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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19금' 리뷰:포르노가 되지 않으려 한 성인 로맨스 (★★★)

15.02.23 21:09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2015]
감독:샘 테일러 존슨
출연:제이미 도넌, 다코타 존슨
 
줄거리
순수한 사회 초년생인 여대생 ‘아나스타샤’(다코타 존슨)는 어느 날, 아픈 친구를 대신해 모든 것을 다 가진 매력적인 CEO ‘크리스찬 그레이’(제이미 도넌)의 인터뷰를 맡게 된다. 단숨에 사람을 매료시키는 ‘크리스찬 그레이’의 마력에 ‘아나스타샤’는 순식간에 빠져들고, 그 역시 순수한
아나스타샤를 점점 더 알고 싶어지게 된다. 한편,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줄 만큼 완벽한 ‘그레이’의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된 ‘아나스타샤’는 거부할 수 없는 본능에 눈을 뜨게 되는데…
 
 
 
아마도 이 영화에 대한 대부분의 관객이 가지고 있을 기대심리는 '얼마나 야한가?'가 아닌가 싶다. E.L 제임스가 원작 소설을 통해 묘사한 생생하고 충격적인 '관계'가 영상을 통해 '장면'으로 완성될 때 관객들은 영화 속 주인공들이 느끼고 있는 본능에 동화되려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본능에 대한 동화는 관객의 취향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생각한다. 그것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의외로 정서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정서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포르노' 또는 '로맨스'로 보게 될 것이다.  
 
영화는 여주인공 아나스타샤의 시선에 초점을 맞춘다. 아나스타샤는 순수한 사회 초년생으로 일대일로 만난 그레이의 매력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이후 영화는 두 가지 방식의 전개를 동시에 이어나간다. 하나는 매력적인 그레이의 세계를 체험하는 과정, 또 하나는 서로 다른 특징을 지닌 남녀가 형식을 거부하고 마음의 문을 열게 되는 과정이다. 모두의 관심사인 '베드신'은 이러한 과정에 대한 메시지 이자 '상징'이었던 셈이다. 그만큼 영화는 홍보를 통해 알려진 '자극성' 보다는 '서정적인 요소'를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한마디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여성 특유의 섬세한 시각으로 그려진 강도 높은 로맨스였다.
 
베드신 보다 가장 눈여겨봐야 할 장면은 등장인물들의 대사, 표정, 행동과 같은 '섬세함'이다. 소설을 통해 전파된 '여성들을 위한 포르노' 라는 문구가 의미하는 것은 바로 그러한 세심한 묘사와 서정적 정서를 의미한 것이었다. 포르노에 대해 남성과 여성의 주관적인 부분이 다른 것처럼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남녀 관객 또는 개개인의 정서와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작품이다. 긴장감 넘친 이야기를 위한 복선, 빠른 전개와 같은 이야기적인 부분과 강도 높은 성인물의 요소를 기대하고 이 영화를 감상한다면 지루한 2시간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이 영화의 숨겨진 가치와 장점을 느끼고 싶다면 전자에 이야기한 '정서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감상해야 한다.
 
호불호와 논란을 불러올 핵심적인 부분은 두 인물의 관계에 대한 설정이다. 매력적이고 완벽하며 엄청난 부를 통해 아나스타샤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빼앗는 그레이와 그에게 너무 쉽게 빠져드는 순수한 여주인공. 이를 통한 이야기 전개는 상투적이고 전형화 될 수밖에 없다. 영화는 이 두 인물에만 초점을 맞춘 이야기에 의존하며, 나머지 조연들의 참여를 철저히 배제한다. 뻔한 주인공들이 펼치는 이야기는 진부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러한 설정을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이 캐릭터들은 그녀들의 욕구를 의인화한 판타지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판타지가 스크린을 가득 채우며 흥미를 돋우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 판타지는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매력적인 그레이의 어두운 상처와 내면이 강조되는 중반부는 미지근한 분위기의 긴장감을 높여주는 요소다. 그러한 긴장감은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베드신에 의해 표현된다.
 
 
제이미 도넌과 다코타 존슨은 올 누드 상태서 장시간 다양한 베드신을 선보이지만 이를 자극적으로 그려내려 하지 않는다. 처음 등장한 베드신은 '첫 경험'의 순간처럼 아름답고 순수하게 표현되지만, 문제의 '레드룸'속 행위가 등장하면서부터 강도는 심해진다. 사랑이라 생각한 '관계'는 점차 '쾌락'을 위한 자극으로 연결되고 두 연인은 그러한 순간에 온몸을 맡기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둘은 이러한 행위가 자신들이 원했던 이상과 달랐던 것을 깨닫게 된다. 언젠가 '사랑'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그레이의 이러한 비정상적인 행위에 동참했던 아나스타샤는 좀처럼 마음의 문을 열려 하지 않는 그의 이기심에 지쳐가게 되고, 그레이는 자신의 상처에 다가서려는 아나스타샤를 경계하려 한다. 사랑과 쾌락적 본능 사이의 갈림길에 선 남녀의 내면적 갈등과 그로 인해 발생한 상처에 관한 이야기가 바로 이 영화의 핵심이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섹스'는 보이지 않는 내면을 형상화한 행위예술이었다.
 
사진작가 출신의 샘 테일러 존슨 감독은 이같은 방식을 모호함을 추구하는 연출력과 스타일리쉬한 영상으로 그려내는데 치중하며 자극적일 수도 있었던 '포르노'를 내면까지 형상화한 섬세한 '성인 로맨스'로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다만, 그로 인해 발생한 밋밋한 전개와 시종일관 반복되는 조용한 정서는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무겁게 만드는 아쉬움을 준다. 제이미 도넌과 다코타 존슨은 부담감이 클 수 있었던 소설 속의 두 인물을 무난하게 연기했다. 두 배우가 표현한 캐릭터가 약간 평범해 보이는 인상을 심어주지만, 원작과 비교해 본다면 보다 생동감 있고 로맨스 영화 특유의 밀당을 즐기는 연인 캐릭터의 면모를 보여줘 친숙하게 다가온다.
 
원작의 범위에서 남다른 개성과 특징을 지닌 작품을 지향했던 영화는 극과 극의 반응을 불러올 결과물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개봉과 함께 엄청난 흥행 수익을 거두며 속편 제작을 확정 지었기에 1편인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이후 제작될 시리즈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연 이러한 어두운 분위기의 로맨스를 이후 속편에도 볼 수 있을지 선택은 이제 관객들의 반응에 달렸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2월 26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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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UPI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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