급을 받으며 주류 시장에서 멀어졌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락 윌 네버다이!’를 외치는 락커들도 있고, 여전히 록 키드들도 탄생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록의 시대는 다시 도래한다’고 믿고 있다. 

걸밴드 ‘피싱걸스’도 이런 록키드다. 인기 펑크록밴드가 되겠다는 일념 하에, 춥고 배고픈 시절을 견디며 음악을 만들었으며, 또 “록의 시대는 돌아온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이런 헝그리 정신과 강력한 믿음으로부터 탄생한 결과물이 바로 이들의 정규 1집 ‘Fishing Queen’이다. 

강한 마음이 통해서인지 사람들의 반응도 좋다. 물론 유명 아이돌 그룹에 비교하긴 어렵겠지만, 각종 음악방송에도 출연하고, 아이돌차트와 가온차트 랭킹 진입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 

첫 만남부터 거의 인사처럼 “우린 펑크”라고 외치던 피싱걸스의 히스토리를 들어보았다. 

▲이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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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걸스 비엔나핑거, 사진제공|부밍엔터테인먼트

Q. 팀명도 팀명인데 멤버들의 이름도 범상치 않다. 

오구구 “관객들을 낚아보자고 피싱걸스라고 했다” 

비엔나핑거 “손가락이 비엔나 소시지를 닮았다고 해서 비엔나 핑거가 됐다”

양다양다 “원래 본명이 양다예다. ‘예’발음이 어려워서 친구들이 양다라고 부르던 게 굳어졌다”

오구구 “회색 세트 트레이닝복을 입고 멤버들을 만난 적이 있는데, 비엔이 구구냐고 비둘기 옷을 입고 있다고 하더라. 그게 마음에 들어서 오구구가 됐다. 내 성이 오씨다”

비엔나핑거 “피싱걸스는 원래 내가 하던 밴드다. 그때 같이 하던 멤버들은 지방 출신이기도 하고 임신도 한 멤버도 있어서 같이 못 올라왔다. 나 혼자 서울에 와서 아는 친구들 소개로 지금 멤버들을 만났다. 내가 제발 해달라고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부탁했다” 

오구구 “원래는 다 모르던 사이다. 내가 피싱걸스에 들어가기 전에 양다가 먼저 합류했다. ‘한 번만 해보자’ 하던 게 지금까지 왔다. 하하” 

비엔나핑거 “내가 정식으로 음악을 배운 게 아니다보니 악기를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들과 같이 하고 싶었다. 의외로 그런 분들이 많이 없다. (기본기가)탄탄한 분들과 하고 싶었다” 

Q. ‘Fishing Queen’ 앨범에 대한 소개를 해달라. 무슨 생각으로 만든 앨범인가.

비엔나핑거 “앨범의 기본 애티튜드는 펑크(Punk)다. 펑크가 장르도 있지만 정신으로 접근했다. (음악만 들어서는) ‘이건 펑크록이 아닌데’라고 할 수도 있다. 장르적으로 보면 그럴 수는 있지만 정신이 펑크다. 사람들에게 어필을 해야해서 너무 장르적으로 펑크만을 고집할 수는 없었다” 

오구구 “총체적인 느낌이 밝다. 슬픈 노래가 없다. 그게 특징이다” 

비엔나핑거 “슬픈 노래가 1도 없다. 우울한 정서가 없다. 근래 앨범 중 우리가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오구구 “한 곡정도는 우울한 곡이 있을 법도 하지만 우린 그렇지 않다. 평소에 안 행복해서 그런가? 현실 도피인가? 하하”

Q. 곡은 누가 쓰나? 오직 펑크 외길 인생인가?

비엔나핑거 “곡은 내가 다 쓴다. 내가 독재한다. 음악적으로는 독재를 하고 있다” 

양다양다 “너무 독재하면 그래서 오구구한테 ‘어른이날’ 작사를 맡겼다” 

비엔나핑거 “너무 독재할 수는 없어서 얘들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게 지도를 하려한다. 기회를 조금 주려한다. 하하” 

오구구 “하하. 장난이고, 워낙 처음부터 비엔나핑거 혼자 (밴드를)꾸려왔다. 회사에서 만났을 때부터 써놓은 곡이 많았다. 앨범을 낼 때 1집은 이 친구만의 곡으로 피싱걸스의 느낌 그대로 내려고 했다” 

비엔나핑거 “곡을 쓸 때는 편곡도 어느 정도 정리는 되어 있다. 만약 내가 생각한 방향이 신나는데 발라드 드럼을 칠 수는 없지 않나. 장르적 레퍼런스를 가져다 줬을 때 찰떡같이 알아듣고 라인을 짜는 게 이 친구들이다. 탄탄한 친구들을 구하려고 한 것도 그런 이유다”

Q. 그럼 다른 멤버들은 비엔나핑거의 음악적 독재에 대한 불만은 없나?

양다양다 “불만은 없다. 불만이 있었으면 진작 나가지 않았을까?”  

오구구 “어지간하면 두 친구들이 다 잘 들어준다” 

비엔나핑거 “오구구가 또 오구오구하는 걸 좋아한다. 오구구라는 이름에 그런 뜻도 함께 들어있다”

Q. 아까 말한 ‘피싱걸스의 느낌’이란 건 무엇인가?

비엔나핑거 “피싱걸스 음악을 장르적으로 궁금해 하는데, 정통펑크가 아닌데 펑크라고 해서그런다. 그래서 요즘에는 ‘빠져든다’의 장르를 딱히 ‘피싱걸스 표 발라드’, ‘비핑락(비엔나핑거락)’이라고 한다. 앨범 자체를 비핑락이라고 한다. 건방지게 자칭하는 게 아니라 타칭이다. 같이 음악 하는 오빠들이 그렇게 얘기해주더라.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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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걸스 오구구, 사진제공|부밍엔터테인먼트

Q. 오구구와 양다는 피싱걸스에 대한 확신이 있었나?

오구구 “회사가 생기면서 확신이 들었다. 그전에는 완전 혼자 (음악을)했는데 회사에서 합주비도 내주고 서포트도 해주고 그래서 믿음이 생겼다”

Q. 금전적으로 힘들게 밴드 생활을 하고 있나?

비엔나핑거 “2013년에 ‘꺼져짜져 뿌잉뿌잉’이라는 EP를 냈다. 행사하나 하고 프로듀서에게 비용내고 행사하고 비용내고 하면서 오랜 기간 동안 만들었다. 그 이후로는 돈이 없어서 싱글 작업도 못했다. 우리 같은 인디는 싱글 한곡 녹음하려고 해도 돈이 많이 들어가서 안정적인 자리가 필요하다” 

Q. 그런 투잡도 뛰고 그러나?

비엔나핑거 “나는 수학강사를 오래했다. 그런데 그러다보니 음악이 서브가 돼서 3~4년 동안 아무 성과도 못 냈다. 그러다가 이 친구들 만나서 클럽 공연으로 활동을 조금씩 시작했고, 좋은 기회에 지금 회사를 만나서 여기까지 왔다” 

오구구 “합주비도 내기 어려웠다. 집도 멀어서 차비도 부담이었다”

비엔나핑거 “수학강사할 때는 내가 합주비랑 밥값을 다 냈다. 그러다 음악만 하려고 마음먹으니까 녹녹치 않더라. 멤버들한테 돈을 거뒀는데 정말 미안했다. 아직까지 마음에 사무치게 남았다. 그게” 

오구구 “그런데, 난 이친구를 수학강사 할 때 못 만났다. 그래서 아쉽다” 

Q. 그럼 혹시 집에서 지원 해주는 건 없나?

비엔나핑거 “부모님에게 손을 내밀기에는 어린 나이가 아니다. 이제 드려야하는 나이에 아직까지 기생해서 살고 있다” 

오구구 “좀 더 버텨보라고 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지원이다” 

비엔나핑거 “그 대신 잘되면 음원 수익료는 엄마가 가져가기로 했다” 

Q. 이번 앨범의 판매량이 상당히 잘 나온 걸로 아는데?

비엔나핑거 “믿어지지 않는 수치였다. 최고순위가 가온차트 32위다. 인디밴드뿐만 아니라 다른 가수들까지 다 경쟁하는 차트인데, 그만큼 나온 게 고무적이었다” 

오구구 “예약판매 특전이 사인CD였는데, CD에 사인을 손이 아플 만큼 했다. 지인들만 샀을 줄 알았는데, 정말 많이 했다. 10시간정도 했다” 

비엔나핑거 “그만큼 코어팬들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걸그룹 못지않은 양이다. 우리가 밴드다 보니까, 오랫동안 활동한 팬이 많았던 거 같다. 우리가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자는 팬들이 많았다” 

Q. 원래 팬들이 많았나? 예전에는 인기가 어땠나? 

비엔나핑거 “이 친구들이 들어오기 전까지 정말 인기없었다. 하하. 인기가 생긴 게 작년부터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이 많이 늘었다”

오구구 “내가 들어오고부터다”

비엔나핑거 “그게 갑자기 생긴 팬이라고 생각안하고 ‘오래 버티네’ 하는 팬들이 많았던 거 같다. 꾸준히 활동하는 것에 감동을 느낀 거 같다. 그 부분이 팬이 갑자기 많이 생긴 계기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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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걸스 양다양다, 사진제공|부밍엔터테인먼트

Q. 독특한 뮤직비디오를 상당히 많이 찍었더라. 

비엔나핑거 “‘낚시하러가자’는 티저같은 거다. ‘낚시왕’ 음원도 비장의 무기다. 조금 더 나중에 보여주겠다” 

오구구 “승민씨와 함께‘에서 승민은 내 친오빠 이름이다. 지방을 가는데, 비엔나핑거가 나중에 쌍둥이를 낳고 싶다면서 한 얘기가 가사가 됐다. 흔한 남자이름을 ’승민‘으로 설정해서 그분들이 많이 듣게 하고 싶었다. 그러면 적어도 전국의 승민이가 듣지 않을까 싶어서 그랬다. 이게 회사 만나고 처음으로 낸 싱글이다. 어떤 식으로 마케팅할지 갈피도 못잡고 있었고, 곡을 내고 영상을 찍을 지 잘 모르고 연구할 때라 성적은 좀 저조했다. 하지만 정규에서 대표적인 노래들이 뜬다면 승민씨도 뜰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노래에서 유일하게 축가로 들어오는 노래다”

Q. 유튜브 같은 채널로 영상 콘텐츠를 해봐도 잘 할 거 같다. 

비엔나핑거 “내가 어린이극을 좀 했다. 출연자로 연기를 했다. 도깨비 역을 하는데 내가 어린이에게 인기가 많더라. 하하” 

비엔나핑거 “우리가 실제로는 낚시를 전혀 못한다. 낚시를 처음 배우는 콘텐츠도 해볼까 싶다. 요즘 낚시가 대세라서, 우리가 낚시를 타겟으로 하는 단발성 밴드 아닌가 의심하는 분도 있다. 우리는 이 네이밍을 가지고 6~7년을 하고 있다. 뭐를 겨냥해 메이킹했다는 얘기를 안 듣고 싶다. 요즘에 슈가맨 아저씨(이혁준)가 만든 밴드라고도 하는데, 우리는 항상 음악을 해왔고 우리를 발굴해서 알린 게 대표님이다. 단발성 그룹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Q. 혹시 락페스티벌 같은 데는 출연 계획이 없나? 

비엔나핑거 “지금 얘기중인 데가 있는데 잘 됐으면 좋겠다. 락페스티벌에 선다는 건 네임드라는 뜻이다. 네임드가 되기 위해 꼭 나가고 싶다. 일단 6월 8일 ‘홍대야 놀자’에 나간다”

Q. 사실 걸밴드라는 게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사례가 흔치 않다. 걸밴드라고 하면 아직도 한스밴드가 나온다.  

비엔나핑거 “우리가 여태까지 나왔던 걸밴드 보다 월등하게 음악이 좋으니까 음악으로 평가받아야하지 않을까 싶다. 여태까지 걸밴드는 제작된 밴드가 많았다...고 알고 있다. 우리는 우리 힘으로 모든 곡을 쓰고 있고 받아서 쓰는 것보다 자신 있다. 그러니 사람들이 알아봐주실 것 이다” 

Q. 원래 록 음악, 펑크밴드를 하려고 했었나?

오구구 “사실 난 피싱걸스에 들어오고 (펑크를)했다. 그전엔 다른 걸 전공했다”

비엔나핑거 “난 학교 다닐 때부터 하려고 했다. 내가 중2병이다” 

Q. 밴드로서 특별한 목표가 있나?

비엔나핑거 “1집이 주목을 받게 되면, 다음 앨범을 펑크 넘버들로 채우고 싶다. 여자 그린데이라는 칭호가 부끄럽지 않은 앨범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 

오구구 “자본주의에 휩쓸리지 않은 그런 앨범”

비엔나핑거 “지금 그런 앨범이 나온다면 또다시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자 3인조 밴드가 그런 앨범을 낸 적이 없다. 팝 펑크 3인조 밴드가 거의 없었다. 이번 앨범에 주목도가 있으면 그런 앨범을 내고 싶다”

오구구 “이번에 록의 시대가 올 거다. 록은 끝났다고 하는데, 요즘 촉이 진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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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걸스, 사진제공|부밍엔터테인먼트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양다양다 “진짜 열심히 노력하고 좋은 곡 많이 담았으니 이번 앨범 꼭 잘되길 바란다” 

오구구 “우리 건물 하나씩 사게 도와 달라”

비엔나핑거 “락페스티벌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홍대 클럽은 무서운 곳이 아니다. 많이 와서 들어줬으면 좋겠다. 폐쇄적인 곳이 아니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도 함께 와서 즐기는 곳이다. 마음 편하게 오고 즐기는 공연 문화가 이루어 졌으면 좋겠다” 

최현정 기자 gagnrad@happy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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