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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페르노] 리뷰: 시원치 않은 론 하워드와 톰 행크스의 '지옥도' ★★

16.10.17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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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페르노,2016]
감독:론 하워드
출연:톰 행크스, 펠리시티 존스, 벤 포스터, 이르판 칸, 오마 사이

줄거리
전세계 인구를 절반으로 줄일 것을 주장한 천재 생물학자 ‘조브리스트’의 갑작스러운 자살 이후 하버드대 기호학자 ‘로버트 랭던’은 기억을 잃은 채 피렌체의 한 병원에서 눈을 뜬다. 담당 의사 ‘시에나 브룩스’의 도움으로 병원을 탈출한 랭던은 사고 전 자신의 옷에서 의문의 실린더를 발견하고, 단테의 신곡 [지옥편]을 묘사한 보티첼리의 ‘지옥의 지도’가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된다. 하지만, 원본과 달리 지옥의 지도에는 조작된 암호들이 새겨져 있고, 랭던은 이 모든 것이 전 인류를 위협할 거대한 계획과 얽혀져 있다는 것을 직감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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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브라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다빈치 코드][천사와 악마]는 완성도 높은 프렌차이즈 시리즈는 아니었지만, 나름 볼만했던 어드벤처 스릴러물이었다. 론 하워드의 연출력과 톰 행크스의 수다스러운 지식 설파가 그리 인상적인 편은 아니었지만, 원작의 형태를 충실히 따르며 실시간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이 주는 긴장감을 바탕으로 역사, 지적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과정은 이 시리즈가 지닌 고유의 흥미 요소였다. 

세 번째 시리즈 [인페르노] 역시 댄 브라운의 원작을 최대한 반영하면서, 전작부터 지켜져 온 방식을 답습한다. 조금의 변화가 있다면, 과거 회상 방식의 기억이 추가돼 드라마와 미스터리의 전개를 좀 더 촘촘하게 엮으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이는 전형성의 함정에 빠진 이 시리즈를 더욱 깊은 구덩이에 빠뜨리는 시도와도 같았다. 전자에서도 언급했듯이 댄 브라운의 영화 시리즈가 지닌 장점은 다른 것도 아닌 실시간 사건에 대한 초점이 가져다주는 스릴러적인 재미였다. 시리즈가 지닌 지적 미스터리가 강조될 수 있었던 것은 스릴러 장르와 스토리 간의 연계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페르노]는 시작부터 주인공 랭던 교수가 단기 기억상실증에 빠졌다는 설정부터 출발해 '도망자' 형태의 실시간적인 설정을 유지하며, 랭던의 기억을 되살리는 데 초점을 둔다. 추격전과 기억상실에 지적 미스터리가 섞인 설정은 나쁘지 않지만 자칫 이야기의 핵심 전개를 흐리게 만드는 혼란을 가중시킬 위험이 있다. [인페르노]의 스릴러는 그 부분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세 가지 설정 모두를 안고 가려 한 탓에 핵심 이야기와 부가적 이야기 모두 개연성 문제의 한계를 드러낸다. 

결국, 영화가 의존하는 것은 지겹게 답습한 유물에서 단서를 찾는 방식이며,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전형적인 전개 과정(단서 발견, 배신, 반전)이 등장한다. 댄 브라운 팬이라면 부담없이 받아들일 만한 부분이지만, 이야기의 새로움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실망이 클만한 대목이다. 이야기의 핵심 소재로 사용된 단테의 신곡과 조 브리스트의 테러 행위는 어울릴만한 연관성을 찾기 힘들어 작위적으로 엮였다는 느낌만 들 뿐이다. 그동안 이 시리즈의 악역들이 역사적인 이유와 신념으로 사건을 저질렀던 것과 다르게 [인페르노]의 테러범은 '광신도'에 불과해 의미 면에서도 강인한 인상을 주지 못했다.

또 다른 핵심인 '과거 회상'은 미스터리가 서서히 풀리는 대목에서 불필요한 설정이었음을 보여준다. 랭던의 기억 속에 담긴 음모의 실체가 드러나는 설정까지는 나쁘지 않았으나, 난데없이 로맨스와 드라마를 첨가하는 대목은 가뜩이나 전형성과 개연성을 잃어버린 [인페르노]의 이야기를 더욱 산만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가장 큰 문제는 오랫동안 이 시리즈를 진행해온 로버트 랭던 이라는 캐릭터로 세 편의 시리즈를 이끌어 왔지만, 큰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종일관 진지하게 지식 전달에만 몰두하며 너무 많은 대사를 난발하기만 한 이 진지한 캐릭터에게 인간미와 정을 느끼기가 힘들다. 그런 캐릭터에게 로맨스를 첨가하려 한 대목은 당연히 큰 실수로 애틋하다는 느낌조차 들지 못한다. 시리즈의 '약발'(?)이 떨어졌다는 느낌만 준 론 하워드와 톰 행크스의 허무한 '지옥도'였다. 때문에 [인페르노]는 댄 브라운 영화 시리즈의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인페르노]는 10월 19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U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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