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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도어락' 공효진, 사과(?)부터 하고 시작된 그녀와의 인터뷰

18.12.1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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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 여신 공블리가 호러 여신 자리마저 노릴 생각이었나? <도어락>의 예상치 못한 순항을 주도하며 영화속 모습과 달리 유쾌한 모습을 보여준 그녀와 재미있고 뜻깊은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소감은?

우선 무섭게 본 분들에게 죄송합니다. (웃음) 면목이 없습니다. (웃음) 


-그렇게 무서운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고군분투하는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내가 <미쓰 홍당무> 때처럼 책임져야 할게 많아서 정신을 놓을 정도의 작품을 만날 때가 되었다고 봤다. <미씽><싱글라이더> 같은 작품들은 죽을힘을 다하지 않아도 될 작품들이어서 연기할때 안정감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감정이 지속되면 나한테는 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 자신을 괴롭혀야 할 때라고 생각했고, <도어락>의 각본을 보면서 작품이 배우를 만나게 되는 운명 같은 순간이라 생각했다. 


-이 영화의 각색 작업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처음 이 영화의 각본을 봤을 때 흥미가 없었다. 그래서 감독님에게 이 영화가 흥미 없는 이유를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초기 각본에는 클리셰적인 요소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감독님께서 열심히 수정 작업을 해주셨다. 내가 한건 그 조언이 전부다. 감독님이 나를 이 영화에 주인으로 맞이해 주시려고 노력을 많이하셨다. 


-바뀐 부분은?

소소하고 디테일한 부분이다. 첫 각본은 주인공이 너무나 스릴러적인 캐릭터로 그려졌다. 지금보다 더 버벅거리고 망설이는 모습이 많았다고 할까? 위기 상황에서 도움을 받아야 하는 과정도 필요한데, 너무나 스릴러적인 모습으로 흘러가는게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후반에는 지하철의 지하도에 불지르는 계획까지도 하셨는데, 그건 너무 감독님의 큰 판타지였다. (웃음) 약간의 현실적인 캐릭터이자 악은 처단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는 지금의 기조로 바뀌었는데 막상 결과물을 보니 감독님이 원한 방향대로 되었다. (웃음) 그래서 감독님이 영화 상영후에 나를 보시며 "삐졌니?"라고 묻더라.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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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경민은 소심한 주인공이다. 실제 공효진의 성격과는 다른 부분이었을 것 같다.

사실 답답했다. 범인이 풀려날 수 있는 상황인데, 아무말도 않고 가만히 있다니…현실의 나였다면 크게 따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연기한 캐릭터이기에 애정은 있다.  


-혹시 영화와 비슷한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었나?

사실 내가 실수로 남의 집 도어락을 눌러본적이 있었다. (웃음) 우리 엄마 집인줄 알고 갔는데 알고 보니 이사 간걸 까먹은 것이다. 그래서 눌러놓고 후다닥 도망쳤는데, 그때는 도망치면 안 되는 거였다. 잘못 누른 거에 대에 사과해야 하는게 옳은 일이다. 다행히 그 집에 아무도 없어서 반응이 없었다. 그래도 그분들이 안에 계셔서 놀라게 했다면 죄송하다. 가끔 귀가 예민해서 쿵 소리가 나거나 다른 소리가 들리면 무서움을 느낄 때가 있다. 


-공블리로 사랑받는 이유는 여성이 가진 마이너 감성을 대변해 줬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도어락>의 경민은 마이너적인 면이 강하다. 

맞다. 어쩌면 단순하게 느껴질 수 있는 스릴러물의 주인공적인 모습을 조금 뒤집어 보고 싶었다. 스릴러 연기를 하면서 죽을만큼 무섭다라는 감정을 전해주고 싶었다. 주인공이 너무 공포에 떨고 가만히 있는데도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응원하고 싶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영화속 내 모습은 관객들로 하여금 "내가 아는 친구야" 라는 감성을 전해줄 것이다. 사실 열심히 영화를 찍었지만 내가 잘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개봉 예정작인 <뺑반>을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웃음)


-드라마와 영화 속 등장하는 공효진의 다른 점은?

두 영화마다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영화는 훨씬 대범한 캐릭터가 많은 편이다. 드라마는 남자는 재벌이나 잘난 캐릭터, 여성은 캔디형 주인공이 대부분이다. 가끔 드라마 캐릭터를 받으면 "왜 이렇게 똑같지?" 라는 고민을 하게된다. 그래서 이왕이면 실험적인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그래도 드라마는 연령대가 다양하니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해야 하는게 맞다. 그러고 보면 드라마속 내 캐릭터는 캔디형에 항상 열심히 일하는 여성이었던 것 같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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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을 통해 영화를 홍보하는 참신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생각했나?

홍보를 위해서는 다양한 예능, 버라이어티에라도 출연해야 하는데 다 나갈 수 없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가서 영화 홍보 이야기만 하면 그만하라고 막았을 것이다. (웃음) 그런데 생각해보니 홈쇼핑에 출연하면 줄창 영화 홍보를 할 수 있으니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미씽> 개봉 당시 지원 언니와 함께 한 생각이었는데, 이번 영화서 그 아이디어를 실천해 볼 생각이었다. 그 이야기를 홍보팀에 전해주니 다들 놀라더라. (웃음) 그러더니 나중에는 재미있겠다라는 반응이 나와서 해보자라고 했는데, 다행히 잘 마무리했다. 원래는 MBC의 '전지적 참견 시점'에도 출연해볼 생각이었는데, 회사에서 매니저가 매력이 없다며 하지 말자고 했다. (웃음) 꽃미남 매니저가 나와야 뜰거라며…개인적으로 내 매니저에게 너무 미안하다. (웃음)


-마블리와 공블리가 함께 경쟁하게 되는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시나?

상당히 겁이 난다. (웃음) 동석 오빠와 <천군>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는데, 그게 오빠의 데뷔작이다. 오빠가 촬영한 장면중에서 한 겨울 1월에 낙동강서 혼자 옷벗고 보트를 지키고 있는 장면이었는데, 찬물을 왔다 갔다 하는 오빠의 모습이 너무 불쌍했고, 미안했다. 그날 오빠가 그 촬영 장면 때문에 장트러블이 생겨서 고생을 많이했다. (웃음) 그때를 생각해 보니 오빠가 사랑받는 이유를 알것 같다. 


-만약 이 영화가 원작 <슬립 타이트>대로 범인의 시선에서 그려지는 영화였다면? 그래도 출연했을 것인가? 

나는 이 영화의 원작이 가해자인 남자의 감정선을 따라간다는 설정이 참 재미있었다. 남들은 그 영화가 무섭고 끔찍하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너무나 극적이라 재미있었다. 나는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알듯 모를듯하게 정보를 주지 않는 면에 있다고 본다. 주인공이 병상의 여자에게 말을 하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캐릭터의 인간적인 면이 참 아이러니 하게 그려졌다. 이 남자가 계속 살고 싶지 않아 옥상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공감이 갔었다. 그의 괴짜 같은 면도 나름 흥미로웠다. 아마 이 대로 영화 리메이크 했어도 출연했을것이다. 오히려 나는 <도어락> 시나리오를 보면서 감독님께 "원작이 더 재미있어요" 라고 말했다. (웃음) 


-후반부의 개연성이 아쉽다. 다소 부족해 보이는 남성 캐릭터들은 어떻게 보나?

만약에 범인이 더 덩치가 컸다면 무서웠을 것이다. 20일간 칩거한 그 악당과 일대일로 붙어도 경민이 이길수 있다라는 가능성을 보여줘야 했다. 어쩌면 더 험상궂은 모습이 참 단순한 논리다. 만약 주인공인 경민이 남자였고, 악당이 미저리 같은 여성이었다면 더 재미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약간 이 영화의 남성 캐릭터들에게 불편함을 느꼈다면 이해가 간다. 지금의 사회적 분위기가 그러한 논란을 불러오지 않았나 생각된다. 답답하고 짜증나는 기분을 들게 하더라도 결국 그것이 영화에 대한 토론과 논의를 불러오며 이 영화를 오랫동안 기억하게 만들것이다. 그것은 관객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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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 어느 정도 들었으면 좋겠나?

내 예감이 항상 틀려서...(웃음) 내가 아주 큰 흥행작을 해본적이 없다. 그래서 어쩌면 큰 기대심은 없다. 그래서 큰 평가나 흥행 성적은 중요하지 않다는걸 알았다. 상업적 스릴러라는 점이 공효진의 영화에 접근하는 것보다 더 쉬울 거라 생각했고 나보다는 장르적 관점에서 이 영화를 볼거라 생각한다. 이 영화가 너무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대감을 내리려 한다. (웃음) 아무래도 홍보전략을 강심장들만 보라고 해야겠다. (크게 웃음)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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