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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숲속의 전설] 리뷰: 어른들도 함께 즐기는 판타지

13.08.01 14:37

식물의 생존과 성장에 대한 실험 중 꽤 흥미로운 실험 결과가 하나 있습니다. 양쪽화분에 씨앗을 똑같이 심고 같은 양의 햇빛과 물을 줍니다. 단, 한 쪽의 식물에는 하루 3번씩 클래식 음악들 들려주고 "사랑한다"는 말을 해 줍니다. 반대편의 식물에는 "짜증난다", "바보" 등의 부정적인 말들을 하루 3번 반복합니다. 실험 결과, 두 식물은 놀라운 차이를 보여주었습니다. 좋은 음악과 예쁜 말을 들은 식물은 건강한 싹을 틔우고 쑥쑥 자라고 있는 반면 부정적인 말을 들은 식물은 빛을 잃고 시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자연'과목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식물에도 생명이 있다는 사실을 배웁니다. 그러나 우리는 때때로 이 중요한 사실을 잊어버립니다. 때문에 소리 없이 지르는 그들의 비명을 듣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영화 [에픽: 숲속의 전설]은 바로 이 작은 생명들을 주제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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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생명을 지킬 새로운 후계자를 지목하는 날, 생명의 여왕인 '타라'와 전사들은 자연과 숲을 증오하는 '맨드레이크' 일행의 공격으로 최대 위기에 빠집니다. 그 시각, 우연히 숲에 갔다가 정체불명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된 소녀 '엠케이'는 자신이 마주하게 된 작은 세상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맨드레이크의 공격으로 죽어가는 여왕은 엠케이에게 후계자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열쇠인 꽃봉오리를 넘겨줍니다. 맨드레이크 일행은 이 꽃봉오리를 어둠 속에서 피워서 모든 것을 파멸시키려 듭니다. 자신이 그토록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던 작은 세상의 일원이 된 엠케이는 숲의 전사들과 함께 꽃봉오리를 지키기 위해 위험천만한 모험을 시작합니다.
 
이 영화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아바타]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작품 [아바타]는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류가 먼 행성 '판도라'를 찾으며 시작됩니다. 토착민인 나비족의 극심한 경계와 대기 중의 독성 때문에 효율적인 임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 사람들은 해결책으로 '아바타 프로젝트'를 개발합니다. 토착민 나비족과 똑같은 외형의 '아바타'를 만든 후 인간의 의식과 이 아바타를 연결하여 판도라에서 활동하게 하는 것입니다.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전직 해병대원 제이크 역시 아바타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판도라 행성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는 자원 채굴을 막으려는 나비족을 교란하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곳의 주민들과 진심으로 교감합니다. 결국, 최후의 전쟁에서 제이크는 인류의 편이 아닌, 아바타의 몸으로 인간과 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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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바타]에서 제이크는 '나비족'들에게는 이방인입니다. 같은 외모를 하고 있지만 모든 나비족들은 그가 다른 종족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요. 이는 [에픽: 숲속의 전설]의 엠케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미지의 세계'를 알게 된 소녀 엠케이는 숲을 지키는 엄지족들에 보다 100배는 더 큽니다. 그러나 신비한 힘으로 그녀 역시 엄지족들만큼 작아져버리고 말죠. 자의로 나비족으로 변했다는 것과 타의로 줄어들어버렸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두 사람 모두 원주민의 외형을 하게 되었다는 것은 동일합니다. 처음에는 임무 수행에 온 신경이 가 있던 제이크가 나비족 여성을 사랑하게 되고, 다시 원래의 크기로 돌아가는데 집중하던 엠케이가 숲의 전사 '노드'를 사랑하며 원주민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도 유사한 점입니다.
 
뛰어난 영상미를 보여준다는 것도 두 영화의 공통점입니다. 영화 [아바타]의 배경이 되는 판도라 행성은 신선들이 노닐던 곳이라는 중국의 장가계와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크로아티아의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등을 모티브로 합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 광경을 본따서 만든 배경이니만큼 행성 '판도라'는 아름답고 신비롭습니다. 이는 [에픽]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숲은 현실에도 존재하는 친숙한 공간입니다. 그러나 미지의 생명들이 살고있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내기 위해 제작진은 그래픽과 실사의 경계를 없앱니다. 아름답게 피어난 형형색색의 꽃들과 섬세한 풀잎의 움직임, 익숙하고도 낯선 환상의 공간들은 판타지를 만들어 내기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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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공통점은 자연을 지키려는 자와 파괴하려는 자 간의 엄청난 대결이 펼쳐진다는 것입니다. 영화에서 나비족과 숲의 전사들은 자연에 해를 끼치는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침략자들은 다릅니다. [아바타]에서 인류의 무기 쿼리치는 거대한 크기의 로봇입니다. 땅을 딛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풀들을 밟아 없애버리죠. 그들의 목표는 나비족들의 생존과 직결되어있는 영혼의 나무입니다. 이는 [에픽: 숲속의 전설]의 맨드레이크 군단도 마찬가지인데요. 손을 대기만 하면 자연은 그 자리에는 썩어버리고 죽은 잔재들만 남습니다. 그 곳에 살던 엄지족들은 도망치거나 혹은 파괴되고 말죠. [에픽]의 최후 결투씬은 결코 실사영화에 뒤지지 않습니다. 수천마리의 악당들이 나무 껍질 뒤에 숨어있다가 단번에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은 특히 이 영화의 압권입니다. 이를 막는 숲의 전사 '리프맨'들과 최후의 결투도 명장면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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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픽]은 숲 속에 우리가 모르는 작은 생명들이 푸른 자연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자연에도 생명이 있다'라는 주제를 인간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자연 속에서 살고 있는 작은 친구들로 보여준 그 상상력에 정말 박수를 치고 싶습니다. 새를 타고 날아다니고 달팽이와 '절친'이 되는 등 많은 요소들이 아이들의 눈을 뗄 수 없게 만들 거라 예상합니다.
 
그러나 영화 [에픽]은 단지 아이들을 위한 영화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메세지 측면에서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말해도 될 만큼 함축적이지요. 주 타겟층이 아이들이다 보니 인간인 '엠케이'를 숲을 살리려 고군분투 하는 친구로 만들었지만 과연 자연에게 인류는 달가운 존재일까요? 아마 현실의 지구에게 '맨드레이크'는 바로 인간일겁니다. 매일같이 그 넓이가 증가하는 아마존 강 유역 파괴 삼림과 한해 690억 톤씩 녹고 있는 남극의 얼음들은 인간이 영화 속 악당들과 하등 다를 게 없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 이라는 점은 그러나,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이자 약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언론 시사회는 영문 더빙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한국어 더빙이 어떻게 완성되었는지는 미지수입니다만, 꽤 긴 대사 내용은 어린이들이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어른들에게는 '예상 가능한 스토리'가 가장 큰 약점이 아닐까 합니다. 화려한 액션(?)으로 승화하려 하지만 아이들을 겨냥한 '뻔한' 스토리는 중반 이후부터 자칫 지루하게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아만다 사이프리드, 콜린 파렐, 비욘세 등이 더빙을 맡아 큰 화제가 되었던 [에픽: 숲속의 전설]은 오는 8월 7일 극장에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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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점:★★★
TV,VOD 평점:★★★
관객취향:
 어른과 아이가 함께 볼 수 있는 동화를 원하는 당신이라면!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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