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Rising

[라라랜드] 리뷰:눈과 귀를 즐겁게 해줄 [위플래쉬]의 로맨스 버전 ★★★★

16.12.05 19:59


2.JPG

[라라랜드,2016]
감독:다미엔 차젤레
출연:엠마 스톤, 라이언 고슬링, J.K 시몬스

줄거리
꿈을 꾸는 사람들을 위한 별들의 도시 ‘라라랜드’.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과 배우 지망생 ‘미아’(엠마 스톤),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 만난 두 사람은 미완성인 서로의 무대를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4.jpg

[위플래쉬]로 음악 영화의 새장을 연 다미엔 차젤레의 다음 행보는 이번에도 음악 영화였다. 그것도 애틋함이 담긴 뮤지컬 멜로물이라는게 더 놀라웠다. 최식작 [라라랜드]는 전작 [위플래쉬]와는 전혀다른 감성의 작품으로, 배우를 꿈꾸는 미아와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의 애틋하면서도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를 담고 있다. 

하지만 장르만 다를 뿐, [라라랜드]는 묘하게도 [위플래쉬]가 말하고자 했던 예술에 대한 열망과 자존심을 다르게 표현하려 했으며, 고전 영화와 뮤지컬에 대한 애정어린 오마주를 담아내려 했다.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진행되는 역동적인 음악과 율동이 더해진 오프닝은 6, 70년대를 대표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와 같은 뮤지컬 고전에 대한 헌사가 강하게 느껴진다.

[라라랜드]는 이러한 아날로그 감성으로 잘 빚어낸 정서에 강점을 두고 있다. 만약 이러한 요소가 없었다면, 영화는 사실상 별볼일 없는 평범한 작품에 불과했을 것이다. 스토리의 관점에서 냉정하게 봤을때 [라라랜드]는 전형적인 러브스토리 구도와 평이한 전개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결국 영화의 러브스토리는 주제를 강조하기 위한 일종의 도구였던 셈이다.

그러나 다미엔 차젤레 감독은 단점이 될 수 있는 평이한 러브스토리를 익숙한 정서로 그려내기 위해, 이를 뒷받침해주는 아름다운 영상미와 선율로 표현된 감성적인 음악에 관객들이 빠져들 수 있도록 연출했다. [위플래쉬]의 예술에 대한 분노와 광기가 이번 영화를 통해 '애정'으로 표현된 것이다. 재즈의 전통을 예찬하는 세바스찬과 '1인 극'과 같은 순수 연기를 통해 자신만의 연기관을 지켜내려는 미아의 모습은 순수 예술의 가치를 주장하는 전통적인 예술인의 표상이다.  

다미엔 차젤레가 [위플래쉬] 때부터 이야기한 예술에 대한 정의와 가치관의 갈등은 이번 영화의 로맨스를 통해 한층 더 부드럽게 표현되다. 연인의 로맨스가 음악과 영화에 대한 사랑이라면, 연인의 갈등은 예술적 가치관의 이상과 현실의 괴리로 그려진다. 그러한 상징성이 분명하게 드러나 있지만, 영화는 이를 뒷받침한 러브스토리의 균형을 그대로 유지해 어둡고 심각한 주제로 세어나가려 하지 않는다.

3.jpg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전자에 언급한 고전 영화에 대한 헌사적 의미가 담긴 장면과 연출 기법이다. [라라랜드]의 배경은 분명 지금의 현대지만, 분위기는 고전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킬 정도로 아날로그적인 정서와 연출 기법을 선보인다. 뮤지컬 음악은 서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지만, 디스코, 재즈, 오케스트라가 함께한 경쾌한 음악이 등장해 분위기를 띄워준다.   

제임스 딘이 등장한 [이유없는 반항]의 장면을 그대로 차용하며, 영화 속 장소에서 자신들의 사랑을 표현하는 환상적인 장면은 [메리 포핀스][사랑은 비를 타고]와 같은 뮤지컬의 분위기와 찰리 채플린의 무성 영화의 연기를 떠오르게 해 사랑이 지닌 순수한 감성을 저절로 느끼게 한다. 이를 뒷받침해 주는 카메라의 움직임과 의도된 편집은 [라라랜드]의 아날로그 감수성을 더욱 깊이 있게 꾸며내며 고전 영화를 사랑한 관객들의 향수적 정서를 자극한다. 

이러한 향수 자극 요소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라이언 고슬링과 엠마 스톤의 극 중 연기 장면이다. 재미있게도 두 배우의 연기는 고전 영화의 행동과 몸짓을 그대로 따라했다. 탭댄스 동작, 발레를 차용한 율동, 노래, 미소는 감정으로 전달되는 뮤지컬 영화의 특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평소 카리스마와 개성이 뚜렷한 두 배우의 의도된 뮤지컬 연기가 장난기 가즉한 아이들의 순수함을 보는것 같아, 영화팬들에게는 신선하면서도 흥미로운 순간이다.

[위플래쉬]가 강렬한 드럼연주로 정점을 찍었던 것처럼, [라라랜드] 또한 엔딩 부분에 처음부터 이어져온 뮤지컬과 고전 예술에 대한 정점이 담긴 인상적인 장면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127분 동안 이어진 이 이야기는 우리가 사랑했던 예술을 향한 수줍은 고백이 담긴 아름다운 로맨스였음을 깨닫게 한다. 

[라라랜드]는 12월 7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판시네마)
※ 저작권자 ⓒ 무비라이징.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