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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 리뷰: 영화 [관상]의 '관상'은? "시작은 창대하나…"

13.09.0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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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2013]
감독:한재림
출연:송강호,조정석,김혜수,백윤식,이정재,이종석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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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천재 관상가 내경. 처남 '팽헌', 아들 '진형'과 산속에 칩거하고 있던 그는 관상 보는 기생 '연홍'의 제안으로 한양으로 향하고, 연홍의 기방에서 사람들의 관상을 봐주는 일을 하게 된다. 용한 관상쟁이로 한양 바닥에 소문이 돌던 무렵, '내경'은 '김종서'로부터 사헌부를 도와 인재를 등용하라는 명을 받아 궁으로 들어가게 되고, ‘수양대군’이 역모를 꾀하고 있음을 알게 된 그는 위태로운 조선의 운명을 바꾸려 한다.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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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의 출연진과 티져 포스터와 예고편이 공개되었을 때 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기대감은 '재미있는 역사 풍자물이 나오지 않을까?'하는 반응이었다. 우선 송강호,조정석 이라는 두 콤비의 조합을 생각해보자. [넘버3] 이후 출연하는 영화마다 자신만의 휴머니즘적인 개성이 담긴 연기와 다양한 연기군을 선보이는 송강호와 [건축학개론]에서 유쾌하면서도 인간미가 있는 '납득이' 캐릭터와 드라마에서는 진지한 연기를 선보이는 조정석은 '차기 송강호'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두 배우의 만남은 남다른 재미와 함께 인간미가 묻어난 휴머니즘적인 영화가 나올것이라 기대했다.
   
거기다 김혜수, 백윤식, 이정재와 같은 경험과 관록을 갖춘 배우들과 브라운관의 스타로 떠오른 신예 이종석의 출연은 최고의 조합이자 물오른 연기력의 향연과 전작인 [연애의 목적][우아한 세계]로 높은 흥행과 완성도를 선보인 한재림 감독의 연출이라는 점에서 완성도 높은 월메이드 영화를 기대해도 좋을듯싶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관상]은 너무나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구분이 된 작품이었다.
 
 
*좋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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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했던 영화들을 생각해보자. 이인화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원한 제국], 천만관객 돌파 흥행작 [왕의 남자], 조선시대 '야설극 논란' [음란서생], 배용준의 출연작 [스캔들] 등등 역사적인 고증과 더불어 사극인데도 불구하고 현대적 특성에 구성된 각본과 연출이 특징을 이룬점과 아름다우면서도 화려한 색감이 어우러진 인상적이 면서도 스펙터클한 영상이 장점으로 다가왔다.
 
[관상]은 시작부터 그러한 장점을 그대로 이어간다. 주인공 내경(송강호), 팽헌(조정석), 진형(이종석)이 사는 거처를 '연홍'(김혜수) 일행이 방문하는 과정은 영화의 비주얼적 특색을 강조하는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한국적인 자연의 미(美)'를 짧지만 인상 깊게 그려낸 영상은 로케이션을 한 장소마저 궁금하게 할 정도로 잘 그려냈다. 김혜수를 비롯한 몇몇 배우들과 조연들의 입은 현대성이 강조된 한복의상의 재해석도 흥미로웠으며 최고의 배우들의 조합답게 안정된 연기력과 남다른 개성을 유지한 배우들의 연기력은 무난했다.
 
무엇보다 관객들이 기대하는 송강호와 조정석의 조합은 무난했으며 극의 초반 관객들을 휴머니즘적 재미에 몰입시켜주는 '1등 공신'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관상]은 독창적인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배우들의 개성 있는 연기가 없었다면 진행하기 힘들 정도로 배우들의 힘이 매우 큰 작품이다. 그들의 감정의 기복에 따라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만들어지기에 주연인 송강호의 시점에서 유심 있게 감상할 것을 추천한다.
 

*나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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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는 기자간담회에서 "관상은 캐릭터와 스토리의 힘이 살아있는 작품"이라며 이번 영화의 특징을 남다르게 정리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관상]은 그 둘의 특징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범작이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드라마를 비롯한 여러 사극 콘텐츠에서 많이 쓰인 '계유정난'(훗날 세조가 될 수양대군이 자신의 반대파를 숙청한 사건)을 소재로 쓰고 있다. 너무나도 유명한 사건이기에 우리는 이 역사의 결과를 잘 알고 있다. [관상]의 주인공들은 바로 이 암울한 역사의 '한복판'에 놓이게 되는데 그야말로 '미션 임파서블'이다.
 
'휴머니즘 적인 주인공들이 어떻게 이 난국을 벗어나게 할것인가?' 가 그 어느 때 보다 가장 어려운 관건인데 감독은 이를 정면으로 '돌직구'를 던지는 것을 선택했다. 즉, 역사속에 주인공들을 넣어버린 것이다. 이는 큰 실수였다. 2012년 화제의 영화 [광해,왕이 된 남자]의 구성을 생각해 보자. 이 영화 물론 역사적인 상황을 소재로 하지만 '광해의 기록이 사라진 15일간의 이야기'라는 역사속 숨겨진 사건을 픽션으로 두며 자유로운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다. 즉, 허구의 주인공들을 역사의 한복판에 두면서 이들이 역사적인 사건에 구애받지 않게 둔 것이다. 이는 그동안 히트했던 사극 콘텐츠를 생각해 본다면 분명할 것이다. 물론 역사적 비극과 사건에 의해 이들의 운명은 결정되지만 그 순간을 어떻게 그리고 연출하느냐에 따라 완성도의 성과는 달라진다.
 
[관상]은 수양대군(이정재)이 등장하면서 허구의 인물들을 역사속 사건의 인물인양 밀어넣는다. 초반까지 유쾌했던 영화는 암울한 역사의 순간과 조우하면서 우울함과 비극사이를 오고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모든것은 실제 역사의 흐름대로 흘러가며 더이상의 창작적인 픽션은 무의미해져 간다.
 
그로인해 영화의 주소재인 사람의 얼굴을 보고 인생사를 판가름 한다는 '관상'의 소재마저 무의미하게 만든다. 주인공 '내경'은 '관상쟁이'에 불과하지 '책사'가 아니다. 중반부터 내경과 수양대군의 책사가 두뇌싸움을 벌이고 '꾀'를 부리는 부분은 내경의 캐릭터적인 장점을 갉아 먹기에 이르렀고 소재인 '관상'은 후반부에 실종된다. 역사적인 해학과 현대와 비교한 풍자성이 사라지면서 영화는 정체불명의 사극 드라마로 전락해 버린다.
 
송강호,조정석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도 역사적 흐름에 밀려나면서 그들의 역할과 개성도 축소되고 만다. 특히, 김혜수의 분량과 역할은 무색할 정도로 축소되어서 굳이 그녀가 나와서 연기했어야 할 정도였나 싶었다. 이는 백윤식도 마찬가지였으며 초반부터 환상의 콤비를 보였던 송강호, 조정석은 더 이상의 매력발산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돋보인 쪽은 이정재가 맡은 수양대군으로 영화가 시작한지 1시간 이후에 출연하며 남성적 카리스마를 강조한 점이 장점으로 다가온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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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은 모래 속에서 발굴한 좋은 '소재'가 '역사'라는 거대한 파도에 밀려 심연의 바닷속으로 사라져 버린 안타까운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럼에도 최고의 배우들의 출연과 조합은 나쁘지 않았으며 극마다 긴장감과 감정의 선을 오고가는 부분이 있기에 감상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비주얼(영상):★★★★
연기:★★★
스토리:★★
연출력:★★
 
총점:★★☆
 

(사진=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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