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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 리뷰: 슬프지만 컬트(?)한 감성 호러 (★★★☆)

15.06.10 12:05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 2015]
감독:이해영
출연:박보영,엄지원,박소담,공예지

줄거리
외부와 단절된 경성의 한 기숙학교. 어느 날부터, 학생들이 하나 둘 이상 증세를 보이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주란(박보영)은 사라진 소녀들을 목격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고,교장(엄지원)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우수학생 선발에만 힘쓸 뿐이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에 의문을 품은 주란, 하지만 곧 주란에게도 사라진 소녀들과 동일한 이상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이하: [경성학교])은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장화,홍련]같은 한국형 감성 공포 영화의 절차를 밞을 작품이 될 것 같았다. 조용한 배경, 순수한 소녀들. 직접 드러나지 않는 팽팽한 심리묘사, 아름다운 화면은 자극적인 설정에서 벗어난 내면의 섬뜩한 공포를 자극하는 호러물을 지향한듯했다.

전형적이지만 영화의 흐름은 자연스러웠다. 20대 여배우들의 연기를 바탕으로 밝은 화면과 어두운 영상을 절묘하게 오가는 화면 연출 기법과 1930년대의 분위기를 잘 살린 세트장과 소품은 관객들이 느끼게 될 슬픔, 공포와 같은 다양한 정서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여자학교라는 특수한 기관이 가진 정서, 환경, 그리고 인물 관계는 섬세하면서도 분위기 있게 그려졌다. 우수한 두 여학생 사이를 중심으로 가녀린 여주인공이 등장하게 되고, 이들은 주인공과 각각 대립하고 친분을 유지하는 관계를 형성하는 이야기를 이어나가게 된다. 이를 통해 갈등, 우정, 사랑과 같은 다양한 정서 등 보다 풍부한 이야기와 장면들이 등장하고 긴장감은 자연히 높아지게 된다.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인 탓에 영화를 벗어난 다양한 외형적인 묘사도 가능했지만, 이해영 감독은 오로지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사건에만 초점을 맞추는 이야기 전개 방식을 고수하며 틈틈이 강점기 시대의 잔혹함을 정서적으로 그려내려 했다. 사춘기의 조선 소녀들이 일제의 억압적인 교육 방식에 적응하는 장면, 일어와 일본식 이름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학교 일상, 학교를 자연스럽게 오가는 제복 입은 교관 무엇보다 벚꽃으로 수놓은 한반도 지도와 도쿄 유학을 꿈꾸는 여학생들의 모습은 정체성을 상실한 당시 시대의 자화상을 의미 있게 표현한 장면이다.

이 비극의 여운은 이후 진행될 극적인 전개와 갑작스러운 반전을 더 할 정서적인 복선이 된다. 시종일관 조용한 분위기의 섬세한 심리 호러를 지향할 것 같았던 영화는 중간 마다 깜짝 놀라게 하는 설저과 섬뜩한 기운을 불러오는 엽기적 장면을 등장시키는 장면을 반복하다가 이야기 중반에 영화만의 실체를 드러낸다.

영화의 '스포'와 같은 중요 부분이기에 상세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그동안 유지하던 분위기, 이야기 전개 방식과 전혀 다른 의외의 설정이었다. 심리 호러를 지향하던 현실적인 영화가 초현실적인 설정을 받아들이는 장면을 첨가함으로써 순식간에 영화의 장르는 변형되고 만다.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가 갑자기 [캐리]로 변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러한 변화에 따른 관객들의 반응은 성향에 따라 다양한 호불호의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그런데도 이러한 위험천만한 컬트적인 시도(?)가 어색하거나 과하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전자에 설명한 강점기 시대에 대한 배경(일본의 또 다른 악행과 연계), 영화만의 어두운 분위기를 지속해서 유지한 연출력, 여배우들의 섬세하면서도 감성적인 내면 연기의 조화가 잘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완성된 [경성학교]는 흥미로우면서도 슬픈 감성이 합친 작품이 되었다. 소녀들의 슬픔은 잔혹한 시대가 낳은 괴물에 관한 이야기이며, 그 괴물이 바로 지금까지 남겨진 우리 시대가 공유하고 있는 상처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경성학교]는 6월 18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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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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