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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테이션 게임] 리뷰: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연기 게임(★★★☆)

15.02.05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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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테이션 게임, 2014]
감독:모튼 틸덤
출연:베네딕트 컴버배치, 키이라 나이틀리, 매튜 구드, 마크 스트롱
 
줄거리
매 순간 3명이 죽는 사상 최악의 위기에 처한 제 2차 세계대전. 절대 해독이 불가능한 암호 ‘에니그마’로 인해 연합군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다. 결국 각 분야의 수재들을 모아 기밀 프로젝트 암호 해독팀을 가동한다.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베네딕트 컴버배치)은 암호 해독을 위한
특별한 기계를 발명하지만 24시간 마다 바뀌는 완벽한 암호 체계 때문에 번번히 좌절하고 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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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테이션 게임]은 컴퓨터의 아버지 '앨런 튜링'의 실화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둔 영화다. 제 2차 세계대전의 승패와 지금 인류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위대한 인물이지만 당시의 시대적 편견과 아집으로 인해 주목받지 못한 채 쓸쓸한 최후를 맞이해야 했던 불운한 천재였다. 그의 명성은 알려졌지만, 그가 가진 슬픔과 내면의 상처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 그가 남긴 유명한 이론 중 하나인 '튜링 테스트'(논문 제목이 '이미테이션 게임' 이였다)라는 것이 있다. 기계가 인간과 얼마나 비슷하게 대화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기계와 인간을 구분해 인공지능의 성능을 판별하는 테스트다. 아마도 영화를 관람하게 될 관객들은 이 이론을 듣고 이런 생각을 떠올리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러면  지금 내가 보는 사람은 튜링인가? 컴버배치 인가?"
 
영화는 앨런 튜링의 전체적인 삶을 조명하기보다는 제2차 세계대전의 승패를 결정지은 '에니그마' 해독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반적인 헐리웃 영화라면 이 과정을 매우 드라마틱하게 그려내는데 몰두했겠지만, 모튼 틸덤 감독은 이 이야기를 한 천재의 삶에 투영시키는 모험을 시도한다. 이로 인해 영화의 전체적인 진행은 베네딕트 컴버배치에게 온전히 맡겨지게 된다.
 
컴버배치는 앨런 튜링을 독특하면서고 슬픈 내면을 가진 괴짜 천재로 묘사했다.
 
오만하고 이기적인 성격에 상식을 뛰어넘는 행동으로 동료들은 물론 조직과의 마찰을 불러일으키는 문제아지만 재능만큼은 뛰어난 남다른 인물이었다. 만약 이 이야기가 [셜록] 이었다면 괴짜 천재가 자신의 고집으로 사건을 헤쳐나가는 흥미로운 과정을 이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테이션 게임]은 실존 인물의 이야기다. 그의 천재성이 발휘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이러한 고집과 행동을 이해하는 사람들의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문제아였던 튜링이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고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혼자 앓고 있었던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전쟁 드라마의 성격과 맞물려 흥미로운 전개를 이어나가게 된다. 유머, 로맨스, 스릴러, 드라마의 장르적 성격이 이어진 셈이다.
 
하지만 가장 중점 있게 다뤄지는 부분은 앨런 튜링의 내면이다. 천재적 능력으로 생긴 비애, 오랫동안 남들에게 숨기고 싶었던 상처, 내적 갈등 같은 비밀들이 영화를 통해 하나둘씩 밝혀지게 된다. 튜링의 내면은 여주인공 조안 클라크(키이라 나이틀리)와 당시의 시대적 환경에 의해 자연스럽게 언급된다.
 
에니그마 암호를 위해 조안이 특별 채용되지만, 여성을 등한시하는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 그녀의 활동에 제약을 준다. 집단에 따돌림당한 튜링은 그녀에게서 동질감을 느끼게 되고 둘은 서로를 위해 협력한다. 튜링은 그녀에게 비밀 암호문을 몰래 해독시키고 그녀는 불운한 천재를 세상 속에 나올 수 있게 하는 인도자가 된다. 이들을 이렇게 뭉치게 한 요인은 바로 시대적 편견이다. 여성에 대한 그릇된 인식, 개인보다 집단을 우선시하는 사회, 성 소수자를 처벌하는 보수적 가치관이 만연한 시대의 분위기는 천재들을 괴짜로 몰아붙이며 억압한다. 사랑 고백, 전쟁, 감정표현 모든 것을 암호로 이야기하며 비밀을 숨겨야 했던 튜링의 행동은 바로 세상과 사회의 편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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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테이션 게임]은 겉으로는 평범했지만, 내면적으로는 비밀을 간직해야 했던 불운했던 인간의 서글픈 드라마다. 세상에 상처를 입은 천재가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려 하지만 또 다른 편견과 사회적 억압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자에 그가 언급했던 '튜링 테스트'는 바로 그의 아픔을 대변한 질문과도 같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슬픔으로 비칠 수 있었던 내용이지만 정서적 공감을 형성하며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었던 것은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깊이 있는 내면 연기에 있었다. 오만하면서도 고집쎈 인간의 외형은 [셜록]을 통해 트레이드 마크 처럼 각인된 그의 연기를 보는 친근한 재미를 주지만, 이후 표현되는 고독한 외로움과 내면의 상처는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 때문인지 영화속 앨런 튜링은 베네딕트 컴버배치 본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는 착각을 불러온다. 튜링의 다양한 내면을 표현한 그의 연기는 이 영화의 전부라 해도 무방하며 그의 감정에 의해 영화의 드라마와 정서가 완성된다.
 
키이라 나이틀리, 매튜 구드, 찰스 댄스, 마크 스트롱 등 영국 최고의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 또한 매우 돋보여 작은 역할들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겨준다. 너무 많은 이야기와 에피소드를 하고 싶었던 탓인지 드라마, 전쟁 물에 스파이 영화의 특징까지 더해져 산만해지는 인상을 남기는 이야기의 진행이 조금 아쉬운 가운데 이들의 연기는 이러한 눈에 띄는 문제들을 쉽게 극복하게 한다. 특히, 튜링의 오른팔 역할이 되어준 키이라 나이틀리의 연기 또한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잘 맞물리며 환상의 호흡을 선사해 또 다른 대표작으로 남길 수 있게 되었다. 
 
[이미테이션 게임]은 슬픈 영화지만 "때로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을 한다"는 영화 속의 대사처럼 앞으로 우리는 앨런 튜링을 그러한 사람으로 기억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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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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