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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긴 여운] 대참사를 막기위해 미래에서 온 특수요원의 위기상황 [시간 에이전트]

최재필 ㅣ 17.12.0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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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에이전트,2015]
감독:전주영
출연:최귀웅, 전영희

줄거리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미래에서 과거로 온 에이전트. 임무완수 후엔 미래로 가지 못하기 때문에 온전히 타임워프한 시간만큼 지내며 살아가야 한다. 아무 사건에 개입하지 말고 바깥세상과 단절된 채 말이다. 혼자 있는것에 익숙해진 에이전트는 어느날 다리에서 뛰어내리려는 소녀와 마주치게 되고...그의 임무에 균열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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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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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시간 여행과 시공간을 소재로 한 SF 영화에 기본으로 등장하는 운명에 관한 물리적 법칙을 설명하며 의미심장한 출발을 알린다. 우리에게 익숙한 '타임 슬립' 소재 영화인 [백 투더 퓨처][12 몽키즈][루퍼][타임 패러독스] 등에 언급되고 있는 중요한 법칙으로 정해진 운명의 시간에 개입하게 되면 모든 것이 어긋나게 되는 냉정한 현실이다. 우리의 주인공은 이러한 물리적 법칙 내에 정해진 선에서 미래에 발생한 참사와 범죄를 막기 위해 미래에서 파견된 특수요원 '시간 에이전트' 이다. 

여타의 SF 영화에서 묘사된 시간 에이전트들은 임무와 관련한 정해진 규범이 아닌 이상 현실의 시간과 사건에 절대로 개입해서는 안 되는 의무를 지고 있다. 이 법칙에 의해 이들은 과거 즉, 현재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지 않고, 눈앞에 보이는 인간의 도움을 요구하는 사건과 상황에도 절대 개입하려 하지 않는다. 자신의 행동 하나가 미래에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현대인들과의 관계를 단절한 채, 철저히 혼자 지내야 한다.

영화 [시간 에이전트]의 이야기와 초점은 그러한 비운의 운명 속에 살아야 하는 주인공의 삶에 맞춰져 있다. 미래에서 온 중대한 임무를 맡은 요원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화려하거나 긴박감이 담긴 SF 액션 스릴러를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영화 속 주인공은 미래에서 온 특별한 인물이라는 신비감을 전해주기보다는 현대의 각박한 현실 속에 스스로를 고립시킨 외로운 현대인처럼 느껴지며, 이를통해 현대인의 외로운 정서와 인간 관계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려 했다. 

얼핏보면 강렬해 보이지 않은 영화 같지만, 이것이 [시간 에이전트]가 추구하고자 한 특유의 설정이다. 기존의 장르적 흥미속에 잊혀진 캐릭터의 다른 이면을 부각해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SF 타임 슬립물을 완성하려 한 것이다. 타임슬립 영화가 블록버스터로 점칠 된 화려함이라는 범주에 구속받지 않고, 단편 영화와 같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도 충분히 새로운 콘텐츠로 완성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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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됐든 영화 속 주인공은 그러한 법칙과 의무를 철저히 지키며 자신에게 주어진 고달픈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한다. 사람들의 삶을 관찰하고 지켜보다가 결정적인 타이밍에 개입해 그들의 정해진 운명을 바꿔놓으며, 미래에 발생할 범죄를 조기에 예방한다. 첫 오프닝 장면은 그러한 그의 임무를 잘 보여준 대표적인 장면으로, 운명적인 만남과 사랑의 시작이 200여 명의 인명을 죽이는 원인으로 연결되는 아이러니함을 의미한다. 

삶과 죽음이 동전의 양면성 같듯이, 우리의 삶 속 행복과 비극도 그와 같은 것이다. 그러한 비극적인 삶의 아이러니를 묵묵하게 바라보며, 아무렇지 않듯이 임무를 수행하던 그에게 예상치 못한 위기가 발생하게 된다. 철저하게 자신의 삶을 지켜오며 그 누구의 개입도 허락하지 않던 그가 우연히 다리 위를 지나가다가 자살하려는 여고생과 마주친 것이다. 초반까지 의미심장한 시간의 운명에 대해 이야기하던 영화가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아이러니한 코미디로 바뀌게 된다. 마치 전자에 언급한 동전의 양면성처럼…

'맨 인 블랙' 처럼 검은 옷을 입고 나름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던 에이전트는 자살할지 말지 고민중인 여고생앞에 쩔쩔매게 된다. 임무를 위해 무시하기에는 둘의 거리는 너무 가까웠고, 이미 여고생이 에이전트를 똑바로 쳐다본 상태다. 에이전트는 이미 갈데까지 간(?) 대책없는 여고생을 자신의 비밀 거주지로 데려와 라면을 대접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 여고생은 놀라기는 커녕 그러한 에이전트의 정체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의 삶에 대해 묻게된다. 에이전트는 미래에 자신이 결혼했던 삶과 여기에 오게 된 배경을 설명하며 아무도 몰랐던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털어놓게 된다. 

자신이 여고생을 살린 것이 실수가 아닌지 고민한 에이전트는 여고생이 잠든 틈을 타 몰래 신분증을 보게되고, 그녀의 이름이 문이슬 임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미래에 신원조회를 해본 결과…문이슬은 오늘 날짜에 사망했어야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래간만에 대화를 나누며 삶을 공유했던 이슬이에게 정감을 느낀 에이전트는, 그녀를 조용히 제거하기(?) 위해 우유에 약을 타게 되지만, 잠에서 깨어난 이슬은 앞으로 일주일 동안 에이전트의 삶을 도와주며, 자신의 생사에 대해 고민해 보겠다고 말한다. 문이슬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에이전트는 놀라기는커녕 오히려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그 또한 사람이기에 함부로 사람의 생사를 결정한 것에 대해 괴로워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외로움이 더 싫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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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 아니게 저승사자가 된 에이전트와 여고생 문이슬의 정겨운 동거 생활이 시작되고, 진지하던 영화는 정겨운 분위기로 이어지게 된다. 에이전트의 집 청소를 도와주고, 함께 밥을 먹고, 게임을 하는가 하면, 에이전트가 혼자 행하던 임무를 도와 미래의 인류를 지켜낸다. 그리고 일주일이 되자, 이슬이는 죽기로 결심한다. 정이든 이슬이를 보내야 한다는 사실에 에이전트는 혼란을 느끼지만, 그래도 운명은 운명이다. 미래를 위해 이슬이를 보내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둘만의 어색한 시간이 생기게 된다. 

이후 영화는 두 사람의 마지막 시간을 한편의 짧은 콩트 드라마로 표현한다. 자신이 평소 아끼고 있던 '고추 참치' 캔을 이슬이에게 말없이 건네는 장면은 이 영화가 추구하는 암묵적인 유머이자 인간미가 담긴 정겨운 요소다. 이 장면의 여운은 마지막 침대에서 함께 누운 채 서로의 생각과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마지막 엔딩의 정서로 연결돼 타임 슬립 SF 물에서 좀처럼 느끼기 힘든 감동적인 장면이다.

[시간 에이전트]는 시간여행이라는 공상과학적인 소재를 토대로 현대인의 외로움, 관계, 삶의 아이러니함을 함축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작품이 지니고 있는 정서적 여운과 함께 SF 영화 팬들이라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디스토피아'적인 음울함을 잘살린 수준급의 영상미와 카메라 구도를 만들어 낸 점과 시간과 운명의 관계를 잘 표현한 편집과 묘사 또한 매우 인상적이다. 독립영화라는 한정된 제작비와 힘든 여건 속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는 점은 매우 칭찬할만한 대목이며, 향후 장편 영화로 만들어져 후속 이야기를 지속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또다른 추천 단편 '연애 '을'들의 운명적인 만남' [그와 그녀의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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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그녀의 카메라, 2014]
감독:정서영
출연:심소영, 문광환, 이선주

줄거리
‘혜원’은 남자친구의 권유로 수동카메라를 산다. 얼마 후 남자친구에게 이별통보 받은 혜원은 수동카메라를 중고점에 판매한다. 
‘광식’은 여자친구에게 수동카메라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얼마 후 여자친구에게 이별통보 받은 광식은 중고점에서 수동카메라를 발견한다. 중고점에서 수동카메라를 산 ‘광식’은 사진을 찍으며 길을 걷다가 ‘혜원’을 발견하고 천천히 카메라 레버를 당긴다.  

극 중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남과 녀는 연얘 관계에서 상대방에게 너무 맞춰주려 한 '연예 을' 들이다. 최초 수동카메라는 두 사람의 사연이 담긴 매개체였다. 원래 주인인 여자에게는 옛사랑에 대한 잔상이 그대로 남겨진 카메라였으며, 남자에게는 헤어진 사랑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이 담긴 물건이었다. 각자의 과거의 잔상이 담긴 이 카메라가 다시금 작동되었을 때, '을'의 관계였던 두 사람은 운명적으로 연결된다. 두 사람의 만남은 그냥 운명이었던 것일까? 아니면 카메라 라는 물건이 만들어준 인연이었던 것일까? 두 사람이 운명적인 만남을 하기까지의 섬세하면서도 감성적인 표현이 인상 깊게 다가온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씨네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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