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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전' 리뷰: 악마들을 잡기위해 악마와 함께 지옥으로 들어가다 ★★★

18.05.2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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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전,2018]
감독:이해영
출연:조진웅, 류준열, 김주혁, 박해준, 진서연, 차승원

줄거리
의문의 폭발 사고 후, 오랫동안 마약 조직을 추적해온 형사 '원호'(조진웅)의 앞에 조직의 후견인 '오연옥'(김성령)과 버림받은 조직원 '락'(류준열)이 나타난다. 그들의 도움으로 아시아 마약 시장의 거물 '진하림'(김주혁)과 조직의 숨겨진 인물 '브라이언'(차승원)을 만나게 되면서 그 실체에 대한 결정적 단서를 잡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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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전>은 초반 설정부터 눈길을 모은다. 전설적인 마약 범죄자를 잡기 위해 오랫동안 고군분투한 형사에게 안내인 같은 존재가 나타나게 되고, 형사는 그를 통해 '설'로만 들었던 진짜 마약 범죄의 세계에 진입하게 된다. 영화는 이 과정을 게임 속 세계의 레벌 단계로 진입하는 형식으로 표현한다. 

원호의 시선은 말로만 듣던 마약 세계의 현실을 목격하게 되는 관객의 눈이 되고, 시종일관 무표정으로 검은 정장을 입은 채 묵묵하게 원호를 보스들에게 안내하는 락은 지옥을 안내하는 저승사자 같은 존재가 된다. 마약 범죄의 세계로 진입하면 진입할수록 소문으로 들었던 여러 보스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의 기이한 모습에 압도적인 힘을 느끼게 된다. 이 캐릭터의 존재가 <독전>의 긴장감을 높여주는 주요 요인이다. 

캐릭터의 힘과 존재감이 남다른 만큼, 배우들의 역할이 매우 클수밖에 없다. 주연부터 조연진까지 모두 자신들의 강점을 최대한 쏟아내고 있기에 연기력 적인 측면에서 절로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혼신의 연기력에 걸맞게 세련된 영상미와 편집 기술 또한 매우 돋보인다. 원호와 형사들이 진하림과 만남을 갖고, 박선창을 맞이하게 되는 초반부는 그러한 삼박자가 만들어낸 최고의 명장면이다.

조진웅, 김주혁, 진서연, 박해준, 류준열 등 다섯 배우의 연기적 재능이 돋보인 동시에 즉흥적 상황이 만들어내는 연극 무대의 성향을 그대로 옮겨놔 영화적 완성도의 흥미를 높여주는 장면이다. 압적 카리스마와 기이함을 선보이는 진하림의 개성을 그대로 이어받아 잠시나마 자아를 포기하는 원호의 심리와 갑작스러운 마약 흡입으로 인해 생사를 오가는 장면은 극도의 긴장감과 예측불허적 상황을 불러오게 한다. 수많은 감정을 교차시키며 개개인의 개성과 심리상태를 부각한 만큼 이 부분이 말하는 장면은 꽤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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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캐릭터와 이를 빛내주는 연출적 상황을 통해 누아르물 특유의 정서를 부각하고 있는 만큼, 최고의 결과물이 나오기를 기대하게 만들었지만 아쉽게도 <독전>은 최고 완성도의 정점까지 찍는 데에는 실패했다. 여러 캐릭터의 존재감이 강한 게 장점이라 한들 결과적으로 주연급의 비중이 더 크게 그려져야 했다. <독전>은 그러한 인물의 초점과 비중을 정하는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실수였다. 

누아르가 주요 인물의 진함 감성과 인간관계에 초점을 맞춘 장르인 만큼, <독전>은 원호와 락 이 두 인물만이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두 사람의 관계 좀 더 초점을 맞춰 다양한 정서를 끌어냈어야 했지만, 중반 이후부터 영화는 여러 캐릭터의 존재감을 빛나려 한 사건 전개를 유지하려 한 탓에 두 사람의 구체적인 관계를 부각하지 못했다. 영화의 마지막 반전과 라스트씬이 이 둘의 드라마를 강조하면서도 그리 크게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연기, 연출, 촬영 등의 삼박자적인 완성을 제대로 받쳐주지 못한 각본의 영향이 아쉽게 느껴지는 작품이지만, 명연기를 선보이며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낸 배우들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기억될 만한 영화인 점은 틀림없다. 특히 역대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며 섹시한 악역의 모습을 보여준 故 김주혁의 마지막 연기가 너무나도 강렬하게 다가온다. 이상하리만큼 그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애틋하게 다가오는 영화였다. 

<독전>은 현재 절찬리 상영 중이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NEW/용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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