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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오브 스틸-리뷰] 슈퍼맨은 없었다…

13.06.11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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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은 우리에게 무엇일까?
파란 코스튬에 빨간 망토를 부착하며 하늘을 나는 이 남자는 세계 평화의 수호자 이자 희망을 상징 했으며 한편으로는 미국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캐릭터였다. 그만큼 이 만화 캐릭터가 정의하는 상징성은 매우 거대했다.그렇기에 이 캐릭터를 다시 영화화 하겠다는 작업은 영화사상 과한 모험이라고 봐야한다.
하지만 이 모험을 영상미의 천재 [300] 잭스나이더가 연출을 하고 천재 스토리텔러 [다크나이트] 크리스토퍼 놀란이 제작을 맡았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들은 이 전설적인 캐릭터를 다시 새롭게 영화화 하는것을 넘어서 전자에 언급한 슈퍼맨의 상징성을 완전히 바꿔버리 겠다며 제목 자체를 아예 [맨 오브 스틸(강철의 사나이)]로 수정해 버렸다. 흥분될 멋진 시도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려가 된다. 우리가 아는 이 전지전능한 히어로를 '강철의 사나이'와 같은 인간의 의미로 만들겠다는 것은 '슈퍼맨 신화'에 대한 '이단아 적인 행동'이기 때문이다.
 
[왓치맨]과 [배트맨 비긴즈] 시리즈로 히어로에 대한 관념을 무너뜨린 공통점을 지닌 두 감독의 이 '이단 행위'는 우리가 수궁할수 있는 새시대의 '신화'로 다가올수 있을까? 항상 그랬듯이 이번 리뷰도 영화의 대표 키워드를 통해 정리하도록 하겠다.
 

*비주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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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처음 [슈퍼맨]을 보고 열광하게 된 계기는 날아다니는 그에 대한 신비감과 경외감 아닐까? 바로 그러한 감정을 느끼게 해준 슈퍼맨의 비주얼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영화의 전부라 봐도 무방하다. [300]의 잭 스나이더를 연출자로 내정한것도 아마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지금 세대에게 80년대식 슈퍼맨 액션과 특수효과는 감흥을 주기 힘들기에 스나이더의'MTV 스타일 영상미'가 더 적절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제작 전반을 지휘하는 놀란의 [다크나이트]식 비주얼이 함께한다면 괜찮은 시너지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결과는 '성공적' 이었다. 초반 대위기에 처한 클립톤 행성에 대한 묘사와 더불어 지구를 침공하게 되는 조드 장군의 우주선이 지구를 침공하는 장면은 스나이더식 만화적 상상력이 구현되었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의 현실성 있는 비주얼이 이를 조정하는 역할을 하면서 [맨 오브 스틸]만의 개성있는 영상미를 창조해 냈다. 이러한 정점은 슈퍼맨의 비행장면에 더욱 빛난다. 우리가 생각하는 슈퍼맨은 무조건 빛의 속도를 내며 과학의 법칙을 거스르는 전지전능한 존재로 인식되지만 '강철의 사나이'는 중력의 법칙을 이용해 비행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히어로다. 여태까지의 시리즈들이 그의 파워에만 집중한 것과 다르게 [맨 오브 스틸]은 중력을 거스르고 소닉붐을 일으키는 슈퍼맨의 스피드에 중점을 두고있다. 여기에 격투 액션이 가미된 점이 눈에 띈다. 일반 액션 영화에서 나올법한 치고박는 격투씬이 스피드 비행과 만나며 '고공격투씬'으로 변형된다.
 
일본만화 [드레곤볼]을 착용한 듯한 이 장면은 스나이더가 자랑하는 파괴적 미학이 마음껏 발휘되며 묘한 쾌감을 준다. 이 부분은 영화의 라스트인 슈퍼맨과 조드의 대결에서 영화사상 가장 치열하고 멋진 격투씬으로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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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멋진 고공액션에 찬물을 끼얹은 주범은 영화를 더욱 빛나게 해줘야 했던 아이맥스와 3D다. 촬영기술의 기술적 문제였는지 후반작업의 어려움 이었는지 [맨 오브 스틸]의 아이맥스와 3D는 최악 그 자체였다. 이는 최근 개봉된 [오블리비언]과 [스타트렉 다크니스]와 비교해 본다면 확연히 들어난다. 세상에도 없던 카메라를 개발,동원하며 최신기술에 신경을 썼던 두 영화와 달리 [맨 오브 스틸]은 왜 굳이 아이맥스,3D 기술을 도입하려 했는지 의문이었다. 아이맥스의 큰 화면에서 영상미는 흐릿하게 그려지고 3D는 입체적인 장점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맨 오브 스틸]의 고공 스피드가 입체적인 면모가 강했다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겠지만 영화속 기술은 이를 살려내지 못해 아쉬움을 줄 뿐이다. 영화를 극장에서 보러가게 된다면 아이맥스, 3D를 제외한 일반 디지털 스크린 관람을 추천한다.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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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오브 스틸]은 새로운 '슈퍼맨' 스토리를 지향하면서도 과거 리차드 도너가 연출한 [슈퍼맨][슈퍼맨2] 시리즈의 스토리를 계승하고 있다. 기존 스토리에 현대적 방식의 새로운 해석을 더하려는게 영화의 의도지만 언제나 특별한 방식을 선호하는 놀란과 스나이더는 외계에서 온 이 히어로의 신화를 [배트맨 비긴즈]의 방식으로 똑같이 이야기하려 하고있다. 배트맨이 온갖 고난과 자아 성찰을 통해 자신의 길을 정했듯이 '슈퍼맨' 칼-엘에게도 그러한 인고의 순간과 깨달음의 과정이 더해진다. 결국 [맨 오브 스틸]은 놀란의 '다크나이트'가 '슈퍼맨'으로 변형된 이야기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그 구조를 그대로 이어가고 그와 비슷한 드라마를 이끌어 내려한다.
 
특히 전 시리즈의 두개의 스토리를 하나로 묶은 만큼 자전적인 과거회상과 기사 형식의 추적의 과정을 더하며 '슈퍼맨'의 실체를 하나하나 분해하는 과정과 함께 후반부 본격적인 액션물로 진행되는 구조를 취해 드라마 적인 부분과 액션 장면을 구분하는 부분은 독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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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슈퍼맨2]를 하나로 묶겠다는 방식은 사실 가장 우려스러웠다. 두개의 핵심 이야기를 하나로 묶어버린다면 그 전개과정은 너무 급전개되어 주요 이야기가 생략된듯한 착각을 불러 올수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배트맨 비긴즈]에서 '배트맨'은 곧바로 최강의 악당이 아닌 그의 부하들을 단계별로 처리하며 최종 보스와 대결하는 형식으로 극의 긴장감을 불러온것과 다르게 [맨 오브 스틸]의 슈퍼맨은 힘을 얻자마자 곧바로 최강의 적들과 처절한 대결을 펼쳐야 했다. 액션은 멋있지만 그 과정이 이상하게 긴장감이 살아진것은 바로 그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슈퍼맨'에게 '인간 배트맨'의 방식을 덮어쓰기 하는게 과연 어울렸을까? 이러한 방식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확실히 갈릴것으로 보이지만 슈퍼맨에게 여려 아픔과 상처를 주며 성장 드라마로 만들려 하는 부분은 너무 과했다고 생각했다. 특히, 슈퍼맨의 양부 '조나단 켄트'를 그러한 방식으로 사용한 부분이 그것이다. 원작과 과거 영화에서 '슈퍼맨'을 위로하던 자상한 아버지 였던것과 달리 '스파이더 맨'에게 영향을 준 '삼촌'과 같은 캐릭터로 만든 설정은 몰입도에 방해만 주었다.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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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오브 스틸]은 캐릭터 에서도 큰 변화를 주었다.
가장 큰 변화는 슈퍼맨 캐릭터의 변화다. 찐한 파랑의 상징과도 같은 코스튬과 빨간 팬츠를 버리고 어두운 색깔의 라텍스에 팬츠를 과감히 벗은 현대판 슈퍼맨은 [배트맨]이 [300]의 전사로 변신한것과 같았다. 그로인해 슈퍼맨의 힘과 스피드함이 더욱 강조된다는 것을 알게된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이 슈퍼맨이 역대 시리즈중 가장 약하게 묘사된 슈퍼맨 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나 지구의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에서 힘을 잃는 설정에 같은 클립톤 행성 출신의 악당들과 숫적인 우세에 밀려 혼자싸워야 하는 부분이 그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시리즈의 슈퍼맨은 만화와 영화 모두를 통틀어 너무나도 인간적인 슈퍼맨이다. 물론 그러한 부분이 단점으로 적용되 기존의 관객들은 새로워진 슈퍼맨에 적응하기 힘들것이다.
 
설정도 달라졌다.
우리가 알고있는 클라크 켄트와 로이스 레인은 '데일리 플래닛'이라는 신문사의 동료 기자로 만나지만 여기서는 기사 대상자와 기자의 관계로 만난다. 이러한 추적관계를 통해 형성된 관계에서 로맨스가 싹트이게 되고 그로인해 이제 더이상 클라크와 로이스는 비밀을 숨기는 사이가 아닌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고 지켜주는 사이로 발전한다. 친아버지 '조르-엘'과 양어머니 '마샤 켄트'의 비중도 더 커졌다. 사망후에도 '조르-엘'은 아들의 조언자가 되고 '마샤 켄트'는 사랑으로 '클라크'를 위로하고 품어주는 어머니로 남으며 극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낸다.
 
조연들도 눈여겨 볼만하다. 로이스 레인의 상관인 페리 화이트(로렌스 피시번)와 그의 동료들은 극의 메시지와 같은 중요한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악역인 조드를 연기한 마이클 새넌과 피오라를 연기한 안트례 트라우예는 멋진 카리스마를 뽐내며 슈퍼맨을 충분히
위협할만한 분위기를 뽑아낸다.
 

*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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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오브 스틸]은 [다크나이트] 보다도 더욱 의미심장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종교적인 의미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희생적 구원자적인 '히어로'로 변모하는 과정은 '예수 그리스도'의 신화를 그대로 차용했고 '아기 칼-엘'이 캡슐을 통해 지구로 오게되는 방식은 '모세의 신화'와 '예수의 말구유'탄생의 비유다. 전자에 언급한 [배트맨 비긴즈]가 그랬듯 [슈퍼맨]에도 이러한 방식을 차용하며 '히어로=구원자'로 묶어내며 거대한 세계관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여전하다. 어쩌면 인간이 만들어낸 '히어로'는 세상을 구원했던 '구원자'들의 귀환을 원하는 세상의 메시지일 것이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맨 오브 스틸]에 대한 아쉬움은 너무 컸다. 두 감독에 대한 명성과 함께 슈퍼맨의 가치를 생각한다면 이 완성도는 안타깝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에게 너무나도 오랫동안 인식된 '슈퍼맨'이 없었기 때문 아닐까?  물론 이 영화가 전혀 매력없는 영화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가장 먼저 느낀 생각은 [배트맨 비긴즈]를 봤을때의 기분이다. 우리가 알던 '배트맨'이 아닌 그의 숨겨진 이야기와 같은 새로운 이야기를 목격하면서 조금은 당황스러우면서도 기대감을 느끼게 해준 그 기분이 이 영화에서도 느껴졌다. 그만큼 [맨 오브 스틸]은 슈퍼맨 이라는 히어로의 새출발을 알리는 과정이기에 당황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이 새로운 이야기와 스타일에 기대감을 느끼게 만든다. 이점에서 [맨 오브 스틸]은 기대만큼은 아니어도 언제든지 재평가 받을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고 있는 작품이며 충분히 즐길수 있는 영화다. 그렇기에 이 영화를 [슈퍼맨 비긴즈]라고 생각하자.
 
 
평점:★★★
TV,VOD 평점:★★★
 
(오늘부터 별 넷 만점 기준에서 별 다섯을 만점으로 수정했습니다.)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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