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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즌] 한석규 인터뷰 "꼭 리메이크 하고싶은 영화가 있다." 그 작품은?

17.03.2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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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규 배우님 인터뷰한다고? 단단히 각오해"

타 매체서 일하는 선배 기자가 한석규와의 인터뷰에 대해 미리 귀띔해 주었다. 간단한 질문에도 깊게 생각하고 길게 답변하는 습관을 지닌 탓에 그의 말을 들어줘야 할 상대방은 인내심을 갖고 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기사를 정리해야 할 기자의 입장에서는 조금 피곤한 스타일이지만, 어쩌면 그것이 인간 한석규의 진솔한 면이자 매력인 것 같다. 실제로도 약간의 인내심을 요구한 시간이었지만, 인터뷰라는 것을 떠나 사람 대 사람의 만남과 대화의 시간이었다면, 술 한잔 같이하며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편안한 아저씨'의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인지 이 분이 교도소에서 세상을 쥐고 흔들었던 무서운 실세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익호에 대한 과거가 너무 불분명하다. 그가 어떤 인물이라 생각했나?

인물의 과거라… 사실 그 부분을 다룰지 말지를 놓고 감독과 많이 의견을 나눴다. 영화가 2시간이 넘기에 익호의 과거를 다뤄봤자 5분에서 10분 정도의 분량에 불과했다. 그래서 우린 이것을 생략하기로 했다. 인물의 과거를 드러내기보다는 생략시켜 관객의 상상에 맞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다. 아마 여러분이 보게 될 유건의 모습이 익호의 과거이자 탄생으로 봐도 좋다. 


-익호는 왜 교도소를 나오려 하지 않는 것인가?

나갈 필요가 없으니까. 교도소가 바로 자신의 왕국이기 때문이다. 교도소를 자신의 왕국으로 만들고 군림하는 캐릭터를 완성한 감독의 작가적 상상력이 참 마음에 들었다. 신인이기에 자신이 생각한 바를 펼치기가 쉽지 않을 텐데, 그것을 해낸 나현 감독이 참 대견하다고 생각한다. [프리즌] 이후의 차기작에서 더 좋은 감독이 될 거라 기대해 본다. 


-악역을 하는 데 있어서 발성 부분이 인상적이다. 의식적인가?

의식적이라… 오늘 아침에 그런 생각을 했다. '어떻게 하면 연기를 안할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었다. 참 바보 같은 생각이다. 연기는 하는 건데 그걸 어떻게 안 해 볼까 생각하다니. (웃음) 아무래도 연기라는 것을 너무 어렵게 하려다 보니 그런 문제를 불러온 거 아닌가 생각한다. 나는 오로지 익호라는 캐릭터의 인간적인 모습 그대로를 그리려 했다.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든 발악하는 '수놈 하이에나'같은 존재라고 해야 할까? 익호는 그런 모습이라 생각했고, 발성적인 것도 그로 인해 저절로 완성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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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찍으면서 어려운 부분은 없었나?

각본상의 익호라는 캐릭터의 모습을 완성하는 게 어려웠다. 걸음걸이, 말투 그런 게 쉽지가 않았다. 모두 알다시피 내 말투가 악역답지 않잖아? (웃음) 근데 달리 생각해 보면 익호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다. (웃음) 문제는 관객들이 내 연기 패턴과 말투에 익숙해 졌다는 것이다. 그것이 단점이 동시에 장점이 된다. 가장 좋은 점이 나쁜 점이 되고 나쁜 점이 좋은 점이 된다. 이번 영화는 그런 나의 장단점과 익숙함을 깨뜨리는 데 재미가 있었다.


-어쩌면 이번 영화에서의 역할이 공식적인 악역 아닌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구타유발자]에서도 나쁜 놈이지 않은가?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는 것을 보여줬던 인물로 이번 [프리즌]의 캐릭터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일부 배우들이 악역 연기를 하는데 쾌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런 느낌은 없었나?

쾌감이라기보다는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해냈다는 뿌듯함을 느꼈다. 나는 연기를 통해 사람을 완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다양한 성격을 지닌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가능하다면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다 느끼며 완성하려는 인물은 선악이 없는 인물이다. 환경에 따라서 바뀌고 완성되지 않는 모습이 내가 추구하는 인물관의 근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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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철학으로 완성한 인물이 있다면?

[뿌리깊은 나무]의 이도가 그런 모습이다. 불완전하지만 꾸준하게 자기 길을 가려는 사람이다. 기회가 되면 악역보다는 다양한 면을 지닌 인물을 연기하고 싶다. 이왕이면 그 인물의 어두운 요소보다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모습을 더 그려내고 싶다. 


-그런 관점에서 익호라는 인물을 창조해내는 과정이 힘들지 않았나?

맞다.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웃음) 나는 익호가 싸움을 잘하는 캐릭터라기보다는 죽음과 같은 모든 것을 초월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겁도 없는 무서운 인물이다. 누구랑 싸우는데 다치고 죽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는 인간과 싸우며 거의 이기기 어렵지 않은가. 


-영화를 기대하는 관객들 중에는 [닥터스]와 [낭만닥터 김사부]의 만남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김래원하고 어땠나?

래원이와는 오랫동안 정을 쌓아온 사이다. 한 작품서 만나기가 쉽지 않았는데, 드디어 인연이 되어 만나게 되어서 참 좋았다. 나랑 무조건 친하다고 캐스팅에 관여 할 수 없잖아 (웃음) 적당한 시기에 잘 만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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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호를 하이에나로 비유했는데, 유건을 동물에 비유한다면?

그건 래원이에게 물어봐라. (웃음) 


-이번 익호 캐릭터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나는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 역할보다는 이야기를 기준으로 보고 선택하는 편이다. [프리즌]은 아까 말씀드렸듯이 이야기와 주제가 좋았다.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고, 익호라는 인물도 매우 매력적이라 생각했다. 근데 결정을 해놓고 걱정이 앞섰다. 이 캐릭터를 어떻게 해야 하나? (웃음) 관객들에게 익숙한 한석규의 모습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한석규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

예전 인터뷰에 이런 말을 한 것 같다. "이제는 내가 관객이 돼서 나를 보려 한다." 그런 즐거움보다는 내가 내 연기를 보는 그게 참 재미있어 보였다. 즐거운 재미는 아니고 자학적인 재미다. (웃음) 그래서 연기자를 '자학적인 존재'라고 한다. 나도 내 연기 보며 "아직도 이러냐" 하며 자학한다. 아마 다른 연기자들은 몸서리칠 것. 


-그런 몸서리 치는 후배들에게 조언하자면?

인내하고 안달하지 말 것. 참고 기다리고 계속하라. '한다, 하고 있다'라고 생각하라. [낭만닥터 김사부] 할때 느낀건데, 목적지에 도착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것을 향해 걷고 있는게 중요하다고 느꼈다. 막상 정상이라 불리는 자리에 왔더니 별거 아니더라. 그러니 계속 또 갈 수 밖에 없었다. 그게 더 의미 있고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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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이 중요하다라는 깨달음은 언제 느꼈나?

자연스럽게 나이 먹으면서 느꼈다. 상도 받고, 애도 낳고, 다른 사람 아픈 것도 보고, 죽는 거를 보고, 다양한 것을 경험하니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것도 인생의 일부밖에 안된다. 하지만 이 생각은 충분히 가치 있고 좋은 것이라 본다. 후배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현대 어느 직업보다 사람에 대해 가장 고민하고 공부하는 직업이 바로 우리 배우들이라고 말했다. 


-[프리즌]의 메시지가 있다면?

그 이야기 하면 재미없을 텐데…(웃음) 나는 이 영화가 군주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지 않나 생각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 군주가 되는 좋은 방법을 폭력적이고 잔인한 부분으로 묘사한다. 어쩌면 그것은 이상적이고 관념적인 것이다. 이를 익호와 대입시켜 본다면 우리 현실 속에서 없어져야 할 군주의 모습이라 본다. 결국 [프리즌]은 우리의 현실에서 없어야 할 지도자의 모습을 그린 영화라 본다. 


-관객의 눈으로 [프리즌]을 봤을때 배우 한석규의 연기는 몇점이라 보는가?

글쎄, 한 65점 정도 (웃음) 원래 내가 나에게 짜다. (웃음) 8월의 크리스마스는 80점 정도다. 40, 30점도 있다. 100점은 절대 없다. 내가 아닌 다른 작품을 보면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밀리언 달러 베이비] 프랑스 영화 [라비앙 로즈]를 보며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그런 영화들은 나에게 있어 90점 영화다. 한국 영화는 임권택 감독님의 1980년 작품 [짝코]라는 영화가 내가 본 작품 중 최고였다. 내 소원 중 하나가 [짝코]를 리메이크 하는 것이다. 

[프리즌]은 3월 23일 개봉한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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