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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다니엘 블레이크] 리뷰: "분노하라!" 다니엘 블레이크가 쏘아올린 작은공 ★★★★

16.12.07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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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
감독:켄 로치
출연:데이브 존스, 헤일리 스콰이어, 샤론 퍼시

줄거리
평생을 성실하게 목수로 살아가던 다니엘은 지병인 심장병이 악화되어 일을 계속 해나갈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다니엘은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찾아간 관공서에서 복잡하고 관료적인 절차 때문에 번번히 좌절한다. 그러던 어느 날 다니엘은 두 아이와 함께 런던에서 이주한 싱글맘 케이티를 만나 도움을 주게되고, 서로를 의지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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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소시민의 이야기를 담은 켄 로치 감독의 시선은 그의 35번째 작품에도 변함없이 이어졌다. 그래서 혹자는 그의 영화를 좌파 성향의 작품이라 거론하며 색깔론적인 시각으로 그의 작품을 평가 절하 하려고 한다. 하지만 자본, 물질 만능 주의의 폐해를 직접 경험하고 있는 우리에게 켄 로치가 전하는 인간 존중의 메시지는 이 시대를 일깨워주는 소중한 가치와도 같다. 신작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지금의 추운 겨울 날씨처럼 차갑고 어두운 현실 속에서 따뜻하고 정감 어린 인간의 감성만을 잊지 말자는 노장 감독의 절실한 외침이 느껴진 작품이다. 

영화는 다니엘 블레이크라는 평범한 개인의 개성에 초점을 맞춰, 그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드라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강조하려는 것은 현대 사회의 복지 시스템이 지니고 있는 허와 실이다. 영화 초반 다니엘 블레이크의 신상을 조사 한 뒤, 절차상 과정과 법적인 이유로 그에게 실업급여를 주지 않으려는 모습은 블랙코미디의 한 장면처럼 그려진다. 오랫동안 목수일을 해온 나이든 노인인 그에게 관공서는 나머지 문제들을 컴퓨터 온라인을 통해 해결하라고 한다. 

평생 컴퓨터와 같은 기계를 제대로 만져본 적 없는 그에게 이러한 해결 방법을 제시하고 방관하는 태도는 그야말로 물질 만능 시대의 아이러니 그 자체다. 켄 로치 감독은 이 대목을 사실적인 화면비와 인물의 표정에 초점을 맞춘 영상을 통해 이 모든 순간이 우리의 일상 속에 벌어지고 있는 현실처럼 표현한다. 다니엘의 어처구니없다는 말투와 표정, 그러한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서류만 보고 말하는 관공서 직원의 영혼 없는 무덤덤한 표정, 살벌한 분위기와 달리 아무렇지 않게 자기 일만 하는 관공서의 내부는 비인간적인 사회시스템의 현실적인 무서움을 그대로 풍자한 장면이다.

전작을 통해 보여준 자본 사회에 대한 신랄한 풍자는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하지만, 특유의 따뜻함과 부드러움으로 이를 그려내는 대목은 여전히 인상적이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적나라한 풍자가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었던 것은 주인공인 다니엘 블레이크가 지닌 인간미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에 영화적 메시지와 공감 도를 잘 녹여놨기 때문이다. 유머, 서글픔, 강렬한 현실 비판이 지속되는 와중에도 인간 존중의 메시지를 마지막까지 담아내려는 모습은 켄 로치가 이번 작품을 통해 강조하고 싶었던 궁극적인 메시지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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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고 낙후된 차가운 느낌의 동네에 사는 다니엘은 투박함과 꼬장꼬장한 성격을 지닌 노인. 하지만 그러한 성격과 달리 속마음과 행동은 따뜻함과 인간미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다. 

관공서의 계속되는 답답한 행정에도 조롱 섞인 농담과 위트를 던지며 한숨을 돌리려는 그의 모습에서는 정감있는 인간미를 느끼게 한다. 결국 시스템에 수긍해 문제 해결을 위해 컴퓨터를 배워나가는 다니엘의 모습은 기성세대를 배려하지 못한 사회 시스템의 참담함을 표현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이 영화가 지닌 블랙 유머와 답답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묘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이러한 인간적인 인물을 단순히 풍자적 목적으로만 쓴다면 아쉽기 마련, 다니엘 블레이크의 인간미는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마주한 장면에서 더욱 크게 드러난다. 두 아이와 함께 사는 젊은 싱글맘 케이티의 가정을 돕는 모습을 통해 인간애의 가치와 존중을 강조하며 따뜻한 드라마를 형성한다. 

아이들을 위해 배고픔을 참다가 식료품 공급소에서 마주한 통조림을 몰래 훔쳐먹다 울고 있는 케이티의 모습은 현실의 빈부 격차가 만들어낸 비극을 대변한 장면이다. 지나치게 처절하면서도 감정적으로 다가간 장면으로 볼 수 있지만, 켄 로치는 그녀의 울음을 따뜻하게 포옹하고 위로하는 다니엘과 주변 이웃의 모습으로 이 장면을 표현해 어려움 속에서 서로를 의지하고 돕는 인간의 순수한 본성에 대한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의 후반부, 관공서의 안일함에 분노한 다니엘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세상을 향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장면은 어려운 현실속에서 인간의 가치와 사랑을 잃지 않으려는 그만의 품위 있는 저항을 보는 것 같아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불러오게 한다. 다니엘의 외침은 물질 만능주의에 종속되어가고 있는 인류를 향한 경고이자, 잘못된 현실에 울분을 토하지 못한 채 수긍하며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향한 분노와도 같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통해 켄 로치의 영화적 열망과 저항 정신은 여전히 불타오르는 중인것을 확인했다. 어느덧 노년의 나이를 맞이한 거장의 메시지는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한 젊은 리얼리스트의 외침처럼 느껴진다. 그의 이러한 영화적 저항이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 되길 바라며…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12월 8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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