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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보다 강렬한 조연] 전세계를 웃긴 한국인 켄 정

18.10.31 11:37

아시아 배우들의 참여로 의미를 더하고 있는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는 두 명의 한국계 배우가 모습을 드러내 반가움을 더했다. 한 명은 중국계라 할 수 있지만, 한국인의 피가 섞여있는 아콰피나로 주인공 레이첼이 싱가포르 부유층과 어울릴 수 있도록 적극 돕는 그녀의 절친 페익린 고로 출연했다. 이때 그녀의 아버지로 등장하는 고선생의 모습도 어딘가 모르게 낯이 익는다. 할리우드 영화에 익숙하게 등장하는 감초 배우로 그의 대표작인 <더 행오버> 시리즈에서 너무나 강렬한 누드(?) 연기를 선보인 이후,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으로 여러 작품에서 러브콜을 끊이지 않게 받고 있다. 한국계 배우라는 인식을 넘어서 이제는 미국을 대표하는 코미디 배우가 된 그의 이름은 켄 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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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명: 켄드릭 강조 정 (Kendrick Kang-Joh Jeong, 정강조)
출생: 1969년 7월 13일
신장: 166cm
출생지: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한국계 배우 켄 정은 그동안 소개한 스타들과 조금 다른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미국의 한 대학에서 경제학 교수로 역임 중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비교적 모범적인 학창 시절을 보내왔다. 학업 성적이 우수했던 켄 정은 만 16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고, 아이비리그인 듀크대 의대에 들어가게 된다. 사실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연기 분야에 약간의 관심을 지니고 있었다. 의대에 입학하기 전 액팅 스쿨에 합격했지만, 의사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며 연기는 취미로 두려고 했다. 하지만 학교 교양과목에 연기가 있는것을 보고 곧바로 이 과목을 선택하게 되었고, 학교 연기 수업은 켄 정의 잠재된 본능을 깨우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의대를 졸업하고 정식 의사면허를 소지한 의사로 활동하다 우연한 기회로 정식 영화에 출연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1997년부터 TV 드라마의 단역을 시작으로 꾸준하게 모습을 드러내다 2003년 코미디 토크쇼 '지미 키멜 라이브!'의 일원으로 출연해 특유의 입담과 코믹 연기를 선보이게 되면서 존재감을 알리게 된다. 웃기는 동양인 배우로 주목받은 그는 2007년 주드 어파토우 감독의 코미디 영화 <사고친 후에>에 출연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할리우드 진출을 꾀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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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고친 후에>(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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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인애플 익스프레스>(2008)

이때까지 의사였던 그는 이를 계기로 풀타임 배우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다. 아들이 의사의 길을 걷길 바랐던 부모님도 그의 결정을 존중해 주었고, 무엇보다 그의 베트남계 미국인 아내 트랜 호가 큰 응원이 연기자의 길을 걷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평소 낯을 가리고 예의 바른 단정한 모습을 유지하던 그는 영화를 통해 180도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게 되는 것에 일탈적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의사 출신인 그의 독특한 이력 탓에 대부분 그에게 오는 제안은 괴짜 동양인 의사 역할이었다. 진중한 모습의 의사와는 전혀 다른 파격적인 모습과 행동을 선보이는 그의 의사 캐릭터는 코미디 영화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이후에도 켄 정은 <파인애플 익스프레스><스텝 브라더스><사람 만들기> 같은 코미디물에 출연하며 하리우드 코미디 영화에 빼놓을 수 없는 감초 조연으로 자리 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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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행오버>(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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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랜스포머 3>(2011)

2009년 영화 <행오버>는 켄 정의 개그 본능과 괴짜 캐릭터 적 색채를 분명하게 만든 작품으로 인생 캐릭터인 미스터 차우로 분한 대표작 이었다. 극 중 미스터 차우는 짧지만 강렬한 알몸 신을 선보이게 되었는데, 너무나 엽기적이었는지 2010년 MTV가 선정한 '최고 황당한 순간상'을 안겨 주게 되었다. 그런데 이 웃지 못할 충격적인 장면에는 켄 정의 비하인드가 담겨 있었다. 사실 켄 정 본인도 자신이 누드 상태로 출연해야 한다는 것에 크게 고민하고 있던 터였다. 

이때 그의 아내는 유방암 3기로 방사능 치료를 받고 있었고, 켄 정 홀로 1살짜리 쌍뚱이 자매를 키워야 했기에 여러 고민이 쌓인 그의 심신은 지칠수 밖에 없었다. 이때 아내가 그의 파격적인 연기를 보고 싶다며 응원을 하자 켄 정은 "인생은 짧다. 인생을 두려워하다 보면 손가락 사이로 다 빠져나간다. 나는 어떻게 할까 두려워하기보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그래서 도전을 했고, 미친듯한 황당한 캐릭터 연기가 카타르시스를 줬다"라며 당시 누드 연기는 온 힘을 다해 완성한 연기였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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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커뮤니티>(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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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 <닥터 켄>(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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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2018)

켄 정은 이 장면으로 <트랜스포머 3>를 비롯해 시트콤 <커뮤니티>, <슈퍼배드><마다가스카르의 펭귄> 같은 여러 할리우드 영화의 러브콜을 받게 되었고, 그의 아내는 유방암에 완치해 그를 돕는 조력자가 되었다. 그렇게 할리우드에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코믹 캐릭터로 입지를 다진 그는 2015년 ABC 방송과 함께 자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시트콤 <닥터 켄>의 제작, 주연, 각본을 맡게 되었다. 미국 사회의 소수 인종인 한국인 의사의 애환과 삶이 담긴 이 작품은 의사 시절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 시트콤으로 과장된 연기와 캐릭터를 펼친 영화속 그의 모습과 달리 인간적이고 진중한 그의 본 모습이 담긴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닥터 켄>의 성공과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대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성공 가도를 이어나가고 있는 그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성공한 아시아 배우의 입지를 넓혀가며 새로운 개봉작의 흥행을 이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11월 7일 개봉작인 <구스범스:몬스터의 역습>에서는 주연인 미스터 추로 등장할 예정이어서 어떤 코믹 연기를 선보일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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