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Rising

[네버엔딩 씬] [마지막 황제]의 먹물을 마시는 장면

14.09.29 11:57



 
6.jpg
 
[마지막 황제,1987]
감독: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출연: 존 론, 조안 첸,피터 오툴
 
1908년 3살의 나이로 황제에 등극한 뒤 시대의 격류에 휩쓸려 영국인 가정교사에게 세계의 흐름을 배우고, 결혼하고, 첩을 둔다. 군사 쿠데타로 자금성으로 추방되자, 일본군과 접촉하여 만주국을 세워 다시 황제가 되나 그것은 이름뿐인 상징에 불과했다. 아내의 배신, 일본의 간섭, 그제야 비로소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자각하지만 이미 정세는 푸이가 손쓸 수 없는 정도로 진행되어 있다. 중일 전쟁과 태평양 전쟁을 겪고, 소련의 포로가 되어 중국인 전범수용소에 갇힌 푸이는 형기를 마치고 나와 평범한 노인이 되어 쓸쓸한 여생을 보낸다.
 
이처럼 이름뿐인 '황제'라는 삶을 살아갔던 푸이의 인생을 그린 [마지막 황제]는 화려하고 이국적인 스케일을 선보이며 여러 강렬한 명장면을 이끌어내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으면서 충격적인 인상을 주었던 장면은 따로 있었다.
 
어린 푸이는 스스로를 황제라 생각하지만, 현실은 중화민국의 대통령 원세개(袁世凱,위안스카이)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었다. 이러한 상세 상황을 모른 채 황실에서 지내고 있는 푸이는 어린동생과 글씨를 쓰다 이 문제를 놓고 말싸움을 하게 된다. 이때 신하들이 나타나 형제의 싸움을 말리고 푸이는 자신을 보좌하는 환관에게 먹물을 건네며 명령한다.
 
7.jpg
 
8.jpg
 
"이 먹물을 마셔라!"
 
환관은 거리낌 없이 이 먹물을 들이키고 주변에 있던 신하들과 동생은 놀라운 표정을 짓는다.
 
치기 어린 황제의 철없는 행동 같았던 이 장면은 더는 황제라 볼 수 없는 푸이가 황제로서의 존엄과 위치를 확인하고 싶었던 유일한 행동이었다. 평범했던 어린시절을 벗어나 자신에게 주어진 절대권력을 준비하며 살아가던 푸이는 곧 다가올 비극적 운명을 예상하지 못했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동생과 함께 자신이 '말뿐인 황제'라는 사실을 확인한 푸이는 실망과 더불어 절규하게 된다. 그것이 앞으로 평생을 살아가야 할 '푸이'의 운명이었이다.
 
자신의 위치를 지키고 싶었던 어린 황제의 몸부림과 같은 이 장면은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미지막 황제]의 수많은 명장면중 하나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마지막 황제] 일부분 캡처)
movie.hrising.com
※ 저작권자 ⓒ 무비라이징.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