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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가 만화라고? 유럽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들 ②

13.07.24 12:32

우리나라 사람들의 만화에 대한 생각은 중, 고교 시절 잠시 보았던 '흑백의 작은 책' 입니다. 요즘이야 매니아층이나 만화와 캐릭터 관련 상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이 많아져 인식이 바뀌고 있지만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취미가 '만화 보는 것'이라고 하면 나이 값 못한다고 놀림받았었죠. 아시아나 미국 등지에서 '만화'는 타임킬링의 수단입니다.
 
그러나 유럽, 특히 프랑스에서 만화는 하나의 예술입니다.  빳빳한 표지에 올 칼라로 되어있는 책들은 유럽 사람들이 얼마나 만화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를 느끼게 합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프랑스 만화책은 꽤 비싼편에 속하지만 소설처럼 베스트셀러에 들어가는 정도라고 합니다. 만화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만큼, 이를 원작으로 제작되는 영화 역시 자국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해외반응은 어떨까요? 영화마다 다르지만 국내 평가보다 못하다는 것이 전반적인 공통점입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설국열차] 개봉 기념, 영화로 제작된 유럽의 만화들 2탄을 소개합니다.
 
 

4. 틴틴: 유니콘 호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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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다니엘 크레이그, 제이미 벨, 앤디 서키스 외
개봉: 2011.12.07
 
만화 [틴틴의 모험]은 벨기에 작가 에르제가 1929년부터 어린이 신문 '르 프티 벵 티엠(소년 20세기)'에서 연재를 시작한 만화의 고전입니다. 제목처럼 특종기자 틴틴과 그의 개 밀루가 전 세계를 모험한다는 내용을 주로 하고 있죠. 이 만화는 단행본으로만 25권이 출간되었고 TV 애니메이션 시리즈와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두 차례 제작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총 50개 언어로 번역, 60개국에서 3억 5천만부 이상 판매되며 최고의 인기를 구사합니다. 심지어 프랑스의 전 대통령 샤를 드 골은 "세계에서 나의 유일한 라이벌이 있는데 그 것은 바로 틴틴이다"라고까지 말한 정도였습니다. 어릴 때 부터 틴틴을 보고 자란 유럽인들의 캐릭터에 대한 사랑은 대단한데요. 2012년에는 심지어 한 경매에서 에르제가 1932년 그린 [틴틴, 미국에 가다] 표지가 76만 4천 유로, 우리 돈 11억원 정도의 경매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틴틴에 대한 사랑이 큰 만큼 2011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틴틴'을 영화화 한다고 했을 때 많은 원작 팬들이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을 가졌습니다. 전자는 [인디아나 존스]의 스필븐 스필버그라면 충분히 유치하지 않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기대했고 후자는 '전설적인 만화'에 대한 모욕이 될 수도 있다며 영화 제작을 반대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반지의 제왕] 피터 잭슨 제작, [007] 시리즈의 다니엘 크레이그, [킹콩]의 제이미 벨까지.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는 영화는 배우의 얼굴과 몸을 스캔하여 이미지로 덧입히는 모션 캡쳐 기술을 이용, 유치하지 않은 그래픽을 선보입니다. 압도저긴 기술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틴틴: 유니콘호의 모험]은 벨기에를 비롯,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덴마크, 체코 등 유럽 각국에서 2억 3천만달러가 넘는 수익을 기록합니다.
 
그러나 미국과 아시아에서는 흥행에 완벽하게 실패하며 '스티븐 스필버그의 몰락'이라는 최악의 평가를 듣습니다. 한편 [틴틴: 유니콘호의 모험] 속편인 [틴틴의 모험: 태양의 신전]은 피터  잭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2015년 개봉 예정입니다.
 
 
5. 아스테릭스: 미션 올림픽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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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프레더릭 포레스티에, 토머스 랭맨
출연: 제라르 드빠르디유, 클로비스 코스니악. 알랜 드롱 외
개봉: 2009.06.18
 
프랑스 만화 [아스테릭스]는 프랑스의 작가 르네 고시니가 쓰고 알베르 우데르조가 그린 만화로 1959년 만화잡지 '삘로뜨'에 처음 발표되었습니다. 77년 르네 고시니가 사망한 후 2009년까지 알베르 우데르조가 홀로 집필하였습니다. 2009년, 34권인 '아스테릭스, 생일 축하해'를 끝으로 완간되었습니다. 만화의 제목이자 주인공의 이름은 '아스테릭스'는 프랑스 민족인 '골 족'을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거대한 로마제국에 대항하는 작은 마을 갈리아의 영웅담을 그린 이 만화는 미국 문화에 대항하는 프랑스의 국민만화이기도 합니다. 헤라클레스의 힘에 버금가는 마법의 물약을 먹고 카이사르의 로마 군대를 번번히 물리치는 작은 영웅과 좀 모자라지만 착하고 힘 센 친구 '오벨릭스'의 좌충우돌 영웅담을 통해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아스테릭스]는 지금까지 3차례 영화화 되었습니다. 첫 영화는 99년, 원작 만화의 본고장인 프랑스에서 제작됩니다. 프랑스 유명 감독인 끌라드 지디가 메가폰을 잡고 크리스티앙 클라비에가 아스테릭스로 열연한 이 영화는 안타깝게도 흥행에는 참패합니다. 두 번째 영화는 2002년 제작된 [아스테릭스2: 미션 클레오파트라]로 모니카 벨루치가 합류해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제작비 1300억원, 2천명 이상의 엑스트라 등 전편보다 스케일을 키운 이 영화는 프랑스 현지에서만 15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둡니다.
 
[아스테릭스] 영화의 마침표는 2008년 개봉한 [아스테릭스: 미션 올림픽 게임]이었습니다. 1300억원의 제작비에 화려한 CG, 연일 들려오는 유명 스포츠 스타들의 까메오 출연까지.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특히 98년 은퇴를 선언했던 프랑스의 전설적인 배우 '알랭 드롱'이 로마 황제 '시저'로 복귀한다는 소식은 전 세계 팬들을 흥분하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여기에 축구 영웅 지네딘 지단과 NBA농구 스타 토니 파커, '카레이서'계의 황제 미하엘 슈마허, 격투기 스타 제롬르 밴너까지 까메오로 출연하며 영화에 힘을 보탰습니다.
 
그러나 느슨한 전개와 프랑스식 '코드'에 맞지 않는 유머는 프랑스를 제외한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까지 어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결국 야심작 [아스테릭스: 미션 올림픽 게임]은 1억 1,112만달러, 우리돈으로 1240억 정도의 수익을 올리며 손익분기점도 넘기지 못합니다. 하지만 아스테릭스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사랑이 유별나기 때문에 언젠가는 다시 영화화 되지 않을까 하는 게 많은 사람들의 의견입니다.
 
 
6. 블루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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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얀 쿠넹
출연: 뱅상 카셀, 줄리엣 루이스, 마이클 매드슨 외
개봉: 2004.05.27
 
장 앙리 가스통 지로(이하 장 지로)는 '뫼비우스'라는 필명으로 더 잘 알려진 프랑스의 만화가입니다. 38년생인 그는 2차 세계대전 도중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미국 카우보이 만화와 서부 영화를 처음을 접합니다. 이후 카우보이, 인디언 등의 소재에 관심을 갖게 된 장 지로는 1963년, 인디언을 위해 싸우다 군에서 쫓겨난 인물 '블루베리 대위'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를 그립니다.
 
[나바호 요새]라는 4컷 만화로 발표된 이 작품은 영화적인 설정과 역동적인 모험으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습니다. 술에 취하기 일쑤고 도박을 일삼는 블루베리 대령에게는 사실 소년시절 악당 윌리에 의해 큰 부상을 당했습니다. 그 후 인디언 공동체에서 자라게 된 '블루베리'는 윌리와 재대결 하기 위해 절치부심합니다. 여기에 1800년대, 인디언 땅을 파괴하고 금광을 차지하려는 탐욕스러운 백인들이 쳐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장 지로는 단순히 한 남자의 황야 모험극만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주인공 블루베리가 인디언 공동체에서 자랐다는 점에 착안하여 '샤머니즘'과 유사한 주술적 요소까지 가미합니다. 지극히 사실적인 그림체와 광활한 자연을 배경으로한 격력한 액션, 환상적인 세계까지. [블루베리] 탄생 후 40년동안 많은 영화제작자들이 이 만화를 스크린에 옮기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장 지로 감독은 영화가 헐리웃 영화가 아닌, 프랑스에서 제작되기를 원했다고 합니다.
 
마침내 2003년, [도베르만]으로 화려하게 영화계에 등장한 얀 쿠넹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프랑스 국민배우 벵상 카셀을 주인공으로 한 [블루베리]가 제작됩니다. 여기에 줄리엣 루이스, 마이클 매드슨 등 헐리웃 배우들이 총출동해 대중성을 높였습니다. 그러나 개연성 떨어지는 내용과 혼란스러운 상황, '영혼 대결'과 같은 추상적인 주제는 관객들의 공감을 사는데 실패했습니다. 과도하게 사용된 컴퓨터 그래픽은 눈만 피곤하게 했으며 뜬구름 잡는 선문답 같은 대사는 뭘 의도했는지 모르겠다는 평입니다. 심지어 영화만 보고나서는 원작 [블루베리]가 베스트셀러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결국 영화는 흥행에 참패하고 맙니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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