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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포스트' 리뷰: 스티븐 스필버그가 왜 천재인지를 보여준 작품 ★★★☆

18.02.20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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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포스트, 2017]
감독:스티븐 스필버그
출연:메릴 스트립, 톰 행크스, 알리슨 브리, 밥 오덴커크, 제시 플레먼스

줄거리
1971년, 뉴욕 타임즈의 ‘펜타곤 페이퍼’ 특종 보도로 미 전역이 발칵 뒤집힌다. 트루먼, 아이젠하워, 케네디, 존슨에 이르는 네 명의 대통령이 30년간 감춰온 베트남 전쟁의 비밀이 알려지자 정부는 관련 보도를 금지시키고, 경쟁지 워싱턴 포스트의 편집장 ‘벤’(톰 행크스)은 베트남 전쟁의 진실이 담긴 정부기밀문서 ‘펜타곤 페이퍼’ 입수에 사활을 건다. 결국 4천 장에 달하는 정부기밀문서를 손에 쥔 ‘벤’(톰 행크스)은 미 정부가 개입하여 베트남 전쟁을 조작한 사건을 세상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최초의 여성 발행인 ‘캐서린’(메릴 스트립)은 회사와 자신, 모든 것을 걸고 세상을 바꿀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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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 이란 상업 영화 분야에 있어 프로패셔널함을 유지하는 연출자에게는 부여하는 최고의 호칭이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영화계의 '장인'을 대표하는 인물로 오랫동안 언급되었으며, 이번에 개봉하는 <더 포스트>는 그가 왜 장인이고 천재인지를 증명시켜준 작품이었다. 

사실 <더 포스트>는 그동안 완성된 정치, 진실 소재 영화의 (덧붙여 닉슨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전형에서 볼 때 크게 돋보인 작품은 아니다. <링컨> <스파이 브릿지>과 같은 근래 그가 연출한 시대물을 관심 있게 관람한 관객이라면 <더 포스트>의 흐름과 인물에 대한 접근방식도 그리 새롭지 않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과 같은 언론의 용기를 소재로 한 영화들의 흐름을 생각해 본다면, 다소 거창했던 오프닝과 다른 중반부에 심심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 점에서 보면 <더 포스트>는 지금껏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들었던 정치, 시대물 중 돋보인 작품은 아니었지만, 이상하리만큼 그의 작품 중 가장 흥미로운 영화였다. 오락 영화로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진지하면서도 심각한 소재를 스필버그는 이마저도 긴장감 넘치는 오락 영화로 완성했다. 그러한 그만의 재주는 영화 전반부에 들어서 본격적으로 드러나게 되면서 심심했던 전반부의 흐름이 이해가 간다. 

영화의 전반부는 인물들에 대한 설명으로 치중되었으며, 이들이 이후에 선보일 행동에 대한 당위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남편의 사망으로 갑작스럽게 최초의 여성 발행인이 된 캐서린과 의욕적인 편집장 벤은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의 기반인 콤비, 우정, 조화로 이어진다. <더 포스트>는 진실에 대한 소재만큼 이 두 인물의 관계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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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과 캐서린은 명목상 회사의 상관과 부하 직원의 관계이지만, 경영자와 편집인의 명확한 신념을 지키며 대립하는 언론사의 특별한 관계를 상징한다. 이는 스필버그 영화에서 보기드문 인간관계이다. 의 외계인, 지구 소년이 처음부터 끝까지 우정을 지키며 협력했던 것과 달리, <더 포스트>의 벤과 캐서린은 신문사의 존폐가 걸린 상황에서도 각자의 신념을 위해 사사건건 충돌한다. 

잠잠했던 영화의 분위기가 갑작스럽게 긴박하게 흘러가기 시작한 때는 바로 이러한 사명감을 지닌 사람들이 충돌하고 대립하면서 부터다. 월남전을 뒤엎을 엄청난 진실을 사이에 두고 보도 사명을 띄고있는 기자들과 회사를 지키기 위한 경영진이 대립하게 되면서 <더 포스트>는 거대한 딜레마의 영화가 된다. 이것이 바로 하나의 신문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이자, 언제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대립하며, 최선의 길을 찾게 되는 언론사의 현실을 반영하는 부분이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들의 이러한 프로다운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구성하는지, 혹은 올바른 민주주의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려 한다. 이는 영화의 배경이자 안보를 이유로 진실을 억압한 당시 닉슨 행정부의 행태를 대비를 통해 비판한다. 언론사를 구성하는 기자와 경영진의 다채로운 모습과 사연을 절묘하게 담아내고 있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유심하게 봐야 하는 인물은 메릴 스트립이 연기하는 캐서린이다. 

최초의 여성 신문 발행인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넘어서, 남편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극복해 자신에게 주어진 경영자로서의 사명을 이어받아 미국 사회를 비롯한 여성들의 사회 진출을 개선하는 역사적인 인물임을 보여준다. 메릴 스트립의 가녀린 연기와 카리스마가 캐서린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며 영화의 정서를 깊이 있게 완성했다. 톰 행크스를 비롯한 열정 넘치는 언론인을 연기한 다양한 출연진의 열연도 언론 영화에서 느끼기 힘든 감동을 선사하는 데 일조한다. 

<더 포스트>는 2월 28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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