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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택시운전사] 송강호, '여자 송강호'를 꿈꾸는 최희서 배우에게 답하다!

17.07.1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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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는 [택시운전사]의 포스터 속 모습처럼 인터뷰를 하러 온 기자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반겨주었다. 인터뷰 전 흡연을 마치고 올 정도로 초조해 보이는 모습이 눈에 띄었지만, 그러한 그의 인간적인 모습이 영화 속 만섭의 익살스러움을 닮았다. 이번 [택시운전사]는 그 자신도 인정할 만큼 큰 부담과 잊지못할 여운을 남겨주는 작품이었다고 한다. 영화를 통해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의 흐름을 몸소 체험한 그의 소감과 함께 얼마 전 [박열]에 출연해 '여자 송강호'가 되고 싶다고 선언한 최희서 배우를 향한 짧은 응원의 메시지도 함께 담았다. 


-영화를 본 소감은?

기술시사때 봤다. 이상하게 한 번도 기자분들과 영화를 본 적이 없다. (웃음) 아마 너무 떨려서 그런 것 같다. 다음에는 VIP 때 한 번 봐야 할 것 같다. 기술 시사는 아침에 하고 원래부터 함께 작업한 스태프들과 함께해서 전혀 반응이 없다. (웃음) 그럼에도 이번 작품은 보면서 많이 울었다. 아마 내 연기 보고 울었던 첫 작품인 것 같다. 


-[효자동 이발사][변호인]과 비교해 이번에도 근현대사 영화의 주인공이다. 전작의 캐릭터 연기와 비교해 이번 [택시운전사]의 연기는 어땠다고 보시나?

모든 배우들의 동일한 생각일 것이다. 다들 자기 연기를 제대로 보질 못한다. 아마 민망하고 너무 부족한 점을 많이 보게 돼서 그런 것 같다. 사실 이번 작품은 연기적인 측면보다는 작품적인 면에서 부담이 컸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있는 역사적 소재인 동시에 그에 부끄럽지 않게 그려져야만 한 작품이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좋게 봐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래도 최소한 진심을 담았다고 생각한다.


-장훈 감독과 함께한 소감은?

장훈 감독은 워낙 점잖고 성실한 사람이다. 진짜 모범생 타입이다. 그래서 작품을 대하는 태도도 참 진지하다. 의형제 때도 좋은 점도 있었고, 이번 작품 같은 경우도 팀웍이 좋았다.


-[의형제]도 그렇고 그동안 작업한 작품의 흐름을 보면 이질적인 사람들이 함께하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에도 우연치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 실화가 준 호소와 매력 때문에 하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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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두 인물의 시선에서 5.18 민주화 운동을 바라보는 작품이다. 배우의 연기가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가야만 했다. 본인이 연기한 만섭을 어떻게 표현하려 했나?

[택시운전사]는 광주를 기억할 때 그 시절에 대한 고발이 아닌 아픈 비극을 통해서 우리가 어떤 희망을 가져야 할지 보여줘야 하는 작품이라 생각했다. 만섭이란 인물이 결정적 순간에 광주로 오려 한 것은 민주화에 대한 열망보다는 사람으로 해야 할 도리를 지키기 위한 의지로 봐야 한다. 내가 태운 손님에 대한 도리를 지키려는 것이 택시운전사의 자세라 깨달은 것이다. 결국, 다시 광주에 왔을 때는 사람으로서 해야 할 도리를 이행하려 한다. 그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시대가 아픔이 아닌 그것을 극복하는 희망에 관한 메시지라 생각한다. 김만섭과 같은 도리가 있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시대가 왔을 거라 본다. 그것이 이 영화의 지향점이다. 


-만섭은 다시 광주 민주화 운동 이후 광주에 왔을까?

또 가지 않았을까? (웃음) 손님이 원하고 돈을 벌러 간다기보다는 당연히 갈 것이라 본다. 그날 만난 광주의 인연들을 너무나 그리워 했을 것이다. 


-[사도] 때는 특별 연기 연습을 했다고 알려졌다. 이번에도 그랬나?

그렇지 않았다. (웃음) 하지만 현재 찍고 있는 [마약왕]에서는 특별 연습을 했다. 후배들이 부산 사투리 연기에 익숙지 않았기에 함께 연기 연습을 하며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다. 


-이번에 자유롭게 선보인 애드립 연기가 있다면?

기분 좋아서 운전하다 조용필의 '단발머리'에 흥얼거리고 몸 흔드는 모습이 애드립 설정이었다. 그것이 만섭의 철부지 같은 성격을 대표하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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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에서 욕도 꽤 하던데, 그것도 애드립 아닌가? 

그건 욕이라기보다는 서민적인 느낌의 언어라고 보는 게 옳지. (웃음) 택시 운전사들이 워낙 그렇게 편하고 서민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나? 그것을 재미나게 표현하고 싶었다. 


-이번 영화에서는 캐릭터가 핵심 사건에 직접 관여하기보다는 가만히 지켜봐야 하는 역할이다. 참상의 현장을 가만히 봐야 한 캐릭터는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만섭이란 인물은 영문도 모른 채 광주로 내려온 캐릭터로 그 시절, 광주의 진실을 직접 목격한 시민의 눈을 상징한다. 실제로 그 당시에 광주 외곽에 위치한 시민들은, 그 당시 광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 왜곡된 보도로 시민들도 그곳에서 폭동이 난줄 알고 있었다. 당시 나는 중학교 2학년이었는데, 라디오 뉴스에서도 광주의 폭도를 진압했다고 직접 들은 게 아직도 기억난다. 그 당시의 언론통제가 그 정도였다. 만섭이란 인물은 영문도 몰랐지만, 손님과 함께 광주를 보면서 그 현장을 확인한 그 시절의 양심으로 정의하는 게 좋다. 


-상영시간이 137분이다. 앞부분이 너무 길지 않았나?

사실은 그게 이 영화가 선택한 문제라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그것이 이 영화의 방향성이었다. 빨리 광주에 가야 하는데, 왜 이렇게 사설이 기냐고 볼 수도 있다. (웃음) 하지만 이 영화는 광주의 진실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도 중요하다고 본다. 그렇기에 김만섭이라는 눈과 독일 기자라는 제 삼자의 눈이 이 영화의 메시지가 된다. 그래서 광주를 소재로 한 여러 영화들이 많이 있지만, [택시운전사] 만의 다른 점이 있다면 시선의 문제를 지녔다는 점이다. 80년 광주를 어떤 태도로 대하느냐 무엇을 말하는 것이냐는 것에 대한 선택의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면 기자분들은 워낙 전문적이다 보니 광주에 대해서 많은 것을 기대했을 테지만, 관객분들은 그 앞부분에서 인간적인 재미를 느끼지 않을까? 


-실제로 운전을 했다고 들었다. 운전하면서 감정 연기를 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류준열, 유해진과 같은 배우들과 대화하는 일상적인 장면들은 나름대로 편안했다. 대부분 장면은 세트장에서 CG를 더한 식이었지만, 순천에서 운전 중 유턴하는 부분은 실사로 찍어야 해서 어려움이 많았다. 영화에서와 달리 순천 구간이 실제로 너무 짧다 보니 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너무나 어려웠다. 일부러 천천히 가야만 했기에 그게 너무 어려웠다. 그때도 비교적 빨리 촬영한 시기라 감정 잡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매도 빨리 맞는 게 좋다 생각해서 (웃음) 이 부분을 빨리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렵더라도 매를 빨리 맞으면 편하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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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촬영 이후 이번 5.18 행사를 봤다면, 남다르게 다가왔을 것 같다.

맞다. 아직 해결되지 못한 응어리가 있지만, 이제는 비극적 아픔이 아닌 희망에 대해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번 5.18 행사는 그러한 희망의 시간이었다고 본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마지막 질주 장면이었다. 촬영할 때 어땠나?

어떤 분들은 좋아하면서도 약간 장르적 톤이 다르다고 이야기하며 싫어한 분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 부분이 매우 상징적인 장면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그런 사건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광주 택시기사들의 마음이자 시민 정신을 뜻하는 상징적인 부분이다. 실제로 광주 택시 기사분들이 많은 환자분들을 이송하고 피터의 탈출을 도왔다고 한다. 카체이싱 자체 또한 그런 마음을 담은 장면이다. 


-엄태구가 연기한 중사 캐릭터도 인상적이다. 당시 군인들 중에도 피해자와 양심적인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준 대목이다.

나도 시나리오를 보고 가장 좋아했던 장면이었다. 이 영화는 너무나 아프게 희생당한 광주 시민들을 위로하는 영화이기도 하지만 그때 고통받으면서 작전을 편 군인들을 위로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비극으로 다가온 사건이라 생각한다. 전쟁에서의 적과 적의 대결이 아닌 민간인을 압박해야 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엄태구의 중사는 수많은 당시 강압적으로 작전에 참여해야만 했던 수많은 군인들의 마음이었을 거라 본다. 이 장면은 실제로도 있었던 부분이라 하며 당시 양심 있게 행동 한 모든 분들에게 받치는 헌사라고 본다. 


-김만섭 캐릭터는 약간의 진상, 이기적인 성격이 강한 인물로 느껴질 수 있었던 캐릭터였다. 그럼에도 정겹게 느껴졌던 것은 송강호 특유의 정감 연기가 잘 배어 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그렇지 않다.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어떤 캐릭터를 연기할 때 관객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라고 고민하며 연기하지 않는다. 단지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이야기하는 부분은 줄거리와 그것에 대한 느낌이다. 그런 목표에 맞춰 연기하면 캐릭터는 자연스럽게 만들어 질 거라 생각한다. 유머 적 정서 또한 마찬가지다. 어떤 삶이든 희로애락이 다 담겨있다고 본다. 비극적인 순간에도 유머는 있다. 유머는 자연스러워야 하며, 이기적인 캐릭터가 각성하여 서민적인 캐릭터로 선회하는 과정이 송강호만의 모습이라고 볼 수 없다. 어떤 인물이 연기했다 하더라도 영화 속 만섭의 모습이 나왔을 거라 본다. 그 점에서 본다면 [택시운전사]는 거대한 이야기와 원동력이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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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섭은 실존 인물이면서도 가공인물이란 점에서도 특별하다. 

사실 제작 전에 제작국장님이 다각도로 실제 기사님을 찾으려고 애쓰셨다. 결국 찾질 못해서 피터가 들은 김사복이라는 그 기사 이름은 가명이었다는 것에 결론을 냈다. 실존했더라도 그 인물은 돌아가셨다고 본다. 지금의 나이로 치면 거의 90대가 넘은 나이다. 택시 협회에서도 그런 인물은 없었다고 한다. 


-만약 만섭과 피터의 재회가 이뤄졌다면, 무슨 대화를 나눴을까?

아마 그때쯤이면 만섭이 영어를 잘하지 않았을까? (웃음) 아니면 피터가 한국말을 잘하지 않았을까? (웃음) 실제로 피터 그분이 그 이후에도 한국을 여러 번 오셔서 취재 활동을 하셨다고 한다. 그러다 부상을 많이 당하셔서 기자일을 그만두셨다고 한다. 그걸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찡했다. 시사회 때도 모셔올 계획이셨는데, 촬영 중에 돌아가셨다고 해서 모두 놀랬다. 시나리오를 보여드릴 때 동선도 이야기해 주시면서, 영화 촬영에 많은 도움을 주셨다. 지금 그분의 유해가 광주 민주화 운동 묘지에 있다고 한다. 현재 제작사에서 사모님을 VIP 시사회에 모셔올 계획이라고 한다. 


-이제는 다른 작품 질문을 하려 한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하는 것인가?

그게 봉 감독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한 거였다. (웃음)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지만, 가족의 이야기라고만 들었다. 가족이 어떤 상황을 겪게 되는 이야기 절대 시대물은 아니다. (웃음) 사실 시나리오가 전달되지 못했다. 하기로 한 상태인데, 내가 바로 작업을 한 것처럼 기사가 나간 것 때문에 봉감 독이 조금 미안해하고 있다. (웃음) 


-현재 작업 중인 [마약왕]은 어떤 영화인가?

약간 새로운 대중오락 영화가 될 것이다. 근래 보기 드문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이며, 소재 때문에 어두울 로라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거기에 너무 청불도 아니어서, (웃음) 모두가 좋아할 작품이 될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이 [마약왕]의 실제 주인공이 자신을 수출 역군이라 생각하며, 자랑스러워 한다는데 바로 그러한 캐릭터를 선보일 예정이다. (수출 역군이란 말에 기자가 웃자) 왜 그 말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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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은?

[변호인] 때와 비슷하다. 마음의 부담감이 있었고, 특별히 사회적 의식을 갖고 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故 노무현 대통령, 광주의 아픔을 기억하는 모든 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점이 힘들었지만, 촬영했을 때는 다들 신나게 했다.


-원래 이런 영화에 끌리나?

특별히 그런 건 아닌데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웃음) 역사물에는 현대물에서 느끼기 힘든 고유의 에너지가 있다고 본다. 


-[YMCA 야구단] [밀정]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효자동 이발사] [택시 운전사] [변호인] 때문에 근현대사의 얼굴이 되었다. 

좀 더 가면 [관상] 같은 조선 초기 물도 있다. (웃음) 어찌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그런 시대의 얼굴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거기에 [살인의 추억]까지 포함해 가장 많은 영향와 여운을 남긴 시대물이 있다면?

(홍보사 직원들 눈치를 보다) 당연히 [택시운전사] 다! (크게 웃음) 나는 80년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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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예고편만 봐도 눈물이 났다. 한 장면만으로도 관객을 울릴 수 있는 배우는 많이 없다. 인간의 슬픔을 표현하는 본인만의 방법은? 

방법이라기보다는 기술적인 완성도에 있어서 어떻게 멋있게 슬프게 하는 거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느끼는 것이다. 아름답지 않고 때로는 멋있지 않아도 관객들에게 내 진심을 전하는 나름대로 노력이 내 연기의 결과물이다. 중요한 것은 느끼는 것이고 진심을 담는 것이다. 


-[박열]의 최희서라는 배우가 '여자 송강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2의 송강호를 꿈꾸는 후배 배우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후배들이 나를 그 정도로 생각해 줘서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담감이 느껴진다. (웃음) 여하튼 건강한 부담감이라 생각하며, 결국 모두 다 잘될 것이라 생각한다. (웃음) 응원한다. 

[택시운전사]는 8월 2일 개봉한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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