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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아인 "나같은 배우도 있어야 세상이 재미있지 않을까요?"

18.12.1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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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도의 날>에서 IMF를 기회로 삼아 성공한 캐릭터인 윤정학을 연기한 유아인과 영화속 비하인드와 예술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결과물을 본 소감은?

안도감이 컸다. (웃음) 걱정은 많이 안됐는데, 20년 전 IMF 시절에 대한 이야기이며,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는 만큼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궁금했다. 20년 전 상처를 드러내는 이야기이다 보니 되도록이면 그때의 상처를 이용하지 않는 영화가 되었으면 했다. 다행히 그 우려를 불식할 수 있었던 결과물 이었다. 감독님께서 마무리를 잘 해 주신것 같다. 결과물이 너무 만족스러워서 사람들에게 자랑하기까지 했다. (웃음) 요즘 관객분들이 느끼듯이 나 또한 한국 상업 영화에 대한 식상함을 느끼고는 한다. 그 점에서 봤을때 우리 영화는 새로운 관점을 보여줬다고 본다. 


-윤정학은 비도적적인 캐릭터다. 그점이 부담이 되지 않았나?

이 캐릭터는 그렇게라도 부각되어야 했다. 마치 우리 영화의 튀어야 살 수 있는 바람잡이라고 해야 할까? 사이비 교주 같은 인물이지만, 일을 진행하는 데는 꽤 다이나믹하고 감정적인 캐릭터다. 이 영화가 요구하는 바가 그것이었다. IMF 이야기를 구성하는데 있어서 그 미션을 클리어해야 단계적 성취를 구할 수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윤정학은 욕망에 빠졌지만 어찌 보면 현실적인 요소들이 잘 담긴 입체적인 인물이다. 한시현이 긴장감을 가져다 주고, 갑수가 울림을 전해주지만 영화 전체로 봤을때에는 그것만으로도 공감을 얻기 부족했다. 정학은 영화 전체적인 밸런스 유지를 위해 필요한 캐릭터인 셈이다. 


-정학이 경제 문제를 설명하는 대목이 할리우드 영화 <빅쇼트><월스트리트>를 떠올리게 했다. 그 부분이 어느 정도 참고가 되었나?

그런 영화들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아직 보지 못했다. 경제 이야기이고, 역사에 관한 이야기지만, <국가부도의 날>은 매우 생소한 영화다. 그래서 아까 말씀하신 두 영화를 언급하시고 물어보신 분들이 많다. 보는 순간 카피를 할 수도 있기에 두 작품을 안다고 하더라도 보지 않았을 것이다. 


-선배인 김혜수가 유아인의 출연을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나같은 경우는 김혜수 배우님이 계셨기에 이 영화에 신뢰감을 느끼며 출연할 수 있었다. <버닝> 촬영이 끝나자마자 합류한 상태라 민폐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다행히 내 캐릭터가 그리 큰 비중이 아니었고, 한시현 같은 여성 캐릭터가 이야기를 끌고 가는 설정이 꽤 신선하게 다가왔다. 사실 나는 캐스팅과 관련해 열려있는 사람인데, 제작진과 관계자분들은 나에게 닫혀있는 것 같다. (웃음) 나는 로코와 같은 장르물도 좋아한다. 카메오로 출연해 망가질 각오도 갖고 있는데, 아무래도 나에 대한 편견이 심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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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편견에 답답함을 느끼시나?

가끔 그렇다. 나는 그렇지 않은데, 유아인이 주는 강렬한 이미지를 아직도 인식하고 계신 것 같다. 아니면 조태오 같은 캐릭터로 인식하거나 온라인상에서 발언하는 내용들 때문에 그런 편견을 갖고 계신 것 같다. (웃음) 


-기왕 그런 이야기를 하셨으니 물어보겠다. 네티즌 분들과 의견을 주고받고 하는데 연예인들이 그렇게 사실 과감없이 자기의 의견을 드러내는게 쉽지가 없다. 그런 과감한 행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런 질문은 언제든 편하게 하시라. (웃음) 나는 배우이기 이전에 유저이다. 그렇기에 소통의 의지를 갖고 있다. 나를 판다기 보다는 인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대중들과 친구처럼 호흡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나는 배우이기에 다양한 시도를 해봐야 한다. 대중과의 소통은 그 점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다만 폭력, 갑질 같은 말로 사람을 굴복시키려는 말만은 안 해주셨으면 한다. (웃음) 그럴 때 마다 연예인들은 을이되어서 굴복할 수 밖에 없기에, 그분들에게 양해를 구할 따름이다. 아마 그 점때문에 사람들 나를 어렵게 볼 수 있지만, 나는 솔직해지고 싶다. 이런애도 있어야 대한민국도 재미있지 않을까? (웃음) 


-소통을 하다 보면 흔들릴 때도 있다. 그럼에도 중심을 지킬 수 있는 원동력이 있다면?

누구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는 마음가짐 때문이라고 할까? (웃음) 어떤 친구도 늘 함께 살아가는 존재인지 그 누구도 서로를 대신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친구, 부모의 관계가 그렇듯이 그런것들을 자신 있게 가져가고 싶다. 삶의 공허함을 줄여가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다. 그렇기에 다양한 실험과 소통을 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서로 마음과 마음으로 소통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관계가 무엇인지를 알아갔으면 한다. 내 인물관 보다 그 과정이 화제가 되는것은 셀럽 문화이기에 이해한다. 


-그렇다면 본인만의 길을 가면서 흔들린 적은?

매순간 흔들린다. 하루만 지나면 사람이 안정을 찾아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순간을 들어가 보면 딱히 안정적이지도 않다. 도태되어 가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 안에서 우리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추구하는 것일까?' 를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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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극 중 윤정학은 결국 수많은 돈을 벌었지만, 그의 모습은 기쁨과 환희보다는 씁쓸함과 죄책감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왜 그렇게 표현했나?

명확하지 않지만 그런 비슷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는 돈을 벌었지만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런 모습이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우리의 아이러니라고 본다. 욕구하고 추구하지만 결국에는 뭔가 아닌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성취했지만 막상 그것이 행복이 아닌 것이다. 멈출 수 없는 욕구란 바로 그것이라고 본다. 활동을 멈추고 싶지만, 자기가 만든 배에 선원들이 탔기에 더더욱 멈출 수가 없다. 그래서 그런 측면이 표현되길 원했다. 그런 감정을 관객들이 느끼길 바랐고, 감독님도 그 부분을 의도하셨던 것 같다. 그 점에서 윤정학이 매우 세련된 캐릭터로 비춰졌다. 


-그러고 보면 윤정학이 던지는 대사들도 의미심장 한 요소들이 많다. 

아무래도 자신을 지키려 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본다. 그 또한 불합리한 상황과 권력을 상대하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정신 차리고 살아가려 했지만 도덕적인 결여를 일으키고 만다. 어찌 보면 내 힘을 키운 거지만, 그로 인해 괴물같은 인물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알고 보면 정학은 매우 인간적인 캐릭터이며, 나약하기에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과 방법도 마다하지 않는 인물이다. 


-국가 부도와 관련한 강의 장면이 참 재미있었다. 경제 쪽에 실제 관심이 많은가?

관심 없다. (웃음) 그래도 나름 정직하게 성장하고, 정직하게 벌어서 쓸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고 온전하게 떳떳한 마음씨를 찾기는 어렵다고 본다. 언제나 면죄부를 지고 싶은 마음으로 산다고 할까? 결국 우리모두 피해자이고, 가해자인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성장의 욕구도 갖고 있었고, 지금은 내 영향력이나 관객들이 만들어준 영향력을 어떻게 잘 사용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내 앞길을 만들고 있다고 본다. 물론 그러다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여줄수도 있다. 처음 너무 허세, 중이병 이미지를 생성할 때 보다 요즘 들어 많은 분들이 내 진위를 알아주시는 모습에 고마울 따름이다. 


-류덕환, 송영창과 나란히 함께 한 조합이 나름 특이해 보였다. 세 사람의 이야기만 나오는 스핀오프를 따로 보고 싶을 정도였다. 에피소드가 있다면?

우리가 나올 때 장르가 변한다. 덕환씨가 참 재미있께 만들어 주었고 영화만의 장르적 특성을 전해주었다. 우리 셋의 조합은 무거운 이야기의 긴장감을 내려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덕환씨, 송영창 선배 이 둘이 있었기에 가능한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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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의 유아인은 어땠나?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그래서 별로 내 경험을 영화에 투영할 수 없다. (웃음) 내 경험보다는 감독님의 경험담을 들었다. 감독님은 그 당시 큰 상처가 있는 분이셨다. 그래서 이 영화를 잘 표현해 주실 거라 생각했다. 그러한 신뢰가 있었기에 참여할 수 있었다. 


-연기 외 크리에이터 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 창작의 욕구를 갖고 있나?

최근 영화 홍보 스케줄이 있는 와중에도 크리에이터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크리에이터 작업은 흥미로울 때가 많다. 새벽까지 하고 와서 조금 피곤했지만, 그럼에도 언제나 느낌과 진정성은 항상 다르다. 그런 활동이 연기 활동에 있어서 긍정적 에너지를 주고 있어서 재미있게 하고있다. 예술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실험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런데 요즘 이거 때문에 잠이 부족한 건 맞다. (웃음)


-만약 나에게 영화 제작 기회가 온다면?

최근에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만약 제작을 한다면 아마도 내 삶의 경험을 최대치로 녹아내린 작품을 하게 될 것 같다. 시나리오 작가, 선배 감독님들로부터 그와 관련한 조언을 얻고 있다. 영화 외적인 목적성을 떠나서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형태로 신인다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만약 그런 제작을 실천한다면 여러분이 못 본 유아인의 내면세계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영화사 집/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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