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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상륙작전] 리뷰: 21세기에 등장한 시대착오적인 반공영화 ★★

16.07.2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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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상륙작전,2016]
감독:이재한
출연:이정재,이범수,진세연,리암 니슨,김병옥,박철민

줄거리
맥아더의 지시로 대북 첩보작전 ‘X-RAY’에 투입된 해군 첩보부대 대위 ‘장학수’(이정재)는 북한군으로 위장 잠입해 인천 내 동태를 살피며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인천 방어사령관 ‘림계진’(이범수)에 의해 정체가 발각되는 위기에 놓인 가운데‘장학수’와 그의 부대원들은 전세를 바꿀 단 한번의 기회, 단 하루의 작전을 위해 인천상륙 함대를 유도하는 위험천만한 임무에 나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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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면. 영화의 모티브가 된 실제 'X-RAY' 작전에 투입한 실제 군인들의 사진이 나오고, 호국영령들을 향한 헌사의 메시지가 뒤이어 등장하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마치 영화의 부족한 결과물을  '애국심'이라는 감정에 기대 조금이라도 메꿔보려는 제작진의 눈물겨운 호소로 보이는 건 왜일까? 아마 이러한 느낌은 이재한 감독의 전작 [포화속으로] 에서도 똑같이 느꼈던 감정이었던 것 같다.

영화를 통해 진심 어린 헌사를 담으려 했다면, 말이 아닌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게 우선이다. 그 점에서 이 영화의 결과는 '실패한 작전'이다. 시대에 걸맞지 않은 시대착오적인 외형을 지니고 있는 것을 떠나, 장편 영화가 지녀야 할 기본을 망각한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다. 

제목과 외형에서는 대규모 상륙전이 그려질 전쟁물을 예고하고 있지만, 사실 [인천상륙작전]은 전쟁의 숨겨진 비화를 담은 첩보 액션물을 지향하는 작품이다. 기대했던 큰 스케일의 전쟁 영화가 아니지만, 첩보물 특유의 재미를 충분히 지니고 있다면, 충분히 매력 있는 영화가 될 수 있다. 은밀하면서도 치밀한 짜임새를 지닌 전개, 긴장감이 서려 있는 액션, 그리고 작전의 중심에 위치한 인물들에 대한 심리가 담긴 드라마가 첩보물이 지닌 기본적인 흥미 요소다. 

안타깝게도 [인천상륙작전]은 그러한 장점적인 요소를 전혀 지니고 있지 않다. 

영화의 제목과 실제 이야기의 불일치는 그렇다 치더라도 전쟁물과 첩보물 사이를 오가는 전개를 치밀하게 다루지 못한 산만한 이야기, 교과서적인 평면을 지닌 개성없는 인물들, 시대착오적인 주제관을 강조하는 연출력은 [인천상륙작전]의 각본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지를 보여준 증거다. 대표적인 실수를 몇 개 꼽자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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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실수는 영화를 이끌어야 할 실질적인 주인공의 부재. 기획대로 ‘X-RAY' 작전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 목적이었다면, 당연히 이 작전에 투입된 특공대원들에게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제목 그대로 '인천상륙작전'과 한국전쟁의 의미까지 다루려 한 의도로 인해 '병풍' 같은 맥아더의 존재감을 어떻게든 드높이려는 작위적인 설정과 이야기를 진행하게 되면서, 주인공인 특공대의 존재감과 활약상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되고, 작전에 대한 흥미마저 떨어뜨린다. 군인 정신을 이유로 인천상륙작전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맥아더의 호소는 지나치게 평면적이며, 긴장감과 정서가 전혀 살아있지 않다.  

두 번째 실수는 기,승,전,결의 진행 방식을 무시한 막무가내식 전개. 시작부터 특공대의 활약상을 보여주며 빠른 전개를 이어나가려 한 것은 나쁘지 않지만, 첩보물 특유의 긴장감이 담겨야 할 이후의 치밀한 전개는 무시되고 만다. 작전은 계획없이 무작정 진행되고, 인물간의 갈등과 대립은 '단계' 없이 발생하고 마무리된다. 조용하게 일을 처리해야 할 특공대가 '람보'식 '일당백' 총싸움으로 북한군과 맞서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은 어설픈 전개의 남발 속에 탄생한 설정이란 점에서 실소를 불러온다. 애초에 이런 액션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방식이었으면, '첩보'라는 과정이 필요했는지가 의문이다. 

세 번째 실수는 캐릭터의 성립을 제대로 해놓지 못한 채 감정이입을 강요하는 대목이다. [인천상륙작전]은 관객에게 캐릭터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와 개성을 전달해 주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관계, 성격, 인간적인 모습과 같은 기본적인 요소들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대사를 통해 과거 주인집 아들, 노비의 관계에 있었던 병사, 인천에 가족을 둔 특공 대원, 막내 대원 등의 정보를 암시하고 있지만, 이들의 이러한 캐릭터의 면모를 형상화하려 하지 않는다. 특히 특공대와 같은 집단이 주인공인 영화라면 관객들이 정을 느끼고 이들에게 매력을 느낄수 있는 이러한 기본 과정이 필요하지만 이 부분은 생략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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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캐릭터에 대한 형상화에 실패한 영화가 인물 관계를 다루는 방식은 뻔하다. 한채선(진세연)과 장학수(이정재)의 러브 라인을 연상케 하는 감정은 느닷없이 등장하고, 장학수와 림계진(이범수)의 대립은 치밀한 설정과 거리가 먼 연속되는 우연으로 진행되고, 이 둘 사이에 맥아더를 등장시키는 대목은 생뚱맞게 느껴진다.   

이야기와 드라마의 어설픔을 뒤로하고 하이라이트인 액션신과 상륙작전은 지금의 액션 영화의 추세와 비교해 볼 때 지나치게 평범한 수준이다. 아무리 강력한 폭파씬과 수많은 총기 액션을 등장시킨다 한들 어느 정도 내에서의 현실감이 동반되어야 하지만 요동 없는 카메라 워킹과 설정이 강한 액션 장면(람보식 액션)으로 마무리하려 한다. 상륙전은 스펙터클과 거리가 먼 조잡한 CG와 세트장 분위기가 물씬 난 소박한 규모(?)로 진행돼 영화의 제목을 무색하게 만든다. 

기대를 모은 리암 니슨의 맥아더는 영화 속 인물들과 아무런 관계도 지니지 않은(장학수와는 면담에 그쳤다.) 불필요한 '상징' 적인 존재로 그치고 만다. 중대한 작전을 결정하는 지휘관의 내면을 군인 정신이라는 평면적인 관점에서 정의하려는 방식은 '왜곡'과 '미화'에 가까울 정도여서, 역사적 인물에 대한 인간적인 관점을 기대했다면 실망이 클 것이다. '5,000:1'이라는 실패한 작전을 고집한 이유를 광기와 내면같은 다양한 관점에서 그려내기보다는 영웅적인 미담으로 사용하는 데 그치고 만다. 

그 외에도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는 '구시대'적인 대사와 '반공'적인 시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전쟁에 대한 시각과 주제관은 전쟁을 다루는 현대 영화의 트렌드와는 다소 거리가 먼 부분이다. 출연진 모두 전작에서 보여준 전형적인 연기와 개성을 보여준 무난함에만 그쳐 아무도 깊은 인상을 남겨주지 못했다.

역사적인 의미를 지닌 소재를 첩보물과 전쟁 영화 사이를 방황한 이도 저도 아닌 영화라는 점에서 세삼 기획의 중요성을 느끼게 하는 실패작이 되었다. 과거 '반공 영화'가 유행한 시절에 나올 법한 시대착오적 기획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세상이 다시 과거로 회귀하려 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일까? 

[인천상륙작전]은 7월 27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주)태원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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