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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1970] 리뷰: '강남' 개발의 '비열한 잔혹사' (★★★)

15.01.1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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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1970, 2015]
감독:유하
출연:이민호,김래원,정진영,김설현
 
줄거리
호적도 제대로 없는 고아로, 넝마주이 생활을 하며 친형제처럼 살던 종대(이민호)와 용기(김래원). 유일한 안식처였던 무허가촌의 작은 판자집마저 빼앗기게 된 두 사람은 건달들이 개입된 전당대회 훼방 작전에 얽히게 되고 그 곳에서 서로를 잃어버린다. 3년 후, 자신을 가족으로 받아
준 조직 두목 출신 길수(정진영)의 바람과 달리, 잘 살고 싶다는 꿈 하나로 건달 생활을 하게 되는 종대. 정보와 권력의 수뇌부에 닿아있는 복부인 민마담(김지수)과 함께 강남 개발의 이권다툼에 뛰어든 종대는 명동파의 중간보스가 된 용기와 재회하고, 두 사람은 정치권까지 개입된 의리와 음모, 배신의 전쟁터. 그 한 가운데에 놓이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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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1970]은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를 있는 '거리 3부작'의 대단원이란 점에서 깊은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대단원의 마지막답게 이 작품이 뿜어내는 아우라는 강렬했다. 거칠고 잔인한 폭력의 향연, 한번 발을 담그면 빠져 나올 수 없는 암흑세계, 이 모든 것의 중심인 탐욕과 욕망의 대상들 그리고 이 세계에 들어온 청춘들의 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적나라하게 그려졌다. 그러나 이 영화가 지닌 가장 큰 파급은 제목인 [강남 1970]이라는 단어에 있다. 현존하는 장소와 시대가 의미하듯, 영화가 묘사하는 잔인한 세계는 허구가 아닌 참혹한 현실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주인공 종대, 용기는 보육원에서 나고 자란 친형제 같은 사이. 가진 것 없이 넝마주이로 생활하는 이들은 굶지만 않고 따뜻한 온기가 서린 집에서 잠잘 수 있는 소박한 삶을 꿈꾸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에게 운명과도 같은 순간이 찾아온다. 무허가촌 철거와 정치깡패 활동과 같은 '탐욕의 움직임'이 이들의 삶을 바꿔놓은 것이다. 소박한 삶만 꿈꿨던 두 주인공은 주먹의 세계에서 야망이 가져다주는 욕망의 맛을 맛보게 된다. 이들이 있는 뒷골목은 정치권과 더러운 거래를 하고 있었다. 정치권에 의해 움직이는 조폭들, 그리고 조폭들의 힘으로 제물을 얻게 되는 정치인들. 이들의 유기적 관계는 돈과 땅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서로를 배신하고 공격한다.
 
[강남 1970]은 끝을 알 수 없이 자라나는 탐욕의 증식이 폭력과 연결되는 과정을 갱스터 무비로 통해 표현한 점이 눈길을 끈다.
 
조직의 생존을 위해 저질러진 암투는 시간이 흐르며 서로의 것을 빼앗기 위해 암투를 벌이게 된다. 이같은 폭력을 통해 자신들의 욕망을 이뤄가는 두 주인공의 모습은 많은 면에서 흥미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 소규모의 조직을 이끌던 종대가 땅과 돈의 힘을 알게 되면서 조직의 규모를 키우게 되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그려낸다. 그 과정에서 폭력의 수위는 자연스럽게 높아지게 된다. '사시미'와 같은 날카로운 칼과 총과 같은 일격 필살의 무기가 등장하는 '피의 향연'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대부]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제거' 장면들까지 지속적으로 등장하며 살인과 폭력의 악순환을 그린다.
 
강남 개발과 관련된 실제적 기록을 바탕으로 한 작품인 만큼 모든 부분에 있어 생생한 묘사에 공을 들인다. 범죄의 준비과정, 인물간의 갈등이 치밀하게 전개된다. 여기에 등장인물들의 내면 심리가 이야기 전개 과정에 자연스럽게 녹아내려 지며 이야기가 급진전 될수록 인물들의 심리도 크게 부각되며 자연스럽게 드라마를 형성한다. 이야기가 전개되고 자신들이 목표한 욕망을 위해 잔인한 살인과 폭력에 무덤덤해지는 두 주인공의 모습은 이 영화가 전 하려 한 궁극적 메시지 중 하나다.
 
유하 감독은 상영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강남 개발 과정에 있었던 철거와 폭력 그리고 탐욕에 대한 반성의 의미" 를 강조하려 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폭력 수위가 강한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강남의 욕망에 의해 상처를 입은 소년들이 그 욕망의 맛을 느낀 '성인'들로 자라나는 과정은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속 등장인물들의 모습과 부합한다. 욕망에 의해 가려진 이들의 내면은 진흙탕 속 조폭들만큼 추했으며, 그 자리에 오늘날의 강남이 세워지게 된다. 영화가 그려낸 강남은 한 마디로 우리의 추악했던 과거가 만들어낸 '소돔과 고모라'이자 천민자본주의의 원천이다.
 
강렬한 드라마만큼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인 배우들의 연기도 돋보인다. 이민호, 김래원은 브라운관의 익숙한 모습을 떠나 거친 남성성의 연기를 마음껏 발휘했으며, 정진영, 정호빈, 엄효섭, 유승목을 비롯한 배우들의 카리스마 있는 연기도 묵직한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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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야기의 빠른 전개를 의식한 나머지 후반부부터 급전개 되는 이야기가 아쉬움을 더한다. 또한, 그동안의 유하 감독의 영화 속 이야기가 인물들을 중심으로 사건, 배경의 전개를 이어갔던 것과 달리 [강남 1970]은 인물과 이야기적 배경이 따로 노는 듯한 인상을 줘 이야기가 산만해지는 느낌을 준다. 두 인물의 초점에 이야기를 전개했다면 영화가 말하려 한 메시지가 더 강렬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 점에서 볼 때 [강남 1970]은 [말죽거리 잔혹사]와 [비열거리] 만큼 파급력이 조금 부족하다는 인상을 남긴다. 필요 이상으로 잔인한 폭력과 수위 높은 베드신도 조금 과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거리 3부작'의 대단원 격인 작품이란 점에서 [강남 1970]은 의미 있는 마무리란 점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는 작품인 것은 틀림없다. 잔인한 폭력이 반복되는 어두운 분위기가 영화를 지배하지만 출연 배우들의 선 굵은 연기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 모든 것을 수긍하며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강남 1970]은 1월 21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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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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