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익숙해서 좋은 VS 익숙해서 진부한 '손현주표 스릴러'
[더 폰,2015]
감독:김봉주
출연:손현주,엄지원,배성우
줄거리
2014년 5월 16일 서초동 주택가 살인사건 발생. 아내가 살해당한 지 1년 후, 그녀가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모든 것을 되돌릴 단 한 번의 기회! 동호(손현주)는 과거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통해 1년 전 그날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데…
리뷰
손현주는 한국 영화 시장에서 유일하게 특정 장르에서 자신만의 존재감을 빛내고 있는 배우다. 아마 관객들도 그가 출연하는 작품들의 성향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더 폰]은 손현주가 출연한 스릴러 영화의 전형적인 구조에서 크게 빛나가지 않은 작품이다.
그러한 색채가 그의 영화를 재미있게 본 관객에게 익숙함을 주겠지만, 그 이상의 신선함을 원한 관객에게는 진부하게 느껴질 것이다.
죽은 아내와 소통하게 된다는 설정 탓에 [더 폰]을 현실적인 정통 스릴러로 보기에는 어렵다. 그래서 영화는 그나마 현실에 가까운 '태양광 폭발'이라는 과학적 설정을 빌려와 현실적인 개연성을 맞추려 했다.
하지만 완성된 영화가 추구하는 스릴러의 성향은 비현실적인 판타지와 SF적 성향에 가깝다. 영화는 여기에 한 발 더나 아가 이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현실을 바꾸게 되는 과정을 실시간적으로 보여주며 긴장감 있는 역동적인 전개를 이어나가게 된다.
이로 인해 영화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은 드라마 [24]처럼 단시간 안에 모든 것을 해결하는 긴박한 스릴러를 연상시킨다. 현실의 남편은 통화를 통해 아내를 살린 동시에 문제의 살인 용의자를 잡으려 한다. 과거의 아내는 미래의 남편이 준 단서를 통해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나지만, 문제의 살인범이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고 미래의 남편과 현실의 아내를 모두 곤경에 빠뜨리려 한다.
설정이 너무 빨리 이어진 탓에 범인의 정체와 미스터리를 밝혀내는 유형의 스릴러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큰 아쉬움을 줄 수 있으며, '시간'의 개념이 포함된 영화의 설정 탓에 너무 많은 상황이 발생해 이야기는 산만해 진다.
대신에 빠른 전개와 편집을 통해 액션과 서스펜서적 상황을 적절하게 연결함 으로써 나름의 볼거리와 긴박한 요소를 무난한 수준으로 완성하며 보는 스릴러의 재미를 구축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더 폰]은 10월 22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2.'영화광' 샤말란의 가족용 호러 영화
[더 비지트,2015]
감독:M. 나이트 샤말란
출연:디아나 듀내건, 피터 맥로비, 에드 옥센볼드, 올리비아 드종
줄거리
똑똑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소녀 베카는 남동생 타일러와 함께 한번도 만난 적이 없던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를 만나러 펜실베니아의 시골농장을 찾는다. 소중한 추억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려는 베카는 조부모의 따뜻한 환대에 수년간 느끼지 못했던 사랑을 느끼며 행복감에 젖는다. 즐겁게 놀고,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뭐든지 마음껏 먹을 수 있는 푸근한 할머니 집. 할머니는 두 남매에게 단 한가지 규칙만을 지킬 것을 경고한다. "절대, 밤 9시 30분 이후엔 방에서 나오지 말 것"
리뷰
[더 비지트]는 냉정하게 보자면 [식스센스]를 능가하거나, 역대 작품들중 '베스트' 반열에 오를만한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한동안 침체된 행보를 보였던 샤말란이 오랜만에 자신만의 개성이 강조된 작품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그의 최근 작품 중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할수 있다.
[블레어 윗치][파라노말 액티비티]와 같은 파운드 푸티지 호러 방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려 한다는 점에서, 샤말란 자신이 고수했던 픽션 형식을 버리는가 싶었다. 하지만 결과물은 파운드 푸티지라는 형식이 오히려 샤말란을 위해 존재한 듯한 인상을 주었을 정도로 최상의 결과를 완성했다.
[더 비지트]는 어린 시절 홈 비디오 카메라를 가지고 영화를 찍었던 '영화광' 이었던 샤말란의 어린 시절을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동안 이러한 형식의 주인공들이 청년, 성인이었던 것과 달리 이 영화의 주인공은 바로 아이들 이다.
그 때문에 영화의 정서는 여타의 작품들과 다른 밝은 느낌을 준다. 진지, 순수 그리고 장난기가 넘치는 화면과 유머가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며 작품의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있다.
대사, 캐릭터의 행동, 정서를 통해 자연스러운 유머와 호러를 불러오는 샤말란의 장기는 [더 비지트]의 파운드 푸티지 화면을 통해 잘 표현된다. 한동안 카메라를 갖고 놀며 재미있는 영상을 찍던 아이들에게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이상한 모습들이 느닷없이 카메라를 통해 순간적으로 드러난다.
대개 이러한 장면들은 CCTV와 같은 현실적인 화면 구성을 통해 유지되는 편이지만 [더 비지트]는 캠코더의 제한된 화면 크기와 움직임이 지닌 특징을 통해 구현될 수 있는 연출된 공포를 선보이려 했다.
특히 캠코더 화면의 등장과 함게 이상 행동을 하는 할머니의 행동이 이 영화의 대표적인 공포 포인트. 연출된 공포 장면은 이 장르 내에서 그리 독창적이라 할수 없지만 타이밍, 적절한 기법, 편집 효과를 통해 밀도 높은 긴장감을 완성하며 전개에 따라 공포의 강도를 높여주는 부분은 샤말란 감독 특유의 연출적 재능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현실적인 화면 속에 유머, 호러, 다큐등의 다양한 장르적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이 영화가 지니고 있는 전체적인 분위기와 주제는 가족 드라마에 가깝다.
조부모와 부모 간의 벌어진 갈등에 손주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이야기 설정은 현대 가정의 현실에 대한 풍자이자, 무책임한 부모 세대를 향한 진언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샤말란은 이러한 표현 방식을 통해 가족간의 화해, 사랑, 우애를 이야기하려 한것이다.
[더 비지트]는 '반전의 사나이'로만 인식되었던 샤말란의 진짜 성향을 발견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더 이상 그 에게 '반전' '호러'라는 수식어 대신, '다재다능함'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며 그의 영화를 재미있게 즐기는게 어떨까?
[더 비지트]는 절찬리 상영중이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3.과욕이 넘쳤던 어설픈 아마추어 풍자물
[돌연변이,2015]
감독:권오광
출연:이광수,이천희,박보영,장광
줄거리
약을 먹고 잠만 자면 30만원을 주는 생동성실험의 부작용으로 ‘박구’는 ‘생선인간’이 된다. 구는 일약 청년세대를 대표하는 상징이 되고, ‘생선인간 박구 신드롬’이라는 사회현상으로까지 번진다. 그러나 제약회사의 음모로 구는 스타 생선에서 순식간에 죽일 놈의 생선으로 몰려 세상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처하는데…
리뷰
[돌연변이]는 시작부터 끝까지 노골적인 풍자성을 띠고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 박구의 존재는 취준생과 88만원 청춘 세대의 초상인 동시에 그를 생선으로 만들어 버린 피의자는 국가와 사회인 셈이다.
박구를 생선으로 만들어버리는 실험은 황우석 사태에 대한 풍자이며, 영화 속 화자인 상원(이천희)의 취업 배경에는 MBC 파업 사건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동시에 박구와 관계를 맺는 등장인물들 모두 한국 사회의 세대 그리고 각 이익집단을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이처럼 [돌연변이]는 90년대 후반에서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현대사에 대한 초상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사회적인 메시지와 시원한 풍자 영화의 정서를 추구하려 했다.
영화가 추구하려 한 풍자의 정서가 절묘하게 잘 연결돼 나름의 공감과 쓴 미소를 유발하는 친근한 장면들이 많다. 박보영, 이천희의 개성이 담긴 연기와 이광수 특유의 어눌함도 작품의 성향과 잘 맞아 보는 재미를 더해주려 하고있다.
그러나 문제는 풍자가 아무리 많고 노골적이라 해도 어느 정도 적당 선으로 표현돼야 볼만한 법. [돌연변이]는 너무나 많은 사건을 엮은 나머지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아무리 유머스러운 장면들을 곳곳에 포함시켰다 해도 풍자가 지닌 배경의 힘과 색채가 너무 강한 나머지 즐거운 마음으로 즐기기가 힘들다.
게다가 이 사건들이 지니고 있는 메시지가 너무 다양해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정의 또한 모호하게 느껴진다. 결론은 한국 사회의 문제와 청년들의 현실 고발, 사회적 공감등을 이끌어내려 했지만 황우석 사태, 종북 좌파와 같은 이념 논쟁 등을 단순한 농담 요소로 치부하기에는 아까워 보인다.
이와 같은 무거운 배경을 이야기에 연결시하려다 보니, 작위적이고 매끄럽지 못한 연결 부분들이 종종 눈에 띄게 된다. 무엇보다 박구라는 캐릭터를 지나치게 인간의 모습에서 표현하려 한 나머지, '생선 인간' 이라는 독특한 비주얼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소재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점이 더 아쉽다. 풍자가 아무리 중요하다 한들 이를 더욱 풍부하게 꾸며주는 오락적인 요소 또한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이를 무시한 나머지 관객들이 생선 인간 박구에 대해 느낄 만한 감정도 전무한 상태며, 박구의 존재는 단지 생선 탈을 쓴 인간에 그치고 만다. 톱스타를 캐스팅해 놓고 그의 엔터테인먼트한 성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것은 안타깝지만 재능 낭비와도 같다.
독특한 상상력과 오락적 재미를 불러올 수 있는 다채로운 요소들이 많았지만, [돌연변이]는 진지한 사회적 메시지를 독립영화의 아마추어 방식처럼 그려내는 데 그쳐 버리고 만다. 단지 색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평론하는 딱딱한 신문 사설을 보는 기분이라고 할까?
[돌연변이]는 10월 22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4.'커플 무죄, 솔로 유죄'로 그려낸 어른들을 위한 동화
[더 랍스터,2015]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출연: 콜린 파렐, 레이철 와이즈, 레아 세이두, 벤위쇼
줄거리
가까운 미래, 모든 사람들은 서로에게 완벽한 짝을 찾아야만 한다. 홀로 남겨진 이들은 45일간 커플 메이킹 호텔에 머무르며, 완벽한 커플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짝을 얻지 못한 사람은 동물로 변해 영원히 숲 속에 버려지게 된다. 근시란 이유로 아내에게 버림받고 호텔로 오게 된 데이비드(콜린 파렐)는 새로운 짝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숲으로 도망친다. 숲에는 커플을 거부하고 혼자만의 삶을 선택한 솔로들이 모여 살고 있다. 솔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그들의 절대규칙은 바로 절대 사랑에 빠지지 말 것! 아이러니하게도 데이비드는 사랑이 허락되지 않는 그곳에서 자신과 같이 근시를 가진 완벽한 짝(레이첼 와이즈)을 만나고 마는데…!
리뷰
제목만 듣고 요리 영화를 연상시키겠지만, [더 랍스터]는 사랑, 감정 그리고 인간의 진심을 한편의 우화처럼 그려낸 어른들을 위한 동화였다. 의무적으로 짝이 있어야 하며, 짝이 없는 솔로 인간은 동물이 되어야 하는 가상의 세상은 묘하게도 현실 속의 세상이 지니고 모든 이들의 인식을 표현하고 풍자하고 있다.
'짝'이 왜 의무화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이러한 의무화의 배경에는 결혼, 부부 관계를 먼저 생각하는 지금 현대인들의 인식을 연상시키게 한다. [더 랍스터]의 세계관은 인식이 의무가 되어버린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독특한 방식으로 그려낸다.
사람들 간의 관계 형성과 동물을 만들어 내는 호텔은 커플과 솔로 그리고 짐승이 공존하는 세상이지만, 삶과 죽음이 결정되는 저승과도 같은 곳으로 묘사된다.
진심으로 사랑해서 '짝'이 된 사람들, 짐승이 되기 싫어 일부러 상대방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자학을 하는 인물도 있다. 또 한 그러한 가식적인 관계를 맺기 보다는 고결한 솔로가 되기위해 자신이 원하는 짐승이 되려는 사람들도 있으며, 이러한 커플이 우선시된 사회를 피해 숲속으로 도망다니는 솔로 집단도 있다.
[더 랍스터]의 세계관은 인간 커플과 동물 솔로, 그리고 이에 반하는 솔로 집단이 서로를 사냥하고 추적하는 관계를 도입해 현실속 남녀간의 사랑, 인간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부부, 연인 관계를 맺고 있지만 거짓된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들, 사랑하는 이들을 찾지 못해 혼자 살기로 결심한 독신 주의자 그리고 진심어린 사랑을 발견한 남녀의 모습이 영화속 다양한 묘사를 통해 재치있게 묘사된다.
다양한 짐승을 뒷 배경으로 노출함으로써 인간의 애정 행각을 동물의 구애와 일치시키는 상징적인 장면을 통해 인간 내면에 숨겨진 동물적 본능과 감정에 대해서도 유심 있게 이야기하는 대목도 눈에 띈다. 결국 연인과 독신을 구분하는 인간의 인식을 무의미하게 정의하며 동물과 사람의 경계를 무너뜨리게 된다.
웨스 앤더슨의 방식과는 너무나 다른 천지 차이의 묘사지만 [더 랍스터]가 지니고 있는 비현실적인 상황은 한편의 그가 추구했던 판타지와 아기자기한 정서가 있는 동화적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독특함과 암울해 보이는 이러한 분위기를 진중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이상하리만큼 흥미롭게 그려져 소소한 웃음을 완성하며 흥미를 이끌어낸다.
시종일관 유지되는 느린 전개와 묘사는 지루함을 유발하며, 다소 개연성이 부족한 이야기가 완성도에 문제를 불러오기도 한다. 하지만 연인 관계를 강조하는 사회, 세상의 분위기를 재치있게 묘사한 [더 랍스터]는 사랑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한 모든 이들에게 오랫동안 남을 만한 잔상이자 인상적인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제68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은 작품으로 영화계의 새로운 거장으로 떠오른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독특한 상상력과 연출이 눈에 띈다.
[더 랍스터]는 10월 28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무비라이징 DB)
※ 저작권자 ⓒ 무비라이징.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