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파운드 푸티지 형식의 페이크 다큐 공포물 [블레어 윗치]의 등장은 영화 속 주인공의 시점에서 심리적 공포를 생생하게 전달해 주는 효과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객석의 관객을 게임 속 유저처럼 '체험자'로 참여시킨 영화의 미래를 제시해준 대표작 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본격적인 관객 참여형 영화의 시대는 지금 소개할 이 영화가 개봉하는 2016년이 되지 않을까?
얼마 전 토론토 국제 영화제를 통해 첫선을 보인 1인칭 SF 액션 영화 [하드코어 헨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하드코어 헨리]는 2014년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인디 고고'(indie gogo)를 통해 제작비를 조달해 완성된 작품으로 [원티드]의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감독이 제작을, 러시아 출신의 신인 감독 일리야 나이슐러가 연출을 맡은 SF 액션이다. 헤일리 베넷, 샬토 코플리, 팀 로스등의 헐리웃 스타들도 출연했지만, 이들은 영화의 조연에 불과하며 진짜 주인공은 바로 '당신' 관객이다.
'헨리'라 불리는 첨단 인조 신체를 얻게된 남자의 1인칭 시점으로 시작된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헨리의 시점을 유지한다. 막강한 파워와 놀라운 신체적 능력을 지닌 '헨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을 활용해 자신의 애인을 납치하고 세계를 지배하려는 악당의 야욕에 맞서 홀로 고군분투한다.
PC, 콘솔 게임 [둠][헤일로][바이오 쇼크]의 영향을 받은 영화는 관객이 게이머가 된 듯한 느낌을 가져다주며, 관객을 영화에 직접 참여시키려 한다. 영화속 등장인물들이 스크린을 보며 헨리라고 말하는 것은 이 영화의 주인공이 바로 관객 자신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머리에 특수 촬영장비를 지닌 스턴트맨
촬영방식도 독특했다. 헨리의 1인칭 시점은 액션 연기를 펼치는 스턴트맨들의 머리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그려지는 방식을 취했으며, 여러 첨단 촬영장비들이 동원되었다. 이를 통해 생생한 액션 비주얼 효과를 완성하려 했다.
여러 특수 장비를 신체에 부착하며 거친 연기 방식을 취한탓에 헨리를 연기한 스턴트맨들의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1인칭 영화인 점탓에 생생한 액션을 선보이려다 큰 부상을 당한 조연들도 상당수였다고 한다. FPS 액션 게임의 영향을 받은 탓에 다양한 군용 무기를 비롯해 역동적인 무술과 [미션 임파서블]에서 볼법한 위험천만한 장면들이 재현되었다.
화려한 볼거리와 함께 현기증을 일으키는 1인칭 역동적인 화면은 새로운 액션 영화의 탄생을 고대했던 관객들을 충분히 만족시킬만 했다. 거칠고 잔인한 액션이 눈앞에서 생생하게 진행돼 기존의 2차원적인 화면을 즐겼던 관객들에게는 자연히 호불호를 불러올 것으로 보이지만 3D, 4D, VR(가상현실)과 같은 새로운 관람형태에 익숙한 최신유행에 민감한 관객들에게는 한층 배가된 쾌감과 체험을 선사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90분간의 시간 동안 화려하면서도 거친 액션의 향연을 선보인 [하드코어 헨리]는 토론토 국제 영화제의 큰 화제를 불러왔으며 관객, 평단으로 부터 극찬으로 받으며 액션의 신기원을 이뤄냈다는 평을 얻어냈다.
물론 [하드코어 헨리]는 실험적인 부분이 강하다는 점에서 기대보다 큰 흥행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 누구도 감히 시도하지 못한 미래지향적인 신개념 액션 영화의 밑거름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향후 1인칭 영화 시대의 막을 올릴 중요한 기반이 될 역사적인 작품으로 기록될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