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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뭐볼까?" 7월 20일, 21일 개봉작 영화 별점, 간단평 모음

16.07.22 16:48


'헬조선'의 [설국열차], [부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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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2016]
감독:연상호
출연:공유, 정유미, 마동석, 최우식, 안소희, 김의성, 김수안

줄거리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대한민국 긴급재난경보령이 선포된 가운데, 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은 단 하나의 안전한 도시 부산까지 살아가기 위한 치열한 사투를 벌이게 된다.

간단평
사실 [부산행]의 메인 예고편을 처음 접했을 때 기대보다 우려가 컸다. 감염자들이 떼로 달려오는 단 한 장면에서 이 영화가 [월드워 Z]의 아류를 지칭한 작품 같았기 때문이다. 공개된 [부산행]의 외형적인 비주얼과 일부 설정은 [월드워 Z]를 비롯한 여타의 비슷한 장르물에서 쓰인 소재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형성에 묻힌 영화인데도 이상하리만큼 특별한 느낌을 주고 있다. 여타의 작품 속 장면과 설정이 뒤범벅되었지만, 어느 대재앙 영화에서 느끼기 힘든 특별한 정서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기적인 샐러리맨 캐릭터,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는 무책임한 정부와 치안기관, 대를 위한 명분으로 소수를 희생시키는 집단의 아집은 오늘날 성장 만능주의에 사로잡힌 대한민국의 어두운 현실성을 그려낸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부산행]은 이처럼 전형화된 설정 속에서 연상호 감독의 전작 [돼지의 왕][사이비]가 지닌 사회적 메시지와 상징을 담아, 오늘날 대한민국과 자본사회가 촉발한 대재앙의 의미를 부각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월드워 Z]의 소름 끼치는 공포로 대변된 인간 탑이 [부산행]에서 경쟁사회의 이면을 들춰낸 상징이 되고, 감염 재앙 물의 공포 적 장치로 쓰인 장면들이 이 영화에서 큰 의미가 담긴 장면들이 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무섭게 그려지는 대상은 바로 살아있는 인간. 정상적인 이성과 감성을 지녔지만, 공포에 지배돼 인간의 존엄성을 포기하고 생존을 위해 추악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 생존자 집단은 자본사회의 이면이 만들어낸 가장 무서운 '감염자'들로 표현된다.  

이처럼 지금의 현실을 감염 장면과 재앙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부산행]이 의도한 공포 적 장면들은 절망적이자, 서글픈 감정을 자극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만들어낸 계급사회의 풍자와 세계에 대한 묘사가 절로 연상되는 건 당연하게 느껴질 것이다. 정서적인 요인과 함께 [부산행]의 가장 큰 매력은 폐쇄형이자 일렬 형태로 구성된 열차 안에서 발생하는 스릴과 서스펜서. 이는 이 영화를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하며 볼 수 있게 만든 주요 요인이자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 된다. 움직이는 사물과 어둠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감염자들의 특성을 이용해 탈출하는 생존자들의 모습과 새로운 역에 도착할 때마다 위험천만한 순간을 맞이하는 장면도 나름의 공포와 순도 높은 긴장감을 선사한다. 압권은 다른 칸에 있는 가족과 연인을 구하기 위해 온몸에 테이프를 붙인 채 칸마다 있는 감염자들과 육탄으로 부딪치는 액션신으로, 총이 아닌 야구 방망이, 방패, 맨주먹으로 상대하는 한국형 감염 재앙 액션의 특징을 보여주며, 처절하고 긴박한 영화의 정서를 자극한다. 

풍자적인 주제관과 처절한 액션이 담긴 만큼, 캐릭터들의 역할도 강렬하다. 흥미로운 점은 주요 인물들 모두 선과 악의 이중성을 지닌 이기적인 성향의 인간들로 그려냈다는 점. 영화는 위기 상황이 극대화되는 상황을 집중도 있게 그려내며, 위기의 순간 본성을 드러내는 인물들의 모습을 유심 있게 담아낸다. 공유는 돋보이지 않지만, 딸과 생존자들을 위해 점차 이타적인 사람으로 변화되는 [부산행]의 주제와 부합하는 인물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동석은 어두운 영화의 분위기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액션과 유머를 선사하며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가장 돋보이는 배우와 캐릭터는 김의성이 연기한 악랄한 자본가로, 그가 그동안 선보인 악역 캐릭터의 성향을 집약시킨 인물이라 봐도 무방했다. 그의 캐릭터는 계급 사회의 단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자 성장 만능주의를 고집한 한국 사회가 만들어낸 괴물로 그려진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디즈니보다 부족한 감성의 차이 [아이스 에이지:지구대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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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에이지:지구대충돌,2016]
감독:마이크 트메이어
출연:존 레귀자모, 레이 로마노, 제니퍼 로페즈, 아담 드바인, 제시 테일러 퍼거슨

줄거리
도토리를 쫓던 스크랫이 이번에는 우주로 날아가 태양계를 위협하는 행성 충돌 사건을 일으킨다. 이로 인해 거대 운석이 지구로 향해 떨어지는 사상 초유의 위기가 닥치고, 시드와 매니, 디에고를 비롯한 그의 친구들은 안전한 곳을 찾아 머나먼 땅으로 떠나야만 한다. 다시 돌아온 벅은 그들을 이끄는 길잡이가 되고 요가의 대가 샹그리라마, 초절정 미녀 브룩 등이 있는 지오토피아를 만난다. 과연 그들은 지구의 위기를 뚫고 모두를 구해낼 수 있을 것인가? 

간단평
블루스카이 스튜디오의 대표작 [아이스 에이지]가 어느덧 다섯 번째 시리즈를 맞이했다. 빙하시대를 배경으로 현재는 볼 수 없는 고대 동물들을 주인공을 내세운 개성 있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충분히 관심을 받을 만 했다. 초식, 육식 동물들의 습관을 비롯해 대륙이동설과 같은 인류 탄생 스토리를 배경으로 둔 이야기도 이 시리즈가 지닌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 시리즈가 거듭하면 할수록 새로운 캐릭터를 추가하며 변화를 주고 있지만, 이번 시리즈에 들어서는 상상력과 정서 구축의 한계를 드러낸다. 

혜성 충돌을 배경으로 어드벤처물과 가족 드라마의 재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지만, 이를 받쳐 줘야 할 기본적인 이야기의 완성도는 밋밋하고 캐릭터의 과장한 연기와 수다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디즈니가 캐릭터의 개성과 이야기를 조합시켜 작품 특유의 정서를 만들어 낸 것과 달리 [아이스 에이지]는 캐릭터를 유머러스한 존재로만 인식하고 있는듯하다. 캐릭터들이 유머를 만들어 내는 방식도 동물이 지닌 특징을 활용하기보다는 수다스러운 유머에 국한되어 있어 동물 특유의 다양한 개성을 느끼고 싶은 관객의 입장에서는 한결같은 그들의 행동에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현실적인 공감을 불러오기 위해 아버지와 딸의 관계, 독립이라는 주제를 내세우지만, 이마저도 과장된 유머의 향연에 묻히게 된다. 3D 애니메이션 작품 특유의 기본적인 완성도와 볼거리를 보여주고 있지만, 근래 들어 오락성과 교훈을 적절하게 조합하며 완성도를 높이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행보와 비교해 볼 때 [아이스 에이지:지구대충돌]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시각효과:★★★☆

총점:★★★



우디 앨런의 '뻔펀(fun)한' 미스터리 로맨스물 [이레셔널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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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레셔널 맨,2016]
감독:우디 앨런
출연:호아킨 피닉스, 엠마 스톤, 파커 포시, 제이미 블랙리

줄거리
생기 넘치고 매혹적인 철학과 학생 ‘질’은 새롭게 전임 온 교수 ‘에이브’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다. 독창적인 사상을 지닌 놀라운 달변가 ‘에이브’는 이상과 다른 현실로 인해 지독한 삶의 염증을 느끼고 있다. '에이브’의 고통과 감성에서 로맨틱한 환상을 자극받은 ‘질’은 자신도 모르게 그의 마력에 사로잡힌다. 그들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며 점점 가까워지지만 ‘에이브’의 잃어버린 생의 의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어느날, 그들은 한 식당에서 부도덕한 판사에 대한 이야기를 엿듣게 되고, ‘질’은 판사가 심장마비에 걸렸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 순간, ‘에이브’는 자신의 모든 감각이 살아남을 느끼고 ‘질’과의 사랑에도 활력을 찾게 된다. 그런데 며칠 후, 바로 그 판사가 조깅을 하던 중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이 때부터 자그마한 시골 마을은 미스터리한 소문으로 들썩이기 시작하는데…

간단평
염세적인 철학 교수를 주인공을 내세워 칸트의 이성적 개념과 윤리에 대한 딜레마를 도입한 이야기와 시니컬한 유머는 [이레셔널 맨]만의 특별한 관람 포인트. 여기에 그에게 푹빠진 여제자 질의 시선을 통해 로맨스와 풍자적 여운을 만들어내는 설정도 우디 앨런 영화 팬들이라면 충분히 좋아할 만한 요소다. 초반 철학에 대한 다양한 정의와 캐릭터들의 심리적 요인을 산만하게 정리한 전개가 지나칠 정도로 느리게 진행돼 지루한 느낌을 가져다주고 있지만, 심각한 내용을 우디 앨런 특유의 잔잔한 분위기로 전개한 중반부부터 이야기의 활기를 찾기 시작한다. [이레셔녈 맨]을 통해 그려진 우디 앨런만의 스릴러는 '뻔뻔'(?)하게 느껴질 정도로 잔잔하고 그의 작품 속 색채를 그대로 따르고 있지만, 놀라울 만큼 치밀했다. 유머, 추리, 로맨스 등의 장르적 요소가 아슬아슬하게 연결된 가운데, 인간의 내면과 딜레마에 대한 갈등을 다양한 관점에서 풀이한 방식도 흥미로운 편이다. 우디 앨런의 작품 중 완성도 높은 작품은 아니지만, 그만의 색채가 담긴 철학적인 미스터리 로맨스라는 점에서 특별한 여운의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절대 대만 귀신에 현혹되지 마소! [마신자:빨간 옷 소녀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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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신자:빨간 옷 소녀의 저주,2016]
감독:웨이-하오 청
출연:황하, 허위녕

줄거리
허쯔웨이가 여자친구 션이쥔에게 프로포즈를 한 그 시각, 그의 할머니가 갑자기 사라진다. 다음 날 한동안 실종되었던 할머니의 친구가 나타나 그에게 연신 사과를 하는데… 불길한 느낌에 그는 할머니를 찾기 시작한다. 며칠 후, 이쥔은 응급실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실종되었던 할머니를 찾았다는 것. 응급실에 도착을 했지만 웨이는 보이지 않고 어딘가에 홀린 할머니는 웨이의 이름을 부르며 횡설수설한다. 며칠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는 그를 찾아 나선 이쥔은 이 모든 사건이 빨간 옷 소녀에 대한 도시괴담과 연관되었음을 직감하는데… 

간단평
[마신자:빨간 옷 소녀의 저주](이하:마신자) 실화 괴담이라는 소재로 관심을 끌게 만들지만, 실상은 그와 다르다. '빨간 옷 소녀' 괴담이 실제 대만에서 어떤 식으로 표현되었는지 상세하게 알 수 없지만, 영화가 표현한 방식으로는 괴수 물에 가깝다. 제목에 포함된 '소녀'라는 표현은 사실상 허상에 가까우며, 실제 정체는 이를 눈속임한 악령 또는 괴수였던 셈이다. 때문에 괴담이 지닌 신비스럽고 현실적인 섬뜩함을 불러오는 대신 CG와 픽션적인 이야기가 전개되는 평범한 호러물의 전개를 추구하고 있다. 그나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인간의 죄책감과 내면의 상처를 공포와 연결하는 주제관으로 나름의 여운이 담긴 드라마를 완성한다. 메인포스터가 강조한 섬뜩한 실화 바탕의 호러를 기대했다면 실망이 클 것이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무비라이징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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