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Rising

(인터뷰)[작은형]의 전석호 "장애인 관객에게 조금 불친절할수 있는 영화, 하지만 …"

16.12.04 15:31


전석호_인터뷰제공사진_04.jpg

[미생]의 하대리, [굿와이프]의 박도섭 등 브라운관에서 밉상 조연 캐릭터를 연기하며 존재감을 보인 전석호는 이번에 개봉한 [작은형]에서 주연을 맡았다. 실제로 만난 전석호는 영화 속 현란한 미사어구와 잔머리를 굴리며 장애우 동생들과 순진한 형을 꼬드겼던 것처럼, 자신의 깊이 있는 생각과 영화 철학에 대해 쉴 새 없이 떠들며 영화에 대한 공감과 호감을 이끌어내려했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통해 보여준 온화한 미소는 쉴 새 없이 이어진 그의 수다로 인해 장난기가 가득하면서도, 처음으로 말문이 터인 아이의 모습을 보는것 같았다. 그만큼 전석호에게 있어 [작은형]은 그의 인생작인 만큼 많은 이들이 영화를 보고 좋아해 주었으면 하는 소망이 가득 담겨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개봉을 앞둔 소감은?

좋다. 떨리기보다는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노력한 결과물이 이렇게 보일 수 있어서 좋았다. 스태프와 감독님들께 있어서 중요한 시작점이 될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2년 만에 나온 작품이란 점에서 많이 기다려졌겠다. 

전주 영화제를 통해 이미 봤었다. 감독님하고도 너무 친해서 많이 봤다. 감독, 출연진 스태프와 다 아는 사이여서 영상을 기다렸다기보다는 이 영화를 통해서 사람들을 다시 만나서 즐거웠다. 


-출연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감독님으로부터 각본을 먼저 받았다. 출연 때문이라기보다는 감독님과 학교 선후배 사이였다. 대학교 입학부터 알고 지냈기 때문에 10년 정도 된 사이다. 우연히 작업 이야기를 나누다 같이 하자는 제안을 받게 되었다. 


-작품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겠다. 

그렇다. 초고는 보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뭐가 되는 열심히 하자는 생각으로 일에 임하는 스타일이다. 사람들 하고 만나서 이야기하는걸 좋아한다. 그래서 만나서 이야기하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눈다. 단순한 가족과의 이야기가 아니고 사람에 대한 시각에 대한 이야기이다 보니 많이 배우고 느끼게 되었다. 

전석호_인터뷰제공사진_02.jpg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겠다.

그렇다. 하지만 우리 영화는 그냥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단순 형제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별로였을 것이다. 김태용 감독님의 [가족의 탄생]이라는 영화를 참 좋아한다. 그 작품처럼 우리 영화도 독특하고 기발하다기보다는 우리 주변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더 좋았다. 위험하고 불편한 설정이 있지만 그렇다고 나쁜 영화는 아니다. 나와 다른 생각, 신체를 가진 사람들이 가족으로 엮이게 되는 이야기인 만큼, 관객들이 우리 영화를 보면서 우리 주변을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설정을 보면서 영화 [레인맨]이 떠올랐다. 연기를 위해 참고한 영화나 캐릭터가 있었나?

[레인맨]은 좋은 영화다. 우리 영화는 이 작품들보다 확연히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특별하게 참고한 건 없다. 오로지 감독님, 배우님, 스태프만 믿고 작업에 임했다. [작은형]은 건조하고 메마르지만, 그것이 우리 영화가 가지고 있는 시선이라 생각한다. 사람들이 장애인의 현실에 대해 불편하게 보고 느끼는 것이 우리가 말하지 못한 솔직한 표정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그것은 비하가 아닌 그들만이 쓰는 다른 언어이며 [작은형]은 솔직한 표현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점에 기인해 연기했으며, 감독님과의 소통만으로도 충분한 영화라 생각했다. 


-얼마 전 출연한 드라마에서도 밉상 캐릭터였는데, 이번 영화에서도 약간 밉상이다. 그래서 좀 억울하지 않나?

그렇다. (웃음) 그런데 지금까지 맡와왔던 모습이 그런 걸 어쩌겠나? 그렇다고 억울하지는 않다. 그게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본 모습이라 생각하고 연기한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좋아한다. 얼마 전 아르헨티나를 혼자 다녀온 적이 있는데, 한국인 승무원이 묶은 비행기를 탈 때는 요구하는 게 많은데, 다른 환승 비행기를 타면 신기하게 조용해졌다. 그만큼 사람은 환경과 분위기에 의해 성격이 변하는 것 같다. 동현 또한 형의 돈을 뺐으려하는 나쁜 놈이라기보다는 환경에 의해 변화된 불쌍한 캐릭터다. 


-이제는 트레이드마크가 된 미소 연기의 비법은?

만들어낸 연기 비법이라기보다는 숨기지 못하는 내 본모습이다. 배우는 감정을 지닌 사기꾼이라 생각한다. 웃고 싶으네 못 웃고 울고 싶을 때 못 우는 그런 불행함을 지니고 있다고 할까? 연기의 한 장면을 생각해보자. 어느 날 장례식장에 와있다. 누군가 돌아가서 슬픈데, 내 캐릭터는 잘 웃고 있다. 그런데 그 웃음은 슬픔을 떨치기 위한 웃음이다. 웃음에는 해학과 페이소스가 담겨있다. 웃는게 웃는게 아닌 것이다. 그래서 내 연기 모토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자는 것이다. 그래서 언제 박장대소를 하나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웃고 싶을 때 잘 웃는다. 지금 기자님을 만나기 전에도 크게 웃었다.


-동현이라는 역할을 연기하면서 화도 나고 억울했겠다.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아마도 나와 다른 누군가(장애우)를 맞이했을 때였다. 장애우 친구들을 연기했던 배우들이 진짜 장애우인가 착각되었을 정도로 너무 연기를 잘했다. 그들 연기를 보며 내가 그들을 어떻게 봐야하나 생각했다. 나 또한 나와 다른 장애를 가진 친구를 봤을 때 사실 겁이 난다. 하지만 그런 불편함을 아무렇지 않게 감추는건 거짓말이라 생각한다. 예전에 나 또한 그러한 사회적 약자와 관련한 시선을 느껴봤기 때문이다. 얼마전 혼자 영화를 보러 극장에 왔는데 전동휠체어를 타고온 관객분이 계셨다. 그런데 그분 자리가 그분이 갈수 없는 곳이었다. 그 순간을 보면서 나 또한 내가 어떻게 도와줘야 하나 생각했다. 예전 연극배우 시절에도 한 장애우 친구가 공연을 보러온 적이 있었는데, 공연장에 전용석이 없어서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다. 바로 그때의 경험을 생각해서 동현이라는 캐릭터를 만들려 했다. 그 점에서 본다면 우리 영화는 장애우에 대한 친절한 영화는 아니다.

전석호_인터뷰제공사진_03.jpg

-사기꾼이 사기꾼을 나무라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맞다. 우리 영화는 먹이 사슬에 관한 영화다. 동현의 위에는 사채업자도 있지 않은가. 약자처럼 보이는 동현과 동근은 사실 약자가 아니다. 우리 영화는 바로 그 점이 재미있다. 알고 보면 다르지만 나와같은 사람들이 많은게 우리 세상이다.  내가 되게 억울하고 화난 만큼 사채업자들도 그렇다. 아마 그것은 감독님의 의도 같지만, 아까 말했듯이 장애인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장애인이 아닌것과 같은거다. 나는 예전에 힘든 사람에게 위로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꼭 그렇지는 않더라. 나의 힘듦을 보여주면 나도 힘든 모습을 보여줘야 한단다. 그래서 참 아이러니했다. 우리 모두 같은 굴례서 움직이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연기의 청사진은?

내가 하고 싶은걸 할 거다. 사실 나는 엄청난 이상주의자다. 솔직히 나는 내가 어떤 배우가 될지 잘 모르겠다. 33년 동안 많이 고민했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그런 역할은 가능할 것 같다. 인간 전석호로서 생각한다면 아마도 가능할 것이다. [작은형]에서의 모습은 나 또한 많이 공감해온 부분이다. 이해는 많이 할수 있다. 하지만 공감하는 방식은 좀 다르다. 내가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을 연기한다는 것은 잘 못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문제들에 대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느끼는 감정이 있다. 다수가 옳다 해서 소수의 의견이 다를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은 다행히도 나 또한 다수의 편이다. 얼마전 나 또한 그 곳(촛불집회)에서 있었다. 역할이란 것도 다른 사람이 공감할수 있는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말하는 연기의 청사진은 사람들과 공감하는 것이다. 

[작은형]은 절찬리 상영중이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파인스토리/(주)인베스트하우스)
※ 저작권자 ⓒ 무비라이징.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