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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초점]‘소녀’의 ‘시대’가 저물다

17.10.1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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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소녀시대가 10년 역사의 마지막을 그리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는 9일 소녀시대의 멤버 태연, 윤아, 효연, 유리, 써니 5인의 멤버와만 재계약을 체결하고 나머지 티파니, 수영, 써니와는 계약이 종료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9명으로 시작한 소녀시대는 이제 -소녀시대라는 명칭에 소유권이 있는- SM에 5명밖에 남지 않게 됐고, 이는 자연스럽게 이제 해체의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눈초리로 이어지고 있다. 

물론 SM은 "소녀시대는 SM에게도 팬에게도 아주 소중하고 의미 있는 그룹이다. 멤버들 또한 해체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다만 계약이 종료된 멤버들이 있으므로 소녀시대의 향후 활동 방향에 대해서는 멤버들과 논의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라고 덧붙여 소녀시대의 해체는 없다고 못박기는 했다. 

하지만 HOT나 SES 이후로 SM은 멤버들이 뿔뿔이 흩어지거나 장기간 활동을 하지 않아 사실상 해체 상태인 그룹들도 공식적으로는 해체를 선언하지 않고 있어, 소녀시대 역시 '사실상 해체'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리고 소녀시대의 퇴장은 한 그룹이 사라짐을 넘어 그야말로 한 '시대'가 저물었다는 걸 의미하는 사건이다. 

아닌 게 아나라 소녀시대가 가요사에 남긴 족적은 지대하다. 이들이 남긴 각종 기록들도 기록이고, 2010년을 전후로 남녀 아이돌을 통틀어 가장 인기있는 아이돌을 꼽으면 소녀시대가 1위를 차지할 것이 분명할 정도로 압도적인 인기를 누렸다. 

2000년대 미국 MTV에서 '당대 최고의 아이돌'로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꼽으며 "브리트니 스피어스라는 이름만 말해도 상대방은 '와우! 브리트니스피어스?!'라고 소리를 지른다"라고 그 인기를 표현했는데, 딱 이 당시 소녀시대도 그 이름만으로 사람들을 설레게 하는 그룹이었다. 

이런 인기도 인기지만 이보다 더 소녀시대가 높이 평가 받는 이유는 '아이돌'이 아니라 '걸그룹' 시장의 영역을 확고히 다져놓았다는 것이다. 

실제 2010년 'gee'의 히트 이후 소녀시대는 이전까지는 아이돌업계 주요 소비층으로 인식되지 않던 중장년층 남성까지 소비자로 끌어들였고, 걸그룹에겐 꿈으로만 여겨지던 체조경기장 단독콘서트까지 개최할 정도로 탄탄한 팬덤을 형성해 '걸그룹' 시장의 판을 키웠다. 

이후 수 많은 걸그룹이 가요계 등장했고 '걸그룹 지형도'나 '걸그룹 대전'과 같은 신조어가 탄생할정도로 걸그룹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소녀시대는 K-POP의 전성기도 이끌었다. 2010년 일본에 진출한 소녀시대는 카라와 함께 큰 인기를 누리며 한국을 대표하는 K-POP 그룹으로 떠올랐고, 소녀시대의 성공은 수많은 한국 걸그룹의 일본 진출의 발판이 됐다.    

이처럼 소녀시대는 '걸그룹'을, 그리고 'K-POP'을 상징하는 하나의 아이콘이었다. 그렇기에 이들의 퇴장은 하나의 아이돌그룹로서의 마무리가 아닌 한 '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순간이다. 

그리고 이것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재계약 결과에 짙은 아쉬움을 느끼는 이유일 것이다. 

최현정 기자 gagnrad@happy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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