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궐' 리뷰: 아슬아슬한 조선판 '월드워 Z'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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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궐' 리뷰: 아슬아슬한 조선판 '월드워 Z' ★★★

18.10.22 13:50

[창궐,2018]

감독:김성훈

출연:현빈, 장동건, 조우진, 정만식, 이선빈, 김의성, 조달환

줄거리

밤에만 활동하는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야귀(夜鬼)‘가 창궐한 세상, 위기의 조선으로 돌아온 왕자 ‘이청’(현빈)은 도처에 창궐한 야귀떼에 맞서 싸우는 최고의 무관 ‘박종사관’(조우진) 일행을 만나게 되고, 야귀떼를 소탕하는 그들과 의도치 않게 함께하게 된다. 한편,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절대악 ‘김자준’(장동건)은 이 세상을 뒤엎기 위한 마지막 계획을 감행하는데…

예고편에서부터 '조선판 <월드워 Z>'의 느낌을 전해주며 지금까지의 사극에서 보기 드문 행보를 알린 <창궐>. 과감한 시도는 좋았으나, 모든 관객이 공감하고 지지해 줄지는 개봉일 날 뚜껑을 열어봐야 알 정도로 아슬아슬한 위치에 놓여있다. 그만큼 장단점이 확연하게 담긴 작품으로 성향에 따라 영화를 즐기는 관객으로부터 호불호가 명확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좀비와도 같은 '야귀'의 등장부터 퓨전 사극을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준 영화는 조선 시대에 보기 드문 이국적인 설정을 통해 시각, 캐릭터 적인 요소에 '흥미 요소'가 담겨 있음을 암시한다. 극 중 야귀는 물리면 곧바로 전염되는 전염성을 지니고 있으며, 아침과 낮에는 활동할 수 없어 윌 스미스가 출연한 <나는 전설이다>의 흡혈 인간들을 떠올리게 한다. 움직임에서 부터 빠른 역동성을 지닌 데다가 모습마저 해괴해 <부산행>에 등장한 좀비들 보다 훨씬 더 강렬하게 그려진다. <곡성><부산행>을 통해 노하우가 쌓인 분장과 그에 따른 수준 높은 좀비 연기는 한국 좀비물의 기술적 발전이 상당한 진척을 이뤄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공포에 대한 강도가 강한 만큼 이를 상대하는 배역들에 대한 묘사도 중요하다. 상대방에 상응하는 강력한 캐릭터들을 구축할 것인지, 아니면 조금이라도 가벼운 여운을 남겨줄 대비되는 캐릭터를 내세워 영화의 분위기를 바꿔야 할지 정해야 한다. <창궐>은 후자를 선택한다. 현빈이 연기하는 왕자 이청은 중국에서 신문물과 여자에 빠지다 돌아온 인물로 시종일관 현빈 특유의 까칠한 모습이 담겨있는 캐릭터다. 사극에서 보기 힘든 시크한 말투까지 툭툭 던지며 시종일관 이기적인 모습을 유지하지만, 무시당하는 백성들의 말에 귀기울이는 인간적인 캐릭터로 <창궐>은 이청이라는 부족한 왕자의 성장이라는 친숙한 소재를 메인 테마로 담아내려 한다.

이러한 극과 극 요소를 성장 드라마 형태로 담아내려는데 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이를 받쳐줘야 할 부가적 요소들이 부실했다는 점이다. 주인공과 이에 반하는 악역(장동건의 김자준)을 등장시켜 확실한 대립각을 만들어 냈지만, 영화는 이 두 인물만 갖고 완성될 수 없다. 현빈을 돕는 일행과 이를 뒷받침할 부가적 이야기가 등장해야 하지만 <창궐>은 이 부분에서부터 단점을 드러낸다. 이청의 성장을 돕는 이들은 그에게 야귀의 실체를 보여준 서민들로 극의 분위기만 놓고 봤을때 절대 비중이 낮아져서는 안될 역할이다.

하지만 영화는 현빈과 서민 캐릭터의 조화가 담긴 활력을 줄 수 있는 이야기 대신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왕가와 권력 이야기에 집중한다. 왕권을 찬탈하기 위한 음모라는 진부한 설정 속에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왕의 모습까지 등장하면서 이야기 흐름은 그야말로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야귀의 등장만으로 어두워진 상황에서 어두워진 요소를 담은 이야기마저 큰 비중을 차지한 셈이다. 악역을 연기하는 장동건과 미쳐버리는 왕을 연기하는 김의성은 최선을 다했지만 어두운 상황을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야귀를 풀어놓고 사건 수습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반역자들의 대처와 행동 방식도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일부 캐릭터들에 대한 미미한 설정도 아쉬울 따름이다. 다소 엇나간 이야기 흐름과 지나친 어두운 묘사가 중요해져야 할 캐릭터들의 비중마저 갉아먹으며 <창궐>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만 전해준다.

여러 산적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지만, 그럼에도 <창궐>은 운이 좋은 영화였다. 그동안의 퓨전 사극에서 보기 드문 좀비물과의 결합과 진일보된 시각, 비주얼적 묘사는 이 장르물이 지니고 있는 특유의 재미와 액션적 요소를 즐기기에 충분했다. 영화 엔딩크레딧 이후 야귀 역할을 맡은 스태프들을 사진으로 소개한 대목이 말해주듯이 <창궐>은 수백 마리의 야귀를 연기한 조단역 배우들의 활약이 빛났던 영화로 이들이 만들어낸 비주얼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 충분했다. 때문에 <창궐>은 스태프와 단역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제 할일을 한 그들이 구한 영화라 정의해야 한다.

덕분에 이 영화의 테마인 왕자의 성장기라는 메시지도 무난하게 전달되어 오락물의 정서에 어울린 극적인 드라마를 완성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창궐>은 10월 25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