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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옥]의 김혜수, 그녀도 배우일을 그만두고 싶었을 때가 있었다?

최재필 ㅣ 17.11.12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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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작인 [미옥]이 언론 시사 이후 극명한 호불호의 평을 받고 있었지만, 김혜수의 표정은 여전히 해맑았다. [미옥]에서 조직의 언더보스이자 냉철한 해결사로 등장했지만, 오늘 인터뷰에서만큼은 우리에게 익숙한 당당함과 우아함을 동시에 지닌 주인공이었다. 그런 긍정적 이미지가 강한 그녀도 한평생 배우 활동을 하면서 회의감과 어려움을 느꼈던 적이 있었을까? 물론 누구나 어려운 시기가 있기 마련이지만, 한국 영화계의 탑여배우에 위치한 그녀가 느꼈던 그 어려움은 어느정도 였는지가 궁금했다. 그럼에도 지속해서 이 연기 활동을 이어나가며, 영화계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그녀가 한편으로는 고맙게 느껴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영화를 본 소감은?

언제나 완성품을 보고 나면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다. 관계에 대한 밀도가 좀 더 촘촘하게 전달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못된 거 같아 좀 아쉬웠다. 베일에 싸여있는 김 여사와 여자들 간의 연대가 좀 더 힘이 실렸으면 어땠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것은 연기하는 사람과 전체적 균형을 고려해야 하는 감독님과의 시각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시각적 차이라면?

맨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누아르 영화만의 미덕이 느껴졌다. 인간의 관계와 그 밀도가 깊이 있게 느껴졌고, 인물들 간의 조금씩 어긋나는 지점들이 인상적이었다. 그로 인한 인물들의 심리적 변화와 오해가 발생하고 파국에 치닫는 과정도 담겨 있었다. 현장에 대한 욕망을 지니고 있었던 상훈과 이 모든 것을 버리고 싶어 하는 현정 개인의 욕망이 모두 담겨있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 지점이 너무 좋았다. 현정이 모성애가 강한 인물인 것처럼 그려졌지만, 나는 영화 속 현장의 모성이 여자의 욕망을 이뤄지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생각한다. 감독님과 대중의 시각은 아마 일반적인 모성애였을 것이다. 


-나현정이란 인물이 매우 화려하게 묘사되었다. 그녀가 이렇게 돋보인 이유는 무엇이라 보는가? 단순한 비주얼적인 강화를 위해서였나?

직업 때문이다. 영화에서도 나왔듯이 현정은 조직에서 큰일을 실행하고 그것을 빌미로 조직을 강화하는 인물이다. 영화에서 자세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사실 현정은 강남 뷰티샵의 원장이다. 그녀는 연예인 이상으로 유명한 여성이었으며, 대중에게도 노출된 유명인이다. 


-촬영 시기로 봤을 때 강인한 여성 캐릭터란 점에서 [시그널]의 캐릭터와 겹쳤을 것 같다. 

의도할 순 없지만, 마음이 가거나 영화적으로 끌린 것으로 선택했던 것 같다. [미옥] [굿바이 싱글] [시그널] 이 순서로 작품을 선택했고, 실제 촬영순서는 [굿바이 싱글] [시그널] [미옥 ]이런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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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의 처절한 액션을 보면서 [달콤한 인생]의 이병헌의 캐릭터가 연상되었다. 현정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타 작품의 여성 액션 캐릭터를 참고했나? 아니면 남성 캐릭터를 참고했나?  

참고한 캐릭터는 없었다. (웃음)


-'액션이 생각보다 약하다'라는 말들이 있다. 현정이 정상의 위치까지 올라오기 까지는 그녀만의 필살기가 있어서라고 보지만, 그에 대한 설명을 액션으로 한건 좀 아쉽다.

액션에 있기 때문에 우리 영화가 액션 누아르인 것이다. 아마 감독님은 이 부분에서 액션이 굳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이 여자는 칼을 썼다기보다는 계략, 전략을 통해서 이 자리까지 왔을 거라 본다. 액션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왔기 때문에 한 것이다. 인천 공명파 마약 조직의 복수와 후반의 액션은 의도하고 한 것이다. 현정 스스로가 욕망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상훈을 만났다. 실제 상훈과 현정의 감정은 굉장히 복잡하다. 남녀가 아닌 동지로서의 연대감이 굉장히 거친 상황들을 맞이했지만, 그 안에서 미묘한 이성적인 관계가 있었다고 본다. 현정을 향한 상훈의 욕망을 받아들이는 순간, 현정의 욕망은 좌절되기 마련이다. 상훈은 그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의 일파를 동원했고, 현정은 자신의 욕망을 지키기 위해 상훈 일파와 처절한 싸움을 펼치게 되었다. 

 
-현정처럼 배우일을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었나?

(웃음) 비슷한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내가 정말 잘하고 있나?" "내가 이것밖에 안 되나?" 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다 그렇지 않을까? 나도 다 그런 고민이 있다. 좌절감과 같은 순간을 맞이할 때가 종종 있다.


-모성애적인 캐릭터를 하게 된 배경은?

지금 나이에 일반적인 여성 캐릭터와 엄마 외에는 없는 것 같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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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서도 언급했듯이 여성들과의 관계가 편집된 게 많다. 그 점에서 많이 아쉬웠을 것이다.

최종본을 마무리하면서 연출자가 최선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도 나는 극 중 안소영 선배님을 실제로 뵈었을 때 너무 반가웠다. 스크린에서 못 보는 사이에 세월이 느껴지는 동시에 눈이 너무 깨끗하시더라. 그래서 난 너무 좋았다. 선배님이 오랜만에 영화를 하셔서 매우 행복해하셨고, 그 모습이 너무나 순수해서 보기 좋았다. 선배님을 다른 영화서도 봤으면 한다. 


-그럼에도 [미옥]은 여성들의 관계가 독특한 영화다. 남성들이 연차를 따지며 머리싸움을 하는 것과 달리, 극 중 여성들은 서로를 챙겨줄 정도로 돈독한 의리가 있다. 극 중 여성들의 이러한 연대와 관계를 어떤 의미로 정의해야 할까? 

조력자인 동시에 어려운 현실을 같이 살아왔기에 동료애가 있었고, 그 때문에 서로 지켜주고 싶은 게 있었을 것이다. 웨이를 향해 "너 지금 당장 그만둬!"라고 말한 것은 질투가 아닌 정말 여동생을 위한 마음에서 그려진 것이다. 아마 현정은 자신이 꿈꾸는 욕망을 그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 것들이 수면위로 올라왔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멀리서 현정을 봤을 때의 감정은 어떤가?

짠하다. 현정은 차가움과 뜨거움이 공존한 캐릭터로 봤지만 나는 어떻게 보면 비슷한 감정에서 바라봤다. 팔팔 끓는 감정이 아닌 그 뜨거움을 누르고 살아가야 하는 여자라고 생각했다. 


-현정의 마지막 액션은 분노인가? 모성애의 감정을 위한 처절한 표출인가? 

마지막으로 상훈을 만난다고 생각하는 마음으로 했다. 아들이라기보다는 상훈과의 감정을 만나 내 의사를 전하는데 목적을 두었다. 그다음이 아들을 찾으러 가는 이야기다. 나는 아들을 모성이 아닌 욕망으로 봤다. 초지일관 현정은 그런 여자라고 생각했다. 이 여자에게는 그런 불가능 할수 있었던 평범한 삶의 목표에 아들이 왔고, 그 아들이 와서야 구체적인 꿈을 이룰 수 있는 목적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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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캐릭터를 또 선택한 이유는?

강했다기보다는 끌린 것을 한 것이다. 아무래도 [차이나타운]이 강해서 그런 것 같다. 이 영화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위한 영화다. 의도적으로 순화되었다는 건 의도한 건 아니다. 


-끌렸던 작품의 기준이 있다면?

마음 움직이는 대로다. 명확한 뜻은 없다. 이를테면 이런 걸 했으니 이런걸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들어오는 시나리오를 다 보는 편이다. 작품이 좋지만 안 끌린 것도 있고, 무언가 미진하지만 움직이는 게 있다. 결국에는 마음에 더 끌리는걸 하게 된다. 


-신인 오하늬가 주눅 들고 위축되지 않게 웨이 역할을 과감하게 해냈다.

오하늬가 연기한 웨이 캐릭터가 사실은 좀 더 크게 남았다. 오하늬 역시 잘했지만, 영화가 좀 더 부각을 해줬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좀 더 탄탄하고 인물들이 좀더 빛났을 거라 본다. 누아르에서 여정이 액션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정서가 있다고 본다. 


-그동안 여성 캐릭터의 진보를 이끈 입장에서 요즘 한국 영화계의 능동적 여주인공이 지속해서 등장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보는가? 영화계가 여성을 보는 시각이 많이 변하고 있다고 보는가? 

글쎄, 그게 내가 체감할 정도의 변화는 아니지만 분명 변하는 시각이 있다고 생각한다. [미씽:사라진 여자]를 보면 무언가 여성이 주체가 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최근에 [용순]과 같은 영화를 보면서도 굉장히 작고 평범하지만 십 대 여성의 심리상태를 너무나 디테일하게 잘 담았다고 본다. 나는 그런 영화를 응원하고 싶다. 그리고 자기의 분야에서 스펙트럼을 느끼는 시도도 좋다고 본다. 이것을 시도로 하지 않고 큰 성과를 내고 있다고 본다. 정말 유의무의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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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출연작 중 재평가를 받았으면 하는 작품은?

[곰탕]이라는 드라마다.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인데 그게 바로 여성들 간의 유대관계를 담은 작품이다. 남편들의 부재로 인해 두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는데, 남자의 아내와 그 첩의 관계를 담았다. 그 시대를 산 여성들의 이야기를 잘 담았고, 두 여자의 연대를 너무나도 정감있게 잘 담았다. 그런 시대를 초월한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연대를 잘 담았다는 점에서 나중에라도 재평가를 받았으면 한다. 아마 이 드라마는 명절 특별 드라마로 기획되었다.  


-그동안 연기를 해오면서 다양한 이미지와 캐릭터를 구축했다. 사랑스러운 여인을 주로 했다가, 최근의 연기적 행보는 자주적인 여성과 모성애적인 캐릭터다. 어떤 연기가 더 깊이 있게 와닿았나?

글쎄, 잊어버렸는데…어떤 캐릭터가 와닿았다기보다는 이게 어떻게 그려졌기 때문에 얼마나 더 몰입할 수 있고 솔직히 감정을 발산할 수 있는지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아마 현장의 영향과 컨디션에 따라 더 이입되는 것 같다. 캐릭터라기보다는 그것을 다루는 콘텐츠에서 얼마나 소스가 있는지…내가 이성적인 감정을 얻을 수 있는지에 중점이 있다고 본다. 


-김혜수 하면 당당한 이미지가 우선으로 생각된다.

초지일관 사람이 그럴 수 없잖아…(웃음) 아무래도 대중이 나를 그것으로 우선적으로 생각한 것 같다. 그리고 사람들이 나를 다독가로 보는데 아무래도 내가 일반인들보다 시간이 남기 때문에 책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있었던 것 같다. (웃음) 사실 나는 직업적으로 책이 필요한 사람이기 때문에 책을 봐야만 한다. 


-이번 영화의 액션은 잘 맞았나?

이번 팀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배운 게 많았다. 이번 액션은 내가 걱정한 거에 비교하면 무난했다. 개인적으로 내가 욕하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다. 미옥이 주는 쾌감이라고 할까? 현장에서 여성분들도 많이 좋아하신 것 같다. 남성분들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여성분들은 그런 감정을 그대로 표출할 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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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욕이 뭐였지?

(직접 영화 속 욕을 재연하다가 녹음기가 있는 것을 보고...) 아이고 방금 내가 한 말 취소한다. (웃음) 절대 안 들은 거다. (웃음) 


-이번 영화가 파격 변신으로 화제가 되었지만, 개인적으로 김혜수의 역대 최고의 파격 변신은 [좋지아니한가]에서 보여준 이모의 모습이라 본다. 

그 연기는 내가 자청해서 한 거다. 정윤철 감독님 [말아톤] 다음으로 이걸 하신다 해서 직접 각본을 봤는데, 너무나 흥미로웠다. 각본속 모든 캐릭터들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엄마와 딸은 다 정해져 있어서, 나는 이모를 선택했다. 아마 그때가 [타짜] 개봉과 겹쳐서 진행된 것 같다. 


-예전 MBC에서 진행한 교양 프로그램인 [W]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방송 파업이 마무리되고 정상화가 되어서 [W]와 같은 시사, 교양 분야의 진행 제안이 들어오면 다시 해볼 의향이 있는가?

[W] 같은 프로그램이 참 좋았다. 그런 프로그램이 없어지면 선진사회가 만들어지나 싶다. [W] 와 같은 프로그램이 폐지 되는 건 정말 말이 안 된다. 다시 제안이 들어오면 잘 모르겠다. 어쨌건 그런 프로그램이 부활했으면 한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 강영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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