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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욕하고 싸우는 착한 천사 '미쓰백'의 한지민

18.10.14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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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백>을 통해 천사표 이미지를 버리고 배우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한지민과 작품속 비하인드와 배우로서의 남다른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거친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그 안에는 진심으로 사람을 사랑하고 생각하는 그녀만의 진심이 담겼음을 이번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되었다. 결국 그녀는 무엇을 해도 어쩔 수 없는 천사인것  같다. 

다음은 일문일답.


-결과물을 본 소감은? 본인 연기에 대해서 자평하자면? 

드라마 촬영 때문에 언론시사회를 통해 처음 봤다. 알고 봤지만, 중반 이후부터 화도 나고 가슴이 답답했다. 개인적으로 수위 조절을 잘 못 했던 것 같고, 연기적인 아쉬움도 컸다. 문제의 장면에 대해서는 관객분들이 집중하고 보실까 봐 말하지 않겠다. (웃음) 


-감정이 많이 소모되는 작업이었다. 촬영 후 후유증은 없었나?

백상아 자체가 외로운 캐릭터이다 보니 최대한 그 감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원래 촬영장에서 스태프들과 장난도 치고 하는데 이번에 그러지 않아서 외로웠다. 모텔에서 우는 장면도 원없이 울었는데 그럼에도 속 시원하지가 않았다. <미쓰백>은 전작과 달리 다른 감정으로 다가왔고,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두 사람에 대한 걱정이 우선일 정도로 잔상이 오랫동안 남았다. 나보다는 시아양이 걱정이 되었는데 시아가 힘들지 않게 지속적으로 상담 선생님이 옆에 있어 주셨고, 모든 스태프가 도와줬다. 나중에 영화가 끝나고 시아와 놀아주고 키즈 카페를 같이 갈 정도로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다.


-시아양에 대한 느낌은?

어린아이 같지 않은 우직함이 느껴졌다. 사남매중 맏이라고 하는데, 그런 모습이 딱 보였다. 아역배우답지 않게 덤덤하게 있는 듯 없는듯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소극적이고 내성적이라기보다는 어른스러운 모습이었다. 연기를 처음 하는 입장이다 보니까 현장에서 이 친구가 지은이의 모습을 잘 유지할 수 있을까 걱정이었는데, 시아는 계속 자기의 캐릭터를 유지하려고 했다. 밥먹으러 가자고 했는데 캐릭터를 위해서 밥을 적게 먹었고, 일부러 씻지도 않고 손톱과 머리카락도 기다랗게 기른 것이었다. 철저히 준비한 시아 덕분에 NG가 거의 없을 정도로 호흡이 좋았다. 오히려 내가 시아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할까? 추운 혹한의 날씨 속에서도 안춥다며 연기하는 모습이 너무 대견했고, 첫 연기를 해서 그런지 몰라도 때묻지 않은 모습과 계산하지 않은 모습이 있어서 내 자신에게 반성을 많이 했다. 작고 어리지만 대배우라는 타이틀을 붙여주고 싶었던 친구였다. 내가 골목길을 뛰어와서 지은이에게 다가가는 장면이 있는데 실수로 계단에서 넘어진 적이 있었다. 너무 놀라서 "시아야 괜찮니?"라고 했는데 시아가 오히려 "이모 괜찮아요?"라고 물어서 절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시아는 서 있기만 해도 무조건 지은이 그 자체였다.


-파격적인 캐릭터 변신이 인상적이었다. 기분이 어땠나?

어느 순간 드라마를 반복적으로 하게 되면서, 내 캐릭터의 흐름이 너무 비슷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 캐릭터가 싫었다기보다는 "비슷한 연기를 하는 모습이 잘하고 있는 건가?"라는 의문이 생겼다.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갈증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영화라는 장르를 시도하게 되면서 드라마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캐릭터를 영화에서 만날 수 있었고 조금씩 다른 변화를 시도하게 되면서 <미쓰백> 같은 강렬한 시나리오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막상 하려니 새롭게 해야 할게 많아서 걱정도 되었다. 행동, 눈빛 하나하나를 다르게 하기보다는 내가 지금껏 연기했던 캐릭터와 너무 달라서 시나리오에 다루지 않았던 전사에 대해서도 논의하게 되었다. 캐릭터의 눈빛, 시아를 봤을 때의 행동까지 철저하게 계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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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 출연하기 이전에는 <그것만이 내세상><허스토리> 같은 작품의 특별출연 형식으로 모습을 드러냈는데, 이유가 있었나?

우선 시나리오를 보고 고민을 하지 않으면 된다. (웃음) <그것만이 내세상>은 이병헌 선배님과 일대일로 함께 호흡을 맞추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 <허스토리>는 <경성 스캔들>이 끝나고 나서 내 팬클럽 회원들이 위안부 할머니께 모금하는 것을 보고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민규동 감독님과 배리어프리 영화를 함께 작업하게 된 인연도 있었다. 


-이번 영화의 출연을 결정짓게 한 아동학대 문제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있었나? 계기가 있다면?

뉴스를 보면 누구나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가 있긴 마련이다. 그런데 실제로 뉴스에 비치는 이야기와 현실은 다르다. 나는 원래부터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았었고, 유치원 선생님을 꿈꿔서 아동학부에 가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노인 복지 등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다양한 복지학과가 있는 사회복지 분야로 진로를 변경하게 되었다. 여러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을때였고, 사회복지 자체가 사람을 다루는 학문이기에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사람은 누구나 순수한 마음을 지닌 아이로 태어났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보호받아야 할 어린 나이에 부모나 주변에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하고, 그것을 바로 잡아줄 어른이 없었기에 나쁜 길로 가게 되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아동학대 부분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학대 뉴스에 분노하지만 그 감정을 오래갖고 있으면 안된다고 봤다. 아직도 우리의 현실은 선진국에 비해서 법적으로 부족한 게 많다고 보다. 이제 국민청원 시스템도 늘어났듯이 예전보다 국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늘어났고 이를 계기로 <미쓰백>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불러올 작품이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배우 본인에게도 남달랐을 것 같다. 이번 영화가 결혼관과 장래에 대한 가치관에 영향을 줬나?

어렸을 때 현모양처가 꿈이었다. (웃음) 그런 이상적인 그림은 가지고 있었는데, 내 주변에 결혼한 주변인들을 보면서 현실적인 부분을 고민하게 되었다. 사랑만으로 결혼에 대한 판타지가 있지 않구나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현실적인 것들을 깨닫고 그런 기준을 평균적으로 맞추기 마련이다. 결혼에 대해 아예 생각이 없는 건 아니어서 나름의 이상과 현실을 찾고 있다. 


-감정 소모가 많은 영화인데 촬영 초반과 중반까지 어떻게 버텼나?

초중반보다는 후반부가 더 편했다. 캐릭터 이야기를 나누고 상아가 이럴 것이다 라고 말하기보다는 회차가 싸이면서 직접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내가 생각했던것 과 다른 상아스러운 모습이 담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캐릭터 감정을 위해서 외로운 것도 있었고 인간관계를 자제해야 할 부분이 있었기에 불편함도 있었지만, 나름 잘 적응했다. 작품을 하지 않을때는 평범하게 일상생활을 즐기는 편이다. 가족들과 함께 어울리며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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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님 이력 중에서 <대장금> 다음으로 여성 연기자들이 선역, 악역을 비롯한 모든 부분에서 주축이 되어 등장한 영화로 남겨질 것이다. 동료 여배우들과 함께한 소감은? 

(웃음) 사실 워낙 여성 영화가 많지 않다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만큼 사회에서 이 문제에 관해서 관심을 갖고 질문을 많이 해주신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남다른 책임감을 느끼고 이번 영화의 촬영에 임했다. 조금씩 한 번에 바뀔 수 없지만 여성 영화인들이 이끌어나가는 영화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우리 영화의 감독님도 여성이셨고, 스태프 대부분도 여성분들이 많이 참여했다. 함께 작업하면서 이런 여성 영화를 기대하는 관객분들을 위해 우리가 본보기를 만들어 보자는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과감한 욕설 뒤 펼쳐지는 폭력신이 인상적 이었다. 한지민이라는 배우가 지니고 있는 대중적 이미지를 전환시킨 대목인데, 이 부분에 비하인드가 있다면?

그 장면 찍다가 정말 죽을 뻔했다. (웃음) 내가 학대 당했다고 할 정도로 몸에 멍이 많이 들었다. 영화의 가장 중요한 클라이맥스였기에 유튜브에 있는 여성들의 싸움 장면을 참고했다. 여자들은 대체로 머리부터 잡기 마련인데 촬영이 시작되자마자 무식하게 소현씨와 싸웠다. 그런데 우리가 너무 잘 싸워서 카메라가 우리 모습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 (웃음) 얼굴에 피를 내는 장면만 설정했고, 삼일동안 모래 사장을 뒹굴며 싸워야 했다. 당연히 그런 어려운 행동이 악에 비친 상아를 만드는데 가장 결정적 도움이 되었다. 상아가 돌멩이를 드는 순간까지 속부터 끌여오는 악을 잘 끌여와서 가능했던 것 같다. 


-<미쓰백>의 메시지를 종합한 장면은 무엇이라 보는가?

개인적으로 생각한 그런 메시지적 장면은 상아가 지은이를 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가고 시선이 가는 부분이라고 본다. 자기의 과거를 보고 회상하는 것 같아 본인에게는 매우 거슬리고 불편했을 것이다. 상아는 어떻게든 지은이를 돌려보내려 하지만 결국에는 지은이를 향해 뛰어가게 된다. 그것이 우리 영화의 감정적인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모성애로 본다는 질문을 받았지만 상아는 엄마의 손길을 많이 받지 못햇기에 상아에게는 지은이로 인한 상처 치유였다고 본다. 그 부분에 있어 상아가 지은이에게 뛰어가는 대목이 상징적이었다고 본다. 지은이로 잊고 싶었던 엄마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기에 상아에게는 지은이 그 자체는 그리움이었을 것이다. 


-관객들이 <미쓰백>의 어떤 점을 봤으면 하는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아픔을 그린 사회적 영화라 하면 보기 힘든 장면들이 많다. 내가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우리도 어린 시절이 있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모가 되어서 아이를 키우게 된다. 이 영화는 그런 아이에 대한 이야기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부모를 선택할 수 없지 않은가? 이 영화를 보면서 "영화 속 지은이를 우리 아이였다면?"이라고 생각하며 봐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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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민에게 있어 이 영화는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은가?

사실 많은 부분에 있어서 변화를 시도한 작품일 수도 있다. 내가 또 다른 작품에 도전할 때마다 이 작품으로 인해서 용기가 생길것 같다. 이 작품을 세상에 보여주려 하기보다는 "내가 어떤 마음으로 이 작품을 하려고 했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도전에 있어서 용기가 필요하기 마련인데 <미쓰백>으로 인해서 용기가 더 많이 생길 것 같다. 


-<미쓰백>을 기세로 상업적 성향의 걸크러시 캐릭터를 맡아볼 의향은 있으신가? 있다면 어떤 성향의 캐릭터에 도전해 보고 싶은가? 

어떤 캐릭터에 국한되지 않고 장르적인 것에 대한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고 싶다. 장르가 다양하지 않다 보니까 캐릭터가 걸크러시라해도 불편할때가 있다. 그 캐릭터가 장르내에서 어떻게 녹아내리느냐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서 스릴러적인 시나리오가 많지 않은데, 그 점에 있어서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스릴러가 많이 나왔으면 한다. 그리고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진짜 정통 멜로나 사랑 이야기를 영화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의향이 있다. 


-이제 곧 40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기대하는 40대라면?

첫 연기를 시작할 때 무서웠다. 나의 부족함이 현장에서 민폐가 되니까 "내가 왜 이런 감정 연기를 못할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30대가 되면 더 성숙한 감정이 생길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새 40세를 눈앞에 두고 있다. 어느새 나보다 어린 스태프들이 있는 걸 보면서 내가 경험이 많았었다는 걸 돌아보게 되었고, "40대가 되면 어떤 감정을 가지게 될까?" 라는 고민도 하고 있다. 만약 가정을 가지면 엄마, 아내로서의 다양한 감정적 경험을 갖게 되지 않을까? 배우로서는 다른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본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BH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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