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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칼럼] 수지의 눌변은 죄가 아니다

18.02.0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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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열린 가수 수지의 두 번째 미니 앨범 ‘페이시스 오브 러브(Faces of Love)’의 발매기념 언론 쇼케이스는, 행사 직후 다소 엉뚱한 논란에 휘말렸다.  

언론을 상대로 하는 쇼케이스는 일반적으로 팬 쇼케이스보다 이른 시간에 시작해 사전에 신곡의 무대를 선보이고, 포토타임, 앨범과 신곡에 대한 질의응답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이날 수지의 쇼케이스 역시 이런 식순에 따라 진행됐고, 포토타임이 진행될 때까지만 해도 특별한 문제는 없어보였다. 

사단이 난 건 ‘질의응답’ 순서에서였다. 수지는 여러 차례 질문의 요지를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내용을 잊어버리는 모습을 보였고, 한참을 고민하여 내놓은 대답도 눌변 때문에 그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수지의 이런 위태위태한 모습은 급기야 그녀의 태도를 아쉬워하는 기사로까지 이어졌고, 이를 본 누리꾼들은 다시 수지의 지식수준이나, 말주변에 대한 원색적으로 조롱과 비난을 쏟아내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여기서 잠깐 살펴보자. 

쇼케이스의 질의응답 시간에 수지가 보여준 모습은 분명 기대하던 모습과는 거리가 있던 게 사실이다. 동문서답도 있었고, 아예 제대로 대답을 내놓지 못한 질문도 있었다. 질문과 답변을 통해 그녀의 생각과 의도를 파악해야하는 언론의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 있었다. 

단지 이것이 전부다. 

‘눌변이기 때문에’, ‘이해력이 부족하기 때문에’라는 것은 지금과 같은 비난을 받고 또 감수해야하는 이유가 되기 어렵다. 부족한 이해력이나 눌변 등은 모두 개인 능력에 따른 특징일 뿐이지그 자체가 잘잘못을 평가받아야 할 성향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고의로 이런 특징을 연기해 사람들을 기만하고자 했다면 그것은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다. 당연히 수지는 이런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날 수지는 비록 질문자가 바라는 답은 아니었을지언정, 적어도 자신이 생각하는 답을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쇼케이스 말미에는 자신의 눌변으로 인해 충분한 의사전달이 되지 못한 것에 미안함을 느끼고 스스로 사과의 말을 밝히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지는 불특정 다수에게 가혹한 비난 세례를 받아야 했고, 이런 비난의 이유는 단지 그녀가 ‘수지이기 때문에’이다. 

만약에 이해력과 지식의 부족, 눌변으로 인해 어떤 커다란 피해가 발생했다면 그 책임을 물어야겠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죄가 되는 것도 아니고 될 수도 없다. 

모든 사람은 잘 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이 있다. 그리고 수지는 초인도 슈퍼히어로도 아니다. 그녀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잘하는 일과 능력 밖의 일이 있고, 이번 질의응답 사태는 ‘잘 하지 못하는 일’을 감당하지 못해 발생한 해프닝일 뿐이다. 

작금에 수지를 향한 조롱이나 비난이 제아무리 명문이고 그럴싸한 달변이라하더도 이는 결국 치졸한 질투심 혹은 원인모를 분노와 혐오의 표출에 그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현정 기자 gagnrad@happy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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