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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게 없는 영화…근데 왜 눈물이 나오지? ★★★

19.01.03 17:28

<말모이> 리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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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모이,2018]
감독:엄유나
출연:유해진, 윤계상, 김홍파, 우현, 김태훈, 김선영, 민진웅

줄거리
1940년대 우리말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경성. 극장에서 해고된 후 아들 학비 때문에 가방을 훔치다 실패한 판수. 하필 면접 보러 간 조선어학회 대표가 가방 주인 정환이다. 사전 만드는데 전과자에다 까막눈이라니! 그러나 판수를 반기는 회원들에 밀려 정환은 읽고 쓰기를 떼는 조건으로 그를 받아들인다. 돈도 아닌 말을 대체 왜 모으나 싶었던 판수는 난생처음 글을 읽으며 우리말의 소중함에 눈뜨고, 정환 또한 전국의 말을 모으는 ‘말모이’에 힘을 보태는 판수를 통해 ‘우리’의 소중함에 눈뜬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바짝 조여오는 일제의 감시를 피해 ‘말모이’를 끝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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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모이>는 물리적 투쟁이 아닌 민족혼이라 할 수 있는 언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당시의 조선인 지식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몰랐던 또 다른 독립운동에 관해 이야기하려 한다. 취지상으로 좋은 의도였지만, 영화는 초반부터 너무나 전형적인 요소들을 집약시킨 바람에 약간의 불안한 기운을 남긴다. 비교적 친근한 가족 드라마와 브로맨스적인 이야기 구도를 지니고 있지만 판수와 정환의 소매치기 에피소드에서부터 이상하리만큼 어설픔과 기시감이 느껴지면서 부터 아쉬운 여운을 남기게 된다.

또한 독립 영화 소재의 작품에서 흔하게 느껴질 수 있는 교과서적인 인물 구성에 유해진, 윤계상의 전작 속 모습에 의존한듯한 분위기가 너무 강해 지나치게 전형적인 작품 톤을 유지하는 듯 보였다. 일반 관객에게 있어서는 익숙한 구조지만, 그러한 익숙함이 지나치리만큼 강해지면, 지루함을 유발해 흥미가 전혀 보이지 않은 부작용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영화는 중반부 유해진과 윤계상이 갈등이 본격화되다가 화해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이 영화의 주제인 우리 말의 정서를 부각시킴으로서 영화만의 장점을 내세우게 된다. 영화의 흥미가 돋보이는 부분은 바로 이때부터다. 전형적일 줄 알았던 두 배우의 캐릭터가 시대의 분위기와 영화적 특성에 맞춰 개성이 부각되면서 <말모이>는 말의 가치와 주제를 강조한 드라마이자 인간미가 담긴 휴머니즘 영화의 모습을 드러낸다. 

<택시운전사> 각본가 출신인 엄유나 감독은 <택시운전사>에서 선보인 시대의 불안한 정서 속에서도 살아 숨쉬는 인간애와 가치에 대한 주제를 무난하게 전달하면서 대중적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유머 코드와 눈물 요소를 곳곳에 배치시키는 재주를 발휘한다.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언어의 중요성은 유해진이 지니고 있는 인간미와 애드립이 발휘된 연기로 흥미롭게 완성된다. 조선어학회 회원들이 지키고자 한 언어의 가치와 그들의 희생은 유해진의 판수 캐릭터가 지닌 부성애와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깊은 감동을 자아내는 무난한 마무리로 이어진다. 

결국 그들의 희생과 노력이 미래의 후손인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되었는지를 강조하며 <암살><밀정>에 등장하는 독립군 못지않은 위대한 일을 수행한 그들의 노력에 찬사를 보내게 된다. 불안했던 출발과 달리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재치있는 대사의 묘미와 인간미가 결합된 주조연 배우의 열연이 <말모이>를 가치있는 영화로 만들었다. 전체적인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은 담겨 있지만, '말모이 프로젝트'의 역사적 의의와 가치를 대중적으로 전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성공한 작품이다.

<말모이>는 1월 9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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