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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인터뷰] 허니팝콘은 굳이 왜 한국에서 아이돌로 데뷔했을까

18.07.13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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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팝콘, 사진제공|KYUN CREATE

AV(Adult Video) 배우에 대한 오해중 하나가 ‘일본은 AV가 활성화되어 있는 만큼 배우들의 연예계 활동에도 관대할 것이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인식으로, 일본에서도 현역 AV배우(이하 섹시 배우로 명칭함)가 지상파 TV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실제 ‘성진국 예능’과 같은 자극적인 문구로 올라오는 유튜브 영상들은 대부분이 케이블 채널의 심야 방송이고, 지상파 방송에 나온다고 하더라도 일회성 게스트나 카메오 정도에 그치는 수준이다. 

은퇴 후 배우나 방송인으로 전업을 했다고 해도 꾸준히 활동을 하며 인기를 얻는 사례도 찾아보기 힘들다. 

섹시배우가 정식배우로 데뷔했다고 해도 잘해야 B급 성인물 배우에 그치는 게 대다수다. 그나마 이이지마 아이나 아이오 소라정도가 은퇴 후 방송인으로 성공한 섹시 배우로 꼽히지만, 이이지마 아이 역시도 쓸쓸히 생을 마감했고 아오이 소라는 결혼 발표와 함께 사실상 연예계에서 완전히 발을 뗐다. 

그렇기 때문에 허니팝콘(미카미 유아, 마츠다 미코, 사쿠라 모코)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활동의 제약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과감히 아이돌 가수로 데뷔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현역 섹시배우가 아이돌 가수로 데뷔한 건 허니팝콘이 사실상 최초이다.   

미카미 유아는 “일본에서도 (섹시배우의 아이돌 데뷔는)전에 없던 일이었는데, 우리들이 해볼까하는 마음이었다. 일본도 직업에 편견이 있는데, 우리도 멋진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하고 있다”라고 데뷔를 결심한 계기를 밝혔다.   

이어 미카미 유아는 “에비스 마스카츠는 좀 특수한 경우고 제대로 된 아이돌이라고 하긴 어렵다. (※주: 섹시배우를 중심으로 구성된 에비스 마스카츠라는 그룹이 있지만 -허니팝콘의 미카미 유아도 소속되어있다- 이들은 스스로 버라이어티 그룹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실제 음악 활동보단 예능 활동이 메인이기에 아이돌 그룹으로 보긴 어렵다) 업계가 사실 그렇게까지 엔터테인먼트로 발전된 건 아니다. 우리처럼 아이돌로 활동하는 건 우리가 처음이다”라고 자신들의 데뷔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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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다 미코, 사진제공|KYUN CREATE

물론 허니팝콘의 데뷔에서 한 가지 빠트린 점이 있다. 이들이 데뷔를 한 나라가 일본이 아닌 한국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누군가는 일본에서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혹은 섹시배우 경력을 희석시키면서 한국 서브컬처 팬을 노리고 한국에서 데뷔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한국에서 데뷔를 하면서 허니팝콘은 일본에서는 일본 나름대로, 한국에서는 한국 나름대로 이들을 반대하고 비난하는 목소리에 직면해야 했다. 

허니팝콘도 이런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다. 이는 다시 말하면, 적어도 위와 같은 얄팍한 생각으로 한국에서의 아이돌 데뷔를 결심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자 그렇다면 허니팝콘에 관한 의문은 단 한가지로 귀결된다. 

‘허니팝콘은 굳이 왜 아이돌 가수로, 그것도 한국에서 데뷔할 생각을 했느냐’이다.   

일단 한국에서 아이돌로 데뷔한 이유는 명쾌하다. K팝이 좋아서이다. 

미카미 유아가 K팝 팬이라는 건 꽤 유명하다. 허니팝콘으로 데뷔하기 전부터 K팝 커버댄스를 업로드하고, SNS에 자주 한국 노래들을 좋아한다고 인증하기도 했었다. 

미카미 유아는 “처음에 내가 먼저 사무실에 들어왔고 나중에 (미코와 모코) 둘이 들어왔다. 셋 모두 K팝이 좋아서 팀을 결성했고 데뷔가지 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단순히 ‘K팝이 좋아서’라는 이유만으로는 진정성에 의심을 보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들은 진지했다.  

일례로 미카미 유아는 허니팝콘의 데뷔앨범 ‘비비디바비디부’를 자비를 들여 제작했고, 최근 진행된 팬미팅역시 자비를 들여 무료로 진행했다. 단순히 금전적인 목적으로 데뷔를 한 건 아니라는 뜻이다. 

미카미 유아는 “3인이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다. 한국어로 노래한 적도 없었고, K팝 댄스도 제대로 배운 건 아니었다. 그래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이 보여줄 수 있도록 계속 노력을 했다.  우리는 일본 활동도 하고 있는 게 있어서 연습을 많이 할 수 있는 건 아닌데 그래도 최대한 많이 연습 하고 있다. 노래나 댄스도 사람들이 더 인정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하려 한다”라고 아이돌로서의 노력을 밝히며 진심으로 K팝이 좋아서 데뷔를 하게 됐음을 강조했다. 

사쿠라 모코나 마츠다 미코도 마찬가지다. 이들도 “일 외에는 춤 레슨을 받았다.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점점 좋아지고 있다”라고 다른 K팝 그룹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은 그룹이 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현장에 있던 한국 측 관계자도 ‘처음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춤 실력이 많이 나아졌다’라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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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미 유아, 사진제공|KYUN CREATE

게다가 허니팝콘은 공식적으로 일본에서는 데뷔를 하지 않았다. 엄밀히 따지자면 안한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지만, 허니팝콘은 순수하게 K팝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하고자하는 멤버들의 마음도 담겨있다. 

미카미 유아는 “에비스 마스카츠와의 계약 문제 때문에 일본에서는 허니팝콘으로 데뷔를 할 수 없었다”라면서도 “일본에서는 (허니팝콘 멤버) 셋이서 같이 어떤 이벤트를 한 적이 없다”라고 덧붙여 허니팝콘은 오직 한국에서만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임을 알렸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모두가 허니팝콘을 납득하는 건 아니다. 가뜩이나 요즘은 프로불편러들과 각종 혐오가 난무하는 시대로, 이들이 감내해야할 주변 환경은 더더욱 가혹하다. -일례로 허니팝콘이 데뷔한다고 했을 때 이를 반대하는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한 것을 보라- 

허니팝콘은 이런 비난 여론과 부정적 시각도 이미 예상하고 있었고 또 받아들일 준비도 되어 있었다.   

미카미 유아는 “처음 데뷔 했을 때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악플이 많이 왔다. 그래도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다. 나쁜 메시지는 안 보려고 한다. 또 한국어는 자세히 안 보면 바로 뜻을 모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게 된다”라며 웃어보였다.  

한국에서의 악플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일본에서까지 비난을 하는 이유를 묻자 미카미 유아는 “중고생정도의 한국 보이그룹의 팬들이 (악플을)많이 보낸다. ‘우리 오빠들과 가깝게 지내지 마’, ‘섹시 배우들이 우리 오빠를 유혹할까봐 걱정’이라고 그런 거 같다. 우린 전혀 그런 생각이 없다”라고 말했다. 

혹시나 해서 진짜 전혀 그런 마음이 없는지 다시 묻자 허니팝콘의 멤버들은 “그렇다 진짜 없다. 하하”라며 유쾌하게 웃었다.

이어 이들은 “나쁜 말을 하는 건 그래도 관심이 있다는 거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 싫어하는 사람도 일단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 좋아해달라기 보다 무시당하는 것보단 낫다. 감사하다”라고 악플도 관심이라며 고마워했다. 

어쨌든 허니팝콘의 이런 노력이 통했는지 이들을 응원하는 팬들도 조금씩 늘고 있다. 미카미 유아는 “응원 메시지도 많이 받는다. 또 한국팬중에 일본어로 장문의 응원글을 보낸 분도 계신다. (문법이)틀려도 귀여워서 좋았다. 언니들 팬인데 고등학생이라 팬미팅에 못가서 슬프다고 한 여고생도 있었다”라며 한국 팬들의 응원에 고마움을 드러냈다. 

인터뷰 내내 허니팝콘은 K팝에 대한 애정과 K팝 아이돌로 활동해 팬들과 만나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또 그런 만큼 앞으로의 활동계획도 착실히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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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 모코, 사진제공|KYUN CREATE

미카미 유아는 “겨울쯤에 한국에서 새로운 앨범을 발매하려고 준비 중이다. 노래 멜로디가 예쁜 곡이다. ‘비비디바비디부’와 다른 느낌이다. 아무래도 노래하는 게 좀 더 어려울 거 같아서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며 “또 새로운 멤버를 영입하기 위해 오디션을 진행하고 있다. 두명을 더 뽑아 5인조로 컴백하려 한다. 처음부터 3명보다는 (멤버를)더 많이 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세 명이 나왔다. 앞으로 5명으로 끝날 수도 있고 더 늘릴 수도 있다. 이번에는 공개 오디션으로 선발하는 거라 누가 올지는 모르겠다. 섹시배우가 아닐 수 있다”라고 다음 앨범과 활동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또 마츠다 미코는 “라이브 공연도 하고 싶다. 라이브를 못하는 이유는 아마 팬이 없고 인지도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한국 음악방송도 나가고 싶다. 일본 방송보다 무대가 반짝반짝하고 예뻐서 한 번 꼭 나가고 싶다”라며 다음 활동에선 보다 다양한 형태로 팬들과 만날 수 있기를 고대했다.  

끝으로 허니팝콘에게 한국은 어떤 의미를 지닌 나라인지를 묻자 마츠다 미코는 “평생 잊을 수 없는 나라다. 태어난 건 일본이지만 자주 오기도 하고, 한국 사람들과 함께 일도 하고 여러 가지로 추억이 많다”라고 말했다.

미카미 유아는 “도전하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일본 이외에 다른 나라에서 (우리를)환영해주는 경우도 있고, 춤을 조금만 춰도 환호를 해주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더 (실력으로)인정받고 싶고 도전하고 싶은 나라다”라고,   

사쿠라 모코도 “나를 성장해주게 하는 나라다. 내가 처음으로 가본 외국이 한국이었다. 이번에 허니팝콘으로 한국에 와서 여러 가지를 하면서 나에게도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좀 더 나라는 사람을 좀 더 확실하게 자각하는 계기가 됐다”라고 밝혔다. 

즉, 이들에게 한국은 아이돌 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고 성장하는 나라인 셈이다. 

허니팝콘이 섹시배우라는 건 사실이지만, 동시에 한국에서 만큼은 자신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소녀들이란 것도 사실이다. 

허니팝콘의 도전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사람들의 몫이지만, 적어도 섹시배우라는 단면만이 아니라 걸그룹 허니팝콘으로서의 모습까지 함께 보고 판단을 내렸으면 한다. 그게 공정하다.

최현정 기자 gagnrad@happy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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