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차트를 살펴보면 힙합 뮤지션부터 언더그라운드 뮤지션, SNS 스타, 베테랑 발라더 등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양한 장르와 계층의 가수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반가운 건 '여자 솔로가수'의 기근 현상이 해소될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 가요계는 여자 솔로가수의 기근에 시달려왔다. 당대 최고의 여자 가수를 가리키는 '디바'라는 별도의 명칭까지 있을 만큼 여자 솔로가수는 인류의 역사에서도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위치였지만, 유독 국내에서는 슈퍼스타급 여자 솔로가수가 손에 꼽을 만큼 드문 현상이 수년간 지속됐다.
물론 이효리, 보아, 아이비, 손담비, 아이유, 태연 등 비교적 최근까지 여자 솔로가수의 계보는 이어지고 있다곤 하지만 이미자, 패티김, 심수봉, 이선희, 인순이, 김완선, 민혜경, 나미, 강수지, 하수빈 등등 스타급 여자솔로가 즐비하던 과거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그 위세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하지만 최근 헤이즈와 청하, 케이시 등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리며 두각을 보이는 '신흥 여자 솔로 가수'들이 연달아 등장해 이런 '여솔기근' 현상의 해소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먼저 신흥 여자솔로가수의 대표주자는 헤이즈다. 데뷔당시에는 철저한 무명에 가까웠던 헤이즈는 2015년 Mnet '언프리티 랩스타2'에 출연해 이름을 알렸고, 그 이후 '돌아오지마', '저 별' 등이 히트를 기록하며 차트 강자로 자리잡았다.
특히 최근 발표한 미니앨범 '/// (너 먹구름 비)'의 더블 타이틀곡 '널 너무 모르고'와 '비도 오고 그래서'는 발표 당시 음원차트 올킬은 물론이고 발표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음원차트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등 2010년대 여자 솔로가수의 절대 강자인 아이유와 태연에 비견될 만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청하의 선전 역시 관심을 모은다. 블랙뮤직을 기반으로 한 '듣는 음악' 중심의 헤이즈와 달리 댄스 뮤직을 기반으로 '보는 음악'까지 추구하는 청하는 데뷔곡 'Why Don`t You Know'가 음악과 무대 모두 호평을 받으며 롱런을 이어가고 있다.
케이시는 상대적으로 헤이즈나 청하보다 이름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잠재력 만큼은 이들 못지 않다는 평이다. 실제 데뷔곡 '침대 위에서'는 입소문을 타고 '숨은 명곡'으로 인기를 얻었고, 최근 발표한 '비야 와라'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치고 이례적인 멜론 70위권 진입순위를 기록했다.
또 케이시의 이런 성적은 음악방송 등 별다른 프로모션을 전혀 하지 않은 상태에서 얻은 결과이기에 더욱 고무적이라는 평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최근 가요계에 가능성 넘치는 여자 솔로가수들이 연달아 등장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요 관계자들은 엔터시장의 최대 소비층으로 떠오른 '20대 여성'의 지지를 꼽는다.
한 가요관계자는 "'20대 여성'은 엔터 시장의 최대 소비층이다. 물론 팬덤 규모는 아이돌에 열광하는 10대 들이 압도적이지만 대중문화에 가장 적극적인 소비를 나타내는 건 구매력을 지닌 20대 여성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헤이즈는 음악도 음악이지만, 스타일과 패션계에서도 세련되고 쿨한 매력으로 20대 여성층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라며 "청하 역시 '프로듀스 101' 출신 중 여성 팬들의 지지가 가장 많은 멤버들이었고, 케이시도 매력적인 음색과 감성을 자극하는 보컬로 20대 여성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그는 "그동안의 여자 솔로가수 기근 현상은 정말로 여자 가수들이 없어서라기 보다, 가능성 있는 가수들은 있지만 수면위로 떠오르기 힘든 가요계의 구조 때문에 알려지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음원의 주 소비층으로 꼽히는 20대 여성들은 음악을 직접 찾아듣는 경향도 강해 헤이즈와 청하, 케이시 등을 필두로 앞으로 가요시장에 매력 있는 여자 솔로가수들이 더욱 많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위부터 헤이즈·청하·케이시, 사진=헤이즈 SNS·MNH엔터테인먼트·넥스타엔터테인먼트)
최현정 기자 gagnrad@happy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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