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Rising

[인터뷰] 바비, ‘솔직한 로맨틱 가이’가 되어 오다

17.09.15 09:57

바비 라운드 사진 3.jpg

그룹 아이콘의 래퍼 바비가 솔로 앨범을 발표 한다. 

바비의 솔로 앨범 발매 자체는 그리 놀랄만한 소식이 아니다. ‘쇼미더머니3’에서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탁월한 랩 실력과 작사·작곡 능력을 보유한 바비라는 걸 생각하면 솔로 앨범의 발매는 ‘시간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정작 놀랄 만한 일은 이 ‘시간문제’가 길어도 너무 길었다는 점이다. 

아닌 게 아니라 바비가 솔로앨범을 발매하기까지는 ‘쇼미더머니3’ 우승 이후부터 따져보면 꼭 3년이 걸렸고, 아이콘의 데뷔부터 따지면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물 들어왔을 때 노 젓는다’고, 일반적으로 큰 이슈와 관심이 있을 때 활동에 피치를 올리는 것과 비교할 때 -물론 그사이 바비는 몇몇 프로젝트 음원에 참여하거나 솔로곡 등을 발표하긴 했지만- 이는 확실히 늦은 솔로 데뷔다. 

솔로 앨범 발매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 건 바비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이번 ‘Love And Fall’의 타이틀곡 ‘Runaway’를 두고 “2015년에 쓴 만들기 시작한 곡”이라고 밝힌 바비는 “오랜 작업 끝에 앨범이 나와서 감사하고 기쁘다”라며 웃었다. 

‘Love And Fall’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건 이유가 있었다. 일단 바비는 “앨범을 내겠다는 생각보다 (음악작업 자체를)즐기면서 오랜 시간 곡을 만들어왔다. 음악 작업하는 게 취미다”라고 말했다. 

즉, 애초에 바비의 작업은 솔로 데뷔를 염두에 두고 해 왔다기보다 자기만족에 가가웠던 셈이다. 

하지만 만들면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보여줘 평가를 받고 싶은 게 창작자의 자연스러운 마음이고, 바비 역시 마찬가지였다. 

바비는 “그러다보니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런 욕심이 나면서 (양현석) 회장님에게 노래를 많이 들려주었다. 나만 그렇다기보다 위너나 아이콘의 다른 멤버들도 그런다. 그중에서 회장님이 좋게 들어준 게 앨범이 나오게 된 계기 같다”라고 솔로 앨범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밝혔다. 

바비의 솔로 앨범에 대한 놀라움은 ‘시간’만이 아니다. ‘Love And Fall’라는 타이틀에서 느껴지듯이 이번 앨범은 사랑에 관한 주제의 곡으로 대부분 채워졌으며, 이에 맞춰 바비는 -놀랍게도- ‘악동’이 아니라 ‘로맨틱 가이’로 변신을 선언했다.  

‘Love And Fall’을 두고 “젠틀하고 부드러운 면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한 바비는 “앨범 자체의 곡들이 R&B도 있고 발라드도 있고 그런다. 소프트한 면과 감성적인 면이 많다. 좀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을 내고 있다. 내가 마냥 센 사람은 아니다. 로맨틱하기도 하고 감성적이기도 하다는 그런 말을 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내 노래 중에 자기 전에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가 많이 없어서 일부러 많이 만들고 싶었다. 나를 래퍼로 봐주기보다 아티스트로 봐줬으면 한다. 래퍼도 아티스트의 한 부류라고 생각하는데, 아티스트는 미술가나 작가, 화가 등 어떤 걸 창작하고 자신의 것으로 표현하는 사람을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 마냥 세 보이려고만 하다가 부드럽고 감성적인 표현을 하고 싶어서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들어갔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렇게 됐다”라고 새로운 음악 스타일과 콘셉트를 시도한 이유를 밝혔다. 

바비3.jpg

그렇게 탄생한 ‘Love And Fall’의 타이틀곡은 ‘사랑해’와 ‘Runaway’ 더블 타이틀로, ‘사랑해’는 이별 상황을 역설적으로 밝고 경쾌하게 표현한 곡이고 ‘Runaway’는 일탈에 관한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곡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건 ‘사랑해’는 양현석 회장이, ‘Runaway’는 바비가 타이틀로 하고 싶었던 곡이라는 점이다. 

바비는 “타이틀은 수록곡 10곡 모두 안 좋아하는 노래가 없었다. 그래서 어떤 곡을 타이틀로 해야할 지 걱정을 했는데, 회사에서 많은 의견을 줘서 이 둘을 타이틀곡으로 했다”라며 “양현석 회장이 밝고 신나는 스타일의 ‘사랑해’를 타이틀로 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조언을 해준게 기억이 난다. 또 사실 난 ‘Runaway’를 타이틀로 하고 싶었는데, 결국 더블타이틀이 됐다. 회장님이 내 마음을 알아줘서 감사하다”라고 타이틀곡 선정에 얽힌 비화를 밝혔다. 

이어 그는 “‘사랑해’는 오랜 시간 함께 했던 남녀가 시간 앞에서 무너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현우 작가의 ‘남과 여’ 라는 웹툰에서 영감을 받았다. 제목을 ‘사랑해’라고 한 건 이별노래인데 ‘사랑해’라고 역설적으로 말한다면 더 와 닿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게 지었다”라고 설명했다.  

‘Runaway’에 대해서는 “스무 살 때 또래 친구들이 나를 빼고 여행을 가서 ‘너 왜 안와’라며 사진을 보내고 그런 말을 많이 했다. 또래 친구들과 즐기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행복을 놓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식한 시점부터 ‘Runaway’를 쓰지 않았나 싶다. 또 민호형의 ‘겁’이란 노래 안에 ‘CCTV안에서 사는 거 아닌가’하는 말에 더 와 닿은 거 같다”라고 곡이 탄생한 계기를 알렸다.

‘사랑해’와 ‘Runaway’가 ‘Love And Fall’을 대표하는 타이틀이 되긴 했지만, 여기에 또 하나 주목해야할 곡이 ‘Firework’이다. 

실제 ‘Firework’는 바비가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꼽았으며, 앨범내에서 바비가 보컬을 시도한 곡이기도 하다. 

바비는 “‘Firework’을 좋아한다. 비트 자체도 로맨틱하고 앨범 내에서 처음으로 보컬을 시도한 곡이다. 또 가사들이 간단하지만 누구에게 열정적으로 음악을 만들었다는 걸 잘 표현한 거 같아서 마음에 든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게다가 ‘Firework’는 바비의 솔로곡이 아니라 아이콘의 곡이 될 뻔 한 곡이기도 하다. 바비는 “사실 ‘Firework’은 진환이 형이랑 다른 보컬들한테 들려주면서 ‘이런 곡하면 어떨까’ 물어보기도 했다. 그런데 ‘이건 우리가 내는 곡보다 네가 네 목소리로 내는 게 훨씬 좋을 거 같다’고 의견이 모여 이렇게 됐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에 혹시 아이콘을 염두에 두고 쓴 곡은 없는지를 묻자 바비는 “팀 곡도 쓰고는 있는데 비아이가 워낙 팀 곡을 잘 쓰고 있어서 지금은 맡기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 꼭 (아이콘의 곡을)쓰고 싶다. 일부러 안 쓴 건 아니다. 지금도 쓰고 있다”라며 웃었다.  

또 바비는 ‘노래하는 래퍼’에 대한 생각도 덧붙였다. 

바비는 “드레이크가 노래를 해서 래퍼들에게 안 좋은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트렌드가 됐다. 지금은 모든 래퍼들이 멜로디가 있는 랩을 하고 있다. 나 같은 경우에도 음이 없는 랩보다는 음을 넣어서 볼륨감을 키우는 게 멋있다고 생각한. 랩을 빡 하는 것도 좋지만, 편하게 다가가는 것도 색이 있어서 음을 넣는 것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바비는 “나는 내 보컬뿐만 아니라. 랩이라든지 만족한 무대가 한 번도 없다. ‘더 잘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런 생각이 있어서,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있어서 그래서 여전히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거 같다”라고 덧붙였다. 

바비5.jpg

물론 ‘Love And Fall’은 이 세 곡뿐만 아니라 전곡에 많은 노력과 열정이 담긴 앨범이다. 이에 바비는 앨범을 차분하게 들어주기를 바랐다.  
 
바비는 “다른 분들이 어떻게 감성을 표현하는지 모르겠지만, 내 얘기를 하고 싶고 더 솔직해 지고 싶은 마음이 있지 않았나 싶다”라며 “내가 평소 보여주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되게 설렌다. 내가 얘기하고 싶은 거 표현하고 싶은걸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거 같아서 기분이 좋다”라고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요번에 앨범 작업하는 과정에서 디렉팅 보는 사람이나 멤버, 회장님, 모두에게 내 발음 어떠냐고 물어봤다. 그리고 ‘여기 별로다’한데는 바로 가서 수정했다. 그만큼 열심히 했다. 다 만족할 때까지 열심히 했다. 내가 생각할 때는 그때보다 (전달력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부담감이라고 한다면 의도한 바를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그게 가장 큰 부담이다. 아이콘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우리를 좋아해주면 좋겠지만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게 100% 전달될 수 있을까를 걱정하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순위보다 무대 위에 올랐을 때 우리 노래를 다 같이 따라 불러주고 그런 것에 대해서 뿌듯함을 느낀다. 우리 노래를 알아주고 외워주고 그런 게 궁극적인 목표라서 그런 모습이 좋다. 그래서 발음도 노력하고 있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 지는 알아야하니까”라고 앨범에 쏟은 노력과 정성을 드러냈다.  

바비는 “(이번 앨범으로)‘이런 감성적인 모습도 있었네’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 그게 내가 보여드리고 싶었던 거고 그게 잘 전달됐다고 느껴지는 평가다”라고 자신의 감성을 듣고 느껴주기를 바랐다. 

게다가 ‘Love And Fall’은 바비 개인적으로 뿐만 아니라 소속그룹 아이콘에게도 중요한 앨범이다. 앞서 아이콘의 팬들이 보이콧을 선언한 이후 처음으로 나오는 아이콘과 관계된 앨범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바비는 “사실 거기에 대해서 너무 죄송하고 그랬다. 우리 행동이나 모습을 보고 싶어서 그랬다고 생각한다. 아이콘이나 우리가 하루빨리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니까 밤낮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아이콘 나올 것에 대해서도 기대해 줬으면 좋겠다”라고 사과했다.  

이어 “솔로나 팀 곡 작업은 아이콘 멤버 다들 열심히 하고 있다. 또 보컬들도 보컬들만의 곡을 쓰고 있고... 다들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아이콘으로도 꾸준히 모습을 보여줄 것을 약속했다. 

의도치 않게 이런저런 상황과 맞물려 미처 자신이 알지 못한 의미부여가 된 ‘Love And Fall’ 앨범이지만, 바비 본인의 바람은 정말 단순하다. 죽을 때까지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신나게 하다가 가는 게 그것으로, ‘Love And Fall’도 이런 바람으로 만들어진 앨범이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게 무엇인지 묻자 “내가 무대를 진짜, 무대 위에서 즐기는 걸 잘하는 거 같다. 나 자신도 재미있고 한 분 한 분 즐거워하는 것도 좋고, 무대 위에서 모습이 가장 멋잇는 거 같다. 무대 위에서 노는 걸 제일 잘한다”라고 말하며 웃어 보인 바비는 “음악이라는 거 자체를 정말 일로 하고 싶지 않다. 죽을 때까지 즐기면서 하고 싶다. 절대 일로 생각하지 않고 내가 늙어서 이름이 없어지고 아무도 없을 때, 그때 그 순간에도 노래를 즐기고 함께 하고 싶다. 그게 내 가장 큰 목표다”라고 음악가로서 자신의 인생목표를 밝혔다. 바비의 이런 목표는 ‘Love And Fall’에서도 유효하다. 

바비2.jpg

이번 인터뷰를 통해 바비는 앨범의 제작 과정을 시작으로 여기에 담긴 자신의 마음과 생각, 목표까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럼 이제 남은 건 청자가 답을 줄 차례다. 단, 이런저런 상황에 구애 받지 않고 자기 자신이 느낀 그대로의 답을 말이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최현정 기자 gagnrad@happyrising.com
※ 저작권자 ⓒ 뮤직라이징.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0

Music.R B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