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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트풀8]리뷰:[저수지의 개들]과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만남★★★☆

16.01.0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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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트풀8,2015]
감독:쿠엔틴 타란티노
출연:사무엘 L. 잭슨,커트 러셀,제니퍼 제이슨 리,월튼 고긴스

줄거리
레드 락 타운으로 ‘죄수’를 이송해가던 ‘교수형 집행인’은 설원 속에서 우연히 ‘현상금 사냥꾼’, ‘보안관’과 합류하게 된다. 그리고 거센 눈보라를 피해 산장으로 들어선 4명은 그곳에 먼저 와있던 또 다른 4명, ‘연합군 장교’, ‘이방인’, ‘리틀맨’, ‘카우보이’를 만나게 된다. 큰 현상금이 걸린 ‘죄수’를 호시탐탐 노리는 이들에게 ‘교수형 집행인’은 경고를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참혹한 독살 사건이 일어난다. 각자 숨겨둔 비밀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서로를 향한 불신이 커져만 가고 팽팽한 긴장감 속에 증오의 밤은 점점 깊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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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 유출 사건으로 곤욕을 치렀던 쿠엔틴 타란티노의 [헤이트풀8]이 드디어 공개되었다. 힘들게 작업한 각본이 불법 유출된 것이기에 분개하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헤이트풀8]을 보게 된다면 타란티노가 이 사건에 크게 화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된다. 그것은 이 작품이 쿠엔틴 타란티노가 데뷔부터 지금까지 추구했던 영화 세계의 집대성인 동시에 그만이 완성한 독특한 미스터리물 이라는 특별 성을 띠고 있었기 때문이다. 

배경으로만 놓고 보자면 [헤이트풀8]은 타란티노의 전작인 [장고:분노의 추적자]의 색채에 더 가깝다는 인상을 풍기게 된다. 70mm 카메라로 촬영된 전통적인 웨스턴 영화적 화면 속에 인종 문제,이념 논란과 같은 시대적 상황을 이야기의 중요 소재이자 풍자로 활용하는 방식은 [장고:분노의 추적자]를 통해 발휘되었던, 그만의 재간 넘치던 각본 진행과 연출능력을 자연히 연상시킨다.   

하지만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를 오랫동안 봐온 그의 팬이라면 이번 작품은 서부 영화라는 고전적 배경에 자신만의 악동적 기질을 교묘하게 숨긴 타란티노의 또 다른 [저수지의 개들]이라는 것을 눈치채게 된다.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의 가장 특이한 요소는 서로가 서로를 속이는 데 있어 영화 같은 '연기' 즉 거짓 행위를 한다는 점에 있다. 자신의 편인줄 알았던 동료가 알고 보니 오랫동안 자신들을 속이기 위해 정체성을 숨긴 '첩자'임을 들어내며 이러한 그의 노력이 그려지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를 통해 영화의 주인공인 악당들의 특징을 담은 범죄 물의 분위기를 극대화하면서 예상치 못한 반전과 같은 흥미 요소를 수시로 노출해 시종일관 긴장감의 끈을 놓치않는 전개를 이어나가게 된다. 그리고 이 '거짓'이 만들어진 과정을 부각하면서 악당들로 대변되는 각 캐릭터의 프로정신을 비롯해 영화를 완성하는 예술인들의 완벽주의에 대한 찬사적 메시지를 담아낸다.

[헤이트풀8]은 영화의 '허구적 요소'를 절묘하게 사용하며 서부판 [저수지의 개들]의 분위기를 유지하며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식의 밀폐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살인 미스터리의 조화를 완성해 나간다.

자신만의 확고한 개성을 지닌 캐릭터들의 독특한 행동과 수다스러운 대사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촌철살인과 같은 유머, 악취미와도 같은 잔혹한 장면의 향연이 타란티노의 영화라는 것을 대번에 이해시켜 준다. 이런 가운데 거친 눈보라가 몰아치는 산장에서 예상치 못한 갈등과 배신이 발생하게 되고,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추리와 싸움이 펼쳐진다. 잔혹함과 미스터리의 조화는 [헤이트풀8]만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주요 요소가 되어 영화의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이같은 시도는 달리보면 부자연스러운 '부조화'를 느끼게 한다. 타란티노만의 '명랑'(?)한 미스터리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전통적인 미스터리적 영화의 분위기에 적응된 관객의 입장에서는 그만의 악취미적 묘사가 이질감을 주는 방해가 될 수 있다. 타란티노의 영화적 색채에 적응되지 못했다면 이같은 잔혹성이 다소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러한 편견을 걷어내고 본다면 [헤이트풀8]은 충분히 재미있고 가치 있는 타란티노만의 웨스턴 미스터리 영화라는 것을 느끼며 재미있게 즐길수 있다.  

[헤이트풀8]은 1월 7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누리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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