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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월드클럽돔, 놀라웠던 무대들 그리고 더 놀라웠던 운영미숙

17.09.25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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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으로 국내에서 개최된 '월드클럽돔 코리아'의 무대와 라인업, 공연환경은 가히 역대급 DJ페스티벌이라고 할 만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역대급이었던 운영미숙 탓에 그런 그 빛이 바래고 말았다. 

지난 9월 22일부터 24일까지 인천 문학경기장에서는 ‘2017 월드클럽돔코리아(이하 월드클럽돔)’가 개최됐다. 

월드클럽돔은 '세상에서 가장 큰 클럽'이라는 모토 아래 세계적인 DJ들이 공연이 밤새도록 펼쳐지는 페스티벌로, 그 규모나 인기면에서 세계 3대 DJ페스티벌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엠피씨파트너스가 아시아 독점 파트너로 선정돼, 올해 처음 그 선을 보이게 됐다. 

그리고 문학경기장에 차려진 국내 첫 월드클럽돔은 과연 세계 3대 DJ페스티벌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위용을 보여주었다. 

일단 아프로잭, 아민 반 뷰렌, 디미트리 베가스, 스티브 아오키, 마틴 게릭스, 마쉬멜로 등 세계적인 인기 DJ가 대거 포함된 150여명의 DJ라인업부터 시선을 압도했고, 총 5개로 구성된 스테이지는 페스티벌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어디에서든 음악을 즐길수 있게 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메인 스테이지였다. 문학경기장 내에 설치된 메인 스테이지는 그간 국내에서 개최된 어떤 DJ페스티벌보다 더 크고 웅장한 LED와 현란한 레이저, 화염 분사기 등으로 시선을 압도했다. 

또 월드클럽돔이 밤샘 공연으로 진행된 것도 눈길을 끌었다. 국내 DJ페스티벌의 개최지로 잠실 주경기장이 선호되는 이유중에 하나가 페스티벌 종료 후 상당수의 관객들이 강남 등지의 클럽에서 애프터파티를 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드클럽돔은 이런 클럽 애프터파티가 사실상 어려운 문학경기장에서 개최됐고, 이에 월드클럽돔은 아예 부지내에 애프터 클럽을 설치해 아쉬움이 남은 관객들이 밤새 놀 수 있게 했다. 

이처럼 라인업과 무대규모, 스테이지 구성, 공연환경 등은 가히 역대급으로 잘차려진 밥상이라고 할만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잘 차려진 밥상을 잘 떠먹지는 못할망정, 그야말로 걷어차버린 격의 운영미숙이었다. 

일단 월드클럽돔은 주차장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당혹감과 마주한다. 주차장에서 공연장까지 이동경로에 대해 일절의 안내표지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공연일 첫날에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공연장의 입구를 찾지 못해 한참동안 문학경기장 주변을 헤매야했다.  

겨우 공연장의 입구를 찾았다고 해도 자신의 티켓에 맞는 팔찌를 교환하는데에도 명확한 가이드가 갖춰지지 않아 시간이 걸렸다. 부스주변에 상당수의 안내 스태프들이 있긴 했지만, 이들마저도 제대로 업무 파악이 되지 않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테이지 내에서도 운영과 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화장실 위치조자 알지 못해 안내를 하지 못한 스태프가 있는가 하면, 별도의 흡연구역을 제대로 설정해 두지 않아 대다수의 사람들이 스테이지내에서 흡연을 했지만 이를 제지하는 진행요원은 아무도 없었다. (다만 스테이지내 흡연 문제는 금요일 공연에 발생한 사안으로, 이후 공연부터는 진행요원들이 스테이지내 흡연을 통제했다)

월드클럽돔의 또 하나의 불편함은 바로 공연장내 모든 결제가 '쓱페이(SSG PAY)' 앱으로만 가능하게 한 점이다. SSG PAY가 월드클럽돔의 제휴사로 참여한만큼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이들을 앞세우는 것은 이해할만 하다. 그러나 '오직 SSG PAY만으로 결제가 가능'하게 한 시스템은 관객의 편의를 너무 무시한 처사였다. 

일단 SSG PAY 앱을 강제적으로 설치해야하는 건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많은 사람들로 인해 무선 인터넷의 수신이 잘 되지 않을 경우 기약없이 실행이 되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이에 대한 대책이 딱히 마련된 것도 아니었다. 이같은 현상이 나타난 관객들이 문의를 하자 현장의 관계자는 "휴대폰을 재시작해보라"라는 말만 할 뿐이었다.   

그나마 이 경우는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휴대폰 배터리가 방전이라도 되면 그날의 결제 방법은 그걸로 끝나는 것이었다.      

'밸리록페' 역시 티머니만으로 결제를 받으나, 티머니의 경우 별도의 충전카드를 구매해 이용할 수 있어 이번 'SSG PAY 사태'만큼의 불편함을 초래하진 않았다. 

국내에서 개최되는 페스티벌이 한 해 수 십개에 달하는 요즘, 첫 개최여서 몰랐다고 하기엔 기본중에 기본도 되어있지 않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월드클럽돔은 공식 파트너사 엠피씨파트너스는 물론 인천시에서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행사인 만큼,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도 매년 개최될 전망이다. 

그리고 이들의 바람처럼 월드클럽돔이 인천을, 나아가 국내를, 아시아를 대표하는 페스티벌로 자리잡기 위해선 화려한 밥상을 잘 떠먹을 수 있는 숟가락과 젓가락부터 제대로 준비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사진=미디어라이징)

최현정 기자 gagnrad@happy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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