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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분석] TOP100도 실패…‘실패 전문가’가 된 구구단

18.02.08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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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단 ‘The Boots’ 콘셉트 이미지, 사진|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그룹 구구단이 또 실패했다. 

구구단이 1일 발표한 싱글 ‘더 부츠(The Boots)’는 발매이후 멜론 일간 차트 최고 순위 135위에 그친 채 하락중이고, 현재로썬 딱히 반등할만한 요소도 찾기 힘든 상황이다.  

물론 음원차트가 해당 그룹의 성패를 판가름하는 100%는 아니라고 하지만, 가장 일반적이고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표임은 분명하기에 이번 음원 성적은 구구단에게 뼈아프게 다가올 만하다.

게다가 현재 가요계가 레드벨벳을 제외하면 대형 걸그룹이 전무한 ‘빈집’임에도 이런 성적을 기록했다는 건 ‘이게 구구단의 한계’라는 인식까지 심어줄 수 있어 더욱 치명적이다. 

사실 구구단의 이런 연이은 고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구구단에는 Mnet ‘프로듀스101’에 출연해 I.O.I로 선출된 김세정과 강미나, 그리고 I.O.I에는 합류하지 못했지만 최종결선까지 진출할 정도로 많은 인기를 누린 김나영이 속해 있기 때문이다. 

또 김세정은 최종투표에서 당당히 2위에 오르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기에 당연히 그의 앞날은 그의 외침처럼 ‘꽃길’만 펼쳐져있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김세정의 인기는 딱 김세정만의 인기였을 뿐 ‘꽃길’은 구구단에게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김세정의 인기는 작금에 와서는 외려 구구단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고 있다. 

실제 구구단의 음원은 TOP100의 진입도 힘겨운 반면 김세정이 솔로로 발표한 ‘꽃길’은 각종 음원차트 1위에 올랐고, 광고나 예능 프로그램도 김세정만을 찾는 등 사람들의 관심은 김세정으로 시작해 거기서 끝날 뿐 구구단까지 이어가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구구단이 김세정에게 쏠려있는 관심을 가져올 만큼 뚜렷한 장점이나 특징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점이 크다. 

한 가요관계자는 구구단에 대해 “콘셉트가 뭔지 명확해 보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음악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라고 평했다. 

구구단의 소속사인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는 국내에서 가장 콘셉추얼한 보이그룹으로 손꼽히는 빅스를 키워낸 전적이 있다. 그런 경험 때문인지,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는 구구단에게도 ‘악단’이라는 기본 콘셉트위에 고전 문학이나 예술작품 등을 모티프로 하는 콘셉추얼 그룹을 시도했으나 결과적으로 이는 패착이 됐다.  

걸그룹과 보이그룹의 팬은 다르다. 보이그룹의 팬들에게는 ‘병신 같지만 멋있어’라는 식의 콘셉트가 통할지 몰라도, 대개의 걸그룹 팬들에게 과도한 콘셉트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중2병 허세일 뿐이다. 

또 애초에 구구단의 콘셉트가 무엇인지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대부분의 걸그룹 팬들은 세부적인 콘셉트나 스토리보다 시각적인 비주얼과 청각적인 음악 등 직접적인 부분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는 편이고, 구구단 역시 그저 ‘김세정 걸그룹’, ‘강미나 걸그룹’으로 인식할 뿐이지 세부적인 콘셉트가 무엇인지까지는 아는 경우는 그리 많지 많다.  

그렇다면 구구단이 승부를 걸어야할 부분은 직접적으로 눈과 귀를 잡아끌 수 있는 음악과 퍼포먼스인데, 콘셉트에 너무 치중한 탓인지 구구단은 오히려 여기에서 특별한 개성이나 장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매번 센세이션을 불러올 만큼 획기적이거나 참신한 음악과 스타일을 만들어낼 수 없다면 자신만의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지니고 있어야 하지만, 지금까지 구구단이 발표한 ‘Wonderland’부터 ‘나 같은 애’, ‘Chococo’, ‘The Boots’까지 어느 것 하나 명확히 ‘구구단만의 음악’, ‘구구단만의 스타일’이라고 할 만한 곡은 없다. 

I.O.I 출신 멤버가 존재하지 않는 모모랜드나 오마이걸이 각각 유쾌함과 흥, 서정성이라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명확히 드러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마찬가지로 I.O.I 출신중 유일하게 성공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청하 역시 자신과 어울리는 음악과 스타일을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는 경우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도 실패한 원인을 발견하고 이를 시정하고 개선해 나갔을 때의 얘기다. 

지금의 구구단은 일단 자신들에게 맞는 옷이 무엇인지 제로부터 다시 찾아보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악단 콘셉트라는 미명하에 지금처럼 중구난방식으로 음악을 내놓아 봤자, 실패 이력만 늘어갈 뿐이다. 

조제 무리뉴 감독의 말처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과 ‘실패 전문가’가 되는 건 전혀 다른 얘기다. 

최현정 기자 gagnrad@happy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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