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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들 자랑하는 '예쁜 엄마' [당신의 부탁]의 임수정

18.04.22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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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엄마>를 통해 첫 엄마 연기에 임한 임수정. 처음 엄마 연기에 도전한 소감과 근래 들어 독립 영화 위주의 작품에 출연하고 있는 이유와 작품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개봉 시기가 <어벤져스>와 겹친다.

영역이 달라서...(웃음) 오히려 우리 영화는 예술극장등에서 볼 수 있는 영화니 보고 싶은 관객들은 어떻게든 보러 올 거라 생각한다.


-근래 활동영역을 보면 <더 테이블>과 같은 작은 영화들 위주로 나오고 있다. 본인 활동영역을 그쪽으로 한정하고 있는 이유는? 

작년부터 <더 테이블>과 같은 독립영화에만 나오고 있어서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사실, 인디 예술 영화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건 몇 년 전이다. 크고 작은 영화제의 심사위원을 하게 되면서 진지하게 우리의 독립, 단편 영화들을 보게 되었다. 수준높은 완성도와 개성 넘치는 이야기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이것이 다양성의 힘이라 생각했다. 나는 한국영화 르네상스 시대에 커왔던 배우였기에 그 기억이 남는다. 상업 영화에 활동하고 있는 나같은 배우들은 눈을 돌려서 인디 영화와 협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거 출연작인 이윤기 감독님의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도 작은 영화지만 취지가 좋아서 노개런티로 출연했었다. 현재의 상업영화는 남성 중심의 영화들 위주로 기획 되고 있으며, 그러다 보니 여배우들이 할수 있는 역할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깊이 있는 캐릭터를 하고 싶었다. 물론 난 아직도 천만 영화를 목표로 하는 배우다. (웃음) 


-엄마 역할을 하면서 여러 생각을 많이 들었을 것 같다.

아마 나에게는 엄마 역할은 첫 도전이었다. 효진이는 32세의 젊은 여성이며, 난데없이 16세의 아들까지 생긴 특별한 상황까지 지니고 있다. 그러한 특별한 설정 덕분에 극 중 설정이 당황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엄마 역할을 할 수 있는 데에서 어떻게 연기할지도 오래전에 고민했었다. 이 제안이 왔을 때 그리 놀라지 않았지만, 연기적인 측면에서 모성을 표현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연기하면서 우리 엄마에 대해 자주 떠올렸다. 나도 남동생이 하나 있는데, 엄마가 우리 형제를 위해서 헌신적인 노력을 해왔기 때문에 이 영화를 통해서 엄마라는 건 위대하다라는걸 배우게 되었다. 


-영화를 보면 효진이 모성애로 아이를 받으려고 한 것 같지 않다. 남편을 잃고 채우기 위한 것이라는 여운도 담고 있다.

효진이 종욱을 데리고 오는 부분이 인생에 있어 큰 결심이었다. 감독님이 그 부분이 관객이 납득해야할 부분이라고 강조하셨다. 영화 초반부에서 남편을 잃은 상실감, 우울감과 같은 무료한 일상에서 남편이 아들을 만나게 된다. 효진의 대사에도 있지만 종욱을 보면 죽은 전 남편의 모습이 떠올렸다는 부분이 있다. 당연히 남편이 생각났을 것이다. 극 중 효진의 심리적 상황 자체가 우울증이 있는 상태다. 우울증 상태에서 대책 없이 결정하는 증상들이 있기 마련이다. 어쩌면 그런 것이 종욱을 데려오는 데 있어 크게 작용이 되었을 것이다. 그 점에서 본다면 효진 본인은 이 아이를 자기 아이로 키우자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남편 없이 2년 넘게 지내고 있는데 저 아이는 아무도 돌보지 못한 홀로된 상태이기에 우선은 데려와야겠다 생각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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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입양 소재의 작품과 달리 이 영화는 시종일관 어색한 모자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작품이다. 종욱 역할인 윤창영과 어느 정도의 관계를 유지하려 했나?

아직까지도 나를 부르는 명확한 호칭이 없다. (웃음) 쉽실제로 나이차가 많이 나는 편이어서 찬영이 입장에서는 내가 엄마와 누나 사이다. (웃음) 실제로 찬영군과 연기를 하다 보니까 굳이 억지로 가까워지려고 하지 않았다. 같이있으면서 어색한 편이 많았는데, 이 감정이 극 중 분위기와 잘 어울리겠다 생각나서 그대로 가져가야겠다 생각했다. 나는 오히려 그 정서가 좋았다. 지금은 예전과 달리 많이 친해졌다. (웃음) 


-그러면 이제 내 아들 자랑을 하자면?

(크게 웃음) 누구나 그 또래다운 면이 있는데, 종욱이는 다른 또래와 달리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면이 있다. 나이 차가 많이 났지만, 너무 불편하지 않게 느껴졌으며, 쏠쏠하게 이야기가 잘 통한 면이 있었다. 알면 알수록 연기에 대한 열정이 매우 큰 친구여서 <라라랜드>를 열 번 이상 봤다고 한다. 


-극 중 실제 모성의 감정이 느껴질 때는 언제였나?

종욱이가 갑자기 연락을 받지 않아 효진이가 걱정하는 장면에서 모성애의 감정이 느껴졌다. 그때는 연기였지만, 진짜로 걱정이 되는 거였다. 그래서 연기할 때는 우리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며 진심 어린 충고를 해주었다. 


-힘든 부분은 없었나?

연기적인 것보다 더위가 더 문제였다. 효진 연기하면서 온몸과 마음을 빼고 연기했다. 그래서 효진 답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연기적으로 깊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다음 작품이 뭐가 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의 연기는 기존의 임수정과 다른 깊이감으로 다가올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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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발전하는 현재의 흐름이 연기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

맞다. 내 자체가 그렇게 성장했다. 이번 영화를 마치면서 이런 캐릭터가 나에게 잘 어울리는 캐릭터라는걸 알게 되었다. 내 속도에 맞는 연기를 해야 대중들도 나를 좋아할 거라 생각한다. 물론  배우로서 몇 번의 시행착오가 있었고, 기대 이하의 결과물이 나온 적도 있었다. 그렇게 자기 검열을 하면서 조금 더 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철없는 종욱의 행동에 의해 스트레스받는 모습을 보면서 <피아노 치는 대통령> 시절의 철부지 여고생으로 나온 모습이 생각났다. 당시 신인 시절과 십 대 시절의 임수정은 어떤 모습이었나?

엄마들이 다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웃음) 내 신인 시절을 떠올려 보면 잘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이걸 어떻게 하지?'라고 당황하던 모습이 많았다. 지나고 보면 당연하게 그때는 어떻게 하는지도 모룰 수밖에 없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내성적이고 폐쇄적이고 어설픈 시절이었다. 더 어린 십 대 때는 공개된 자리에 발표하면 잘 하지도 못했고, 얼굴도 빨개지는 아이였다. 손들고 자체가 대단한 용기였다. 그런 성향의 아이가 배우가 되었으니 참 이상하다. (웃음) 


-너무 많은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마음으로 임하고 있는가?

좋은 작품을 하는 것이 내 바람이다. 그래서 촬영현장에 빨리 가고 싶다. 그래서 홍보하지 않고 굳이 연기만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찍는 건 재미있고 신기하다.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이 만드는 과정이 너무 좋았고 배우라는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직접 연출하실 의향은 있으신가?

그런 이야기가 가끔 들어온다. 하지만 극 영화에 대한 연출은 능력이 대단해야 하고, 해야 될 것도 많아서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차라리 제작, 기획, 프로듀서는 가능하고 다큐 연출이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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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떤 다큐를 촬영하고 싶으신가?

채식 관련된 다큐를 해보고 싶다. 일본 교토만 봐도 채식레스토랑이 많고 맛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여러 사람이 함께 채식을 할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다작하는 편이 아니다. 선택 기준은?

20대와 지금의 필모가 확실히 달라졌다. 아마도 인간 임수정이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20대 때는 오로지 일 목적으로의 연기였다면, 30대는 연기외 다른 것에 즐거움을 찾는 시기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더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그래도 연기에 대한 열정이 뜨거워서 나에게 맞는 작품을 하고 싶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나의 선택대로 내길을 가겠다' 하는 자주적인 캐릭터에 더 눈길이 간다고 해야 할까? (웃음) 이번 영화속 효진에 더 눈이 갔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앞으로도 그런 기준의 캐릭터를 선택할 것 같다. 


-자주적 캐릭터를 하고 싶다 해서 드리는 질문이다. 며칠 전 임순레 감독님과 인터뷰를 한적이 있었다. 한국 영화의 자주적 여성 캐릭터와 관련해 질문을 드렸는데, 감독님이 "<미옥> <악녀> <차이나 타운>의 여성의 주인공이지만 남성의 시선에서 비춰지는 여성이라 생각한다. 일반화시키지 않고 너무 특수하게 만든다 해서 그게 평등한 영화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셨다. 만약 차기작이 상업 영화인데 일반화된 캐릭터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만약에 장르적 캐릭터의 여성을 하더라도 임감독님 지적하신 것처럼 남성의 시각으로 여성다움이 그려진 전형적인 캐릭터리면 감독과 충분히 대화해서 좀 더 다르게 해석하려 할 의향이 있다. 내가 하는 주체적 여성으로서의 모습이 더 돋보인 캐릭터를 그리고 싶다. 그렇다고 장르물을 안하고 다른 영화만 하기는 어려우니 그런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이제는 많이 바뀔 거라 본다. 미투 이후로 사회적 변화가 있을 것이고, 창작자들도 그 점을 고려해서 캐릭터를 완성할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어떤 변화들이 생길지 한 명의 관객으로서 지금과는 다양한 여성 캐릭터가 나오길 바라고 있다. 


-임수정이 생각하는 나이 듦은?

나도 근래 들어 나이를 먹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중들이 아직도 어린 이미지의 나를 생각하고 있는 것에는 고맙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을 뛰어넘지 못한 기억을 주지 못했다는 한계를 느낀다. 그럼에도 나는 나닝든 내 모습이 참 좋다. 어릴 때도 좋았지만, 금도 아주 좋고, 무언가 좀 더 자유로울수 있어서 참 좋다. 그래서 지금 나이에 맞는 연기를 꾸준하게 하고 싶다. 이제 여고생 역할은 더이상 못하겠지? (웃음)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명필름 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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