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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리뷰:신화를 벗긴 'Think different' 전기 영화★★★★

16.01.1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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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2015]
감독:대니 보일
출연:마이클 패스벤더, 케이트 윈슬렛, 세스 로겐, 제프 다니엘스 

줄거리
3번의 혁신을 선사한 프레젠테이션 무대 40분 전, 누구와도 같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았던 ‘스티브 잡스’는 타협 없는 완벽주의로 인해 그의 주변 인물들과 심각한 갈등을 겪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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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이자 음유 시인이었던 밥 딜런의 내면을 여러 명의 가상 인물로 분해한 토드 헤인즈 감독의 [아임 낫 데어], 로버트 F. 케네디 상원의원의 지나온 이상과 철학을 암살 사건 당시 주변인들의 인생사를 통해 다룬 [바비]. 어느 특별한 인물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는 그가 지니고 있는 개성과 철학을 특별히 강조하기 위해 조금 다른 관점에서 이를 바라보고 정의하려는 독특한 시도를 한다. 아마 그것은 여러 개의 전자 제품으로 세상을 바꾸려 한 스티브 잡스라는 한 개인을 다루는 데 있어서도 유효한 방식일 것이다. 

[뉴스룸]을 통해 미디어의 명암을,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페이스북의 성공신화의 어두운 뒷면을 이야기한 아론 소킨의 각본은 이번 영화에서 더욱더 냉철한 시각과 문장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영상과 편집에 있어 감각적인 재능을 발휘하던 대니 보일의 연출력이 더해지면서 '인간 스티브 잡스'의 모습을 남다른 관점에서 재조명하려 한다. 

영화의 초반부, 흑백 영상을 배경으로 SF 작가 아서 C. 클라크가 초기 컴퓨터의 연구소를 둘러보며, 앞으로의 미래는 이러한 컴퓨터의 주도화로 변화될 것이라 애견하는 영상이 등장한다. 이어서 1984년으로 시점을 옮긴 영화는 청년 사업가 스티브 잡스(마이클 패스벤더)가 매킨토시 발표를 준비하는 모습을 비추게 된다. 결국, 이 작품 또한 스티브 잡스의 혁신가적 모습을 찬양하는데 그치는 작품이 될 것이라 예상할 찰나, 감히 생각지도 못했던 특별한 전개 방식을 이어나가게 되면서 우리가 알 던 '애플 신화'의 개념을 완벽하게 해체한다.

[스티브 잡스]는 앞서 소개한 두 개의 전기 영화들이 추구하던 방식에서 연극의 3막을 연상시키는 전개와 구성을 더 해, 여러 개의 전기 도서와 매체를 통해 알려진 스티브 잡스의 일생과 인간성을 모두 담아내는 대담한 시도를 진행해 평범하지 않은 전기 영화를 추구하려 한다. 

그의 전기를 다룬 TV 영화 [실리콘 밸리의 해적들], 애쉬튼 커처가 주연을 맡은 2013년 작품 [잡스]가 시간순의 평범한 전개 방식을 통해 그의 인생사 전체를 다루려다 애매모호한 급마무리를 보여준 아쉬운 결과를 생각한다면 [스티브 잡스]는 이러한 절차를 따르지 않도록 신중해야 했다. 때문에 이러한 압축적인 전개 방식과 시도는 그의 모든 것을 다루는 데 있어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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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잡스를 유명하게 만든 세 개의 런칭 프레젠테이션에 초점을 맞춘다. 

첫째는 1984년 애플 창업자의 자격으로 자신이 주도해서 내놓은 역사적인 제품 '매킨토시' 런칭, 두 번째는 애플에서 추출된 뒤 넥스트를 창업해 완성한 '넥스트 큐브' 런칭, 셋째는 애플로 복귀한 뒤 그의 성공적인 귀환을 알린 '아이맥' 런칭이다. 각 행사가 스티브 잡스의 전성기, 고난기, 재기를 상징한 만큼 영화는 이러한 그의 인생사를 이야기의 기승전결과 같은 전개 방식으로 바꿔 한 편의 흥미로운 전기 영화의 구도를 구축한다. 

만약 이 영화가 스티브 잡스 개인의 위인적 일대기를 다루려 한 영화였다면, 그 유명한 프레젠테이션 장면이 다뤄졌을 테지만, 애초부터 보통의 평범성을 거부한 영화였던 만큼 하이라이트가 될 수 있는 프레젠테이션을 과감히 생략한다.

각본가 아론 소킨의 전작 [소셜 네트워크]가 소통을 모토로 둔 회사 '페이스북'이 진실되지 못한 '관계'를 유지한 아니러니 함에 주목했던 것처럼 [스티브 잡스]는 그와 비슷한 그의 불완전했던 '인간 관계','소통','관계'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 영화였던 셈이다. 

이를통해 전개되는 이야기는 [소셜 네트워크]만큼 방대한 인물들과 그에 비례하는 대사가 함께하는 드라마 구조를 취하고 있다. 말 그대로 대화로 시작해 대화로 끝나는 독특한 전기물인 셈이다. 그만큼 영화에서 가장 유심히 봐야 할 부분은 마이클 패스벤더가 연기하는 스티브 잡스와 그의 주변 인물들이다. 

스티브 잡스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애플의 마케팅 책임자이자 '오피스 와이프'와 같은 존재인 조안나 호프만(케이트 윈슬렛), 애플의 공동창업자 이자 잡스의 둘도 없는 친구였다 소원해지는 '우정의 대상' 스티브 워즈니악(세스 로겐), 잡스에 의해 애플 CEO가 되지만 후에 그를 축출한 '갈등의 씨앗' 존 스컬리(제프 다니엘스),애플 관련 개발을 놓고 사사건건 부딪친 앤디 허츠펠드(마이클 스털바그), 그의 前 여자친구이자 어두운 흑역사를 상징하는 크리산 브래넌(캐서린 워터슨), 그리고 그의 인간적인 정서와 유일한 선함을 상징하는 친딸 리사가 이 전기 영화의 주요 인물이다. 

이들은 세 개의 프리젠테이션 런칭 발표 순간에 잡스와 만나 그와 소통하고, 싸우고, 우정 그리고 부정(父精)을 나누며 그의 자아에 수많은 변화를 주는 매개체가 된다. 특히 시대적 배경과 그에 따른 사람과의 관계에 따라 잡스의 다양한 심리변화를 반영한 드라마는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가장 흥미로운 부분인 동시에 이를 대표하는 의미심장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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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장면이 그와 대칭점을 이룬 존 스컬리와의 관계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둘은 조언자이자 동료애가 가득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서로를 적대시하는 관계로 등장해 이야기의 긴장감과 갈등을 고조시킨다. [스티브 잡스]가 다루는 인간관계의 주제는 각 집단의 이해관계에 대한 갈등인 동시에 이를 통해 그려지는 각 개체의 심리를 반영하는 데 있다. 

이를 구성하는 다소 직설적인 촌철살인적 대사와 각 개인의 입장에 완벽하게 감정 이입된 배우들의 내면 연기가 122분이 넘는 3막 극을 광기와 긴장감이 베어있는 흥미로운 드라마로 반영된다. [스티브 잡스]는 [소셜 네트워크]와 달리 '갈등'과 '관계'에 있어서 한층 유연한 시선으로 이를 정의하려 한다. 비록 여러 주변인과 이해 관계속에 갈등과 분쟁을 일으켰던 그였지만 그러한 과정을 통해 성숙한 카리스마를 지닌 CEO 이자 자상한 아버지 였던 지금의 그의 모습을 완성할 수 있었음을 이야기한다. 신화의 민낯을 폭로할거라 생각한 영화였지만, 결국은 지금의 우리가 아는 스티브 잡스의 신화를 보다 인간적으로 다루려 한 영화였다.

특히 오랫동안 사생아 논란을 나았던 리사와 잡스가 부녀 처럼 대화하고 갈등하고 화해하는 과정은 그 어떤 전기 영화에서 보기힘든 따뜻한 순간이자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흐뭇하게 만드는 정서적인 대목이다.   

한편의 다큐를 보는듯한 전개 방식과 한 남자의 드라마틱한 성공을 의미있게 재조명한 실화 드라마라는 점에서 [스티브 잡스]는 그 어떤 전기 영화보다 가장 특별한 느낌을 가져다 준다. 아마 스티브 잡스에 대한 '팬심'을 지닌 사람이라면 충분히 감명깊고 유익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으로 여겨질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1월 21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U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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