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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군함도] 소지섭, 그의 평범한 일상이 궁금하신가요?

17.08.03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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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위해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소지섭은 기자가 바로 앞에 오기까지 독서에 눈을떼지 못하고 있었다. [군함도]에서의 거친 협객이었던 칠성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카페에서 여유롭게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는 도시 남성의 모습이 이토록 멋있어 보이기는 처음이었다. 그만큼 소지섭은 자신의 일과 일상을 사랑하며 현재를 즐기고 있는 배우였다. 흔히 말하는 '소간지'의 모습은 바로 이러한 평범하면서도 일상적인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군함도]속 자신의 연기를 본 소감은? 

영화를 두 번 봤다. 그런데 아직도 내 연기만 봤고, 아쉬운 게 많다. 배우가 자기 연기에 100% 만족하지 못하니 그런 것 같다. 


-내일 예매하기 힘들 정도로 보러 올 관객이 많다고 하는데…

아직 감흥이 없다. 사람들이 좋다고 이야기하지만, 아직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겠다. 천만 명 이상 볼 거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우리 영화는 천만 명부터 시작되어야 할 영화다. (웃음) 그래서 이전에 작업한 영화들과 다른 느낌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아무래도 내가 현실적인 사람이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정확한 제작비 액수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많다. 그렇게 해야 우리가 계속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으니까. 크게 봤을 때 한국 영화들이 잘됐으면 좋겠다. 


-시종일관 상체를 벗은 상태서 연기해야 하니 고충은 없었나?

나뿐만 아니라 영화에 출연한 모든 남자배우가 전부 상체를 벗어야 했다. 처음에는 민망했다. 그런데 몇시간 지나고 나니까 금방 익숙해졌다. 준비한 사람들은 정말 민망하지만, 관객들은 그래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장면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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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캐릭터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류승완 감독님과 꼭 작업하고 싶었다. 사실 감독님과 여러 번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감독님이 기회를 주셔서 하게 되었다. 혹시나 시나리오를 안 줄뻔해서 걱정을 많이 했다. (웃음) 이번이 감독님과 작업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류승완 감독 영화의 액션은 전반적으로 거칠고 강한 편이다. 기존 액션 연기와 차이점이 있었다면?

내가 그동안 해온 액션은 감정을 절제하고 얼음 같은 연기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칠성은 굉장히 반대의 캐릭터다. 감독님이 그런 캐릭터를 원하셨다. 거침없고 앞으로 가는 캐릭터였다. 동물로 비유하자면 호랑이와 같다. 그래서 그 어느 때 보다 에너지 넘치는 연기를 선보여야 했다.


-완성된 결과물을 봤을 때의 느낌은?

아직 영화 전체를 디테일적으로 보기 힘들다. 몇 번을 더 봐야 알겠지만, 감독님이 최선을 다해 하셨던 것 같다.


-소지섭의 프로필 중 이만큼 관심을 두는 영화는 오랜만일 것이다.

사실 처음이다. (크게 웃음) 내가 그동안 찍은 영화들은 사실 목표치가 대단한 영화는 아니었다. 망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크게 뜨지는 않았다. 그래서인지 소지섭이란 배우가 영화 쪽에서는 신뢰를 줄수 없는 배우처럼 보였다. 이번 영화를 통해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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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칠성은 [군함도] 속 다른 캐릭터에 비해 꽤 불량한 캐릭터다. 정의를 강조하는 이 영화에서 자신의 캐릭터가 어떻게 빛나야 한다고 생각했나?

나는 빛나는 걸 바라질 않았다. 대신 삶이 처절하게 그려지길 바랬다. 최칠성에 대한 에피소드와 설명이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대략적인 과거를 언급하자면, 종로 최고의 주먹이자 죽을 고비도 많이 한 인물로 그려졌다. 그런 친구가 장소만 바뀌었지 군함도에 와서 쪽팔리기 싫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려 했다. 


-송종구를 연기한 김민재 배우와는 실제로 어땠나? 영화에서 너무 얄밉게 연기했는데…(웃음)

그 친구가 실제로 너무 착하다. 액션도 잘 안 해본 친구라 겁도 많다. (웃음) 그래서 같이 연습을 많이 했다. 모든 배우가 액션 연기를 한 달 반 동안 했는데, 그 친구와 특별히 많이 했다.


-말년과의 스토리가 다소 부족해 보인 것 같았다. 러브 스토리가 필요한것 같은데, 편집된 것인가?

아니다. 그게 다다. 말년과 칠성의 감정은 사랑보다는 연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츤데레 적인 설정이 몇 개 있었지만, 사람들은 멜로 보다는 그러한 연민이 담긴 모습을 더 좋아하지 않을까? (웃음)


-원래 성격도 그러한 츤데레 적인 성향이 강한가?

그런 편이다. 원래 감정을 직접 드러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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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님을 만나기전 느꼈던 이미지가 있었나?

처음 봤을때, 참 궁금한 사람이었다. 막상 같이 작업해 보니 정말 영화에 미친 사람이었다. 정말 영화에 미친 사람이었다. 그리고 지속해서 나에게 고민을 던져주는 사람이었다. 


-마지막 액션신에서는 거의 광기가 폭발하는 모습이었다. 어떤 감정을 갖고 연기 했나?

송종구라는 인물에게 지기 싫어서 그 최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 점에서 보면 칠성의 진정한 짝궁은 송종구 인 것 같다. (웃음)


-캐릭터와 닮은 모습이 있다면? 

건달들이 의리가 있듯이 나 또한 의리가 있는 것 같다. (웃음) 나는 원래 전면에 나서는 것보다 뒤에 있는 게 좋다. 


-칠성이 의리가 있지만, 노무 계원이 되고 나면서 부터 약간 사람들을 괴롭히는 유형이다. 

나 또한 각본상 그런 설정을 접하면서 약간의 혼란이 있었다. 나쁜 놈인지 좋은 놈인지, 헷갈렸다. 하지만 감독님은 그 모습을 다 넣어보고 싶으셨던 것 같다. 그 모든 모습을 껴안는게 그분의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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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선택의 기준점은?

나의 감정이 제일 중요하다. 내가 봤을 때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TV 드라마의 경우는 보는 사람이 즐거워하고, 행복을 느끼는 데 중점을 둔다. 너무 우울한 작품은 당분간 안 하고 싶다. 영화 같은 경우가 그렇다. 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으면 하려 한다. 


-평소 좋은 영화에 투자, 수입을 주도하고 있다. 그렇게 하게 된 계기와 기준이 있다면? 

그냥 좋아서 하는거다. 다른 기준은 없다. 파트너가 수입하면 내가 거기에 참여하는 식이다. 


-투자 관련 모든 수익 활동이 영화에만 국한되어 있나?

아니다. 출판업도 하고 있다. 내 주변 사람들이 일을 잘하고 있어서 문제없이 하고 있다. 


-본인이 잘하는 일은?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게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다. 그래서 중요한 결정이 있을 때는 같이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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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걸 좋아하나?

좋아하지 않지만, 읽게 된다. (쇼파위에 놓여진 책을 가리키며) 현재 '길 위의 토요일' 이라는 책을 읽고잇다.


-최근에 본 영화는?

[첫 키스만 50번째]를 봤다. [군함도] 때문에 긴장하고 해서 기분전환 하려고 봤다. 나도 몰랐는데 다시 보게끔 하는 정겨운 영화다. 유쾌하면서도 무게감이 있어서 참 좋았다. 원래 극장 가서 몰래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한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들은 다 혼자가서 봤다. 그 외에도 혼술, 혼밥 등 혼자 하는 것을 참 좋아한다. 


-류승완 감독님 영화 중에 좋아한 작품이 있다면?

감독님 영화는 다 봤는데 유독 [부당거래]가 재미있게 남았다. 대사 보다는 그 영화가 주는 여운이 너무 좋았다.


-이정현 배우가 총 쏘는 모습을 도와주었다고 들었다.

그렇다. 아무래도 정현 씨 입장에서는 총이 매우 무거웠을 것이다. 그게 생각보다 무게가 있어서 한 손으로 들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쉽지 않은 장면이어서 내가 도와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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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같이 있을 때 사이즈가 확연히 달라 보였다. 

근데 정현 씨는 연기할 때 정말 큰 사람이다. 워낙 깡다구가 있어서 절대 안 지려고 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러고 보니 말년과 칠성이 만나는 첫 장면만 봐도 깡다구가 있어 보이는 게 느껴졌다.

매우 민망한 첫 만남이었다. (웃음) 아이러니하게도 그 장면이 우리의 첫 만남이자 나의 당함이었다. (웃음) 


-송중기, 황정민과 함께 호흡하는 장면이 많지 못해서 아쉽지 않았나? 

그게 좀 아쉬웠다. 의외로 네 명이 함께한 장면이 없었다. 모두가 분리돼서 한 공간을 막고 있어서 아쉬움이 느껴졌다.


-극 중 인물들은 제대로 먹지 못해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한다. 촬영장에서의 실제 배식은 어떻게 줬나?

평소에 식단 조절을 잘하는 편이라 그나마 나는 좀 편했다. 다른 배우들은 밥차가 두 대였다. 일반 배우들이 먹는 다이어트 식단 밥차, 그리고 스태프가 먹는 밥차. 나는 괜찮았는데, 다른 배우들은 정말 힘들어했다. 심지어는 20kg 넘게 뺀 배우들이 너무 많았다. 나보다는 조 단역 배우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그 친구들이 없었으면 이 영화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각자 움직이는 것 같지만 모두 다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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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현장을 보고 많이 변했다고 느낀 적은 있는가?

항상 느끼지만, 촬영현장은 비슷한 것 같다. 앞으로도 개선될 문제들은 많은 것 같다. 그 시절 생각하면 단순히 연기가 좋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조심하고 신경 써야 할게 많은 것 같다. 바라는 것 또한 많다. 그게 참 많이 가둬지는 것 같다. 나 같은 경우 그 시대와 지금 세대를 같이하고 있으니 그것을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조심스러워 하는 게 많다.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예전보다 시간은 잘 지켜진 것 같지만 드라마는 아직 아닌 것 같다. 우선 잠 좀 잤으면 좋겠다. (웃음)  


-힙합 외에 다양한 관심 분야가 많다. 최근 관심사는?

아직은 없다. 그런데 무언가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무언가 새로운 에너지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게 필요하다. 


-이번 영화 덕분에 역사 인식에 많은 영향을 줬을 것 같다.

사실 나도 잘 모르는 사건이었다. 그러다 개봉하니 사람들이 관심을 끌게 되었다. 그래서 아직 긴장을 많이한다. 그래서 우리가 역사를 왜곡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신중히 처리했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봐줄지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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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군함도]와 관련한 기사 리뷰를 봤나?

쪼금 보기는 했다. 1점과 10점을 준 분도 있고 (웃음) 극과 극이더라 (웃음)


-어떤 말을 듣고 싶나?

어떤 말보다는 재미있게 보시고 그다음에 좀 더 [군함도]에 대해 고민해 주셨으면 한다. 첫 번째로는 성공이다. 


-다음 작품은?

이제 힐링하는 작품을 하고 싶다. (웃음) 그래야 다음 영화에 좀 더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아마 내년에는 드라마를 할 것 같다. 앞에서 나 같은 선배 배우가 잘해야 후배 배우들이 좋은 콘텐츠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를 생각해서 내 분야를 키우고 그것을 내려놔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우로서의 방향성을 정의하자면?

좋은 배우이기 이전에 좋은 사람이고 싶다. 둘다 욕심이지만 둘 중에 하나를 포기하라면 배우를 포기하겠다. (웃음)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51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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