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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엑스맨] & 미리보는 [엑스맨]

14.07.01 15:07


[엑스맨:최후의 전쟁]의 원작. [엑스맨:다크 피닉스 사가]
 
엑스맨다크피닉스사가표지.jpg
 
글:크리스 클레어몬트
그림:존 번
옮긴이:이규원
 
[엑스맨:최후의 전쟁]은 영화팬은 물론이고 원작 팬들에게 있어 많은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시리즈 내내 숨겨진 힘을 예고한 진 그레이의 폭주와 뮤턴트의 세계 정복을 꿈꿔온 매그니토의 대반격이 한꺼번에 이루어진 만큼 이름에 걸맞은 대미를 장식해야 했다. 물론, 그동안 시리즈를 지켰던 브라이언 싱어가 하차하고 얼떨결에 감독직을 수행한 브랫 레트너의 기준에서 어느 정도 선방한 수준이었지만, 시리즈 하나하나를 의미 있게 생각하는 원작팬들에게 있어 불만이 많은 작품임은 틀림없다. 원작 [엑스맨;다크 피닉스 사가]의 스케일과 상징적인 의미를 대비해서 생각해 본다면 영화의 결말은 아쉬웠기 때문이다.
 
[엑스맨:다크 피닉스 사가]는 진 그레이의 내면에 숨겨진 우주의 파괴자 '다크 피닉스'가 폭주하게 되는 과정과 이를 막아 진 그레이를 지키려는 엑스맨들의 처절함을 담은 이야기다.
 
[엑스맨:퍼스트 클래스]의 케빈 베이컨이 연기한 세반스찬 쇼가 이끄는 헬파이어 클럽의 엑스맨 공격이 사건의 발단이 된다. 헬파이어 클럽의 일원인 윈가드는 진 그레이의 힘을 역으로 사용하기 위해 그녀에게 현실왜곡 초능력을 사용하게 되고, 그로 인해 자아를 잃어버린 진은 헬파이어 클럽과 손을 잡아 엑스맨들을 제압하게 된다. 스콧, 스톰, 콜로서스, 나이트 크롤러가 포로로 잡혀 수모를 당하는 사이 엑스맨의 히어로 울버린이 유일하게 살아남아 이들을 구하게 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진 그레이의 내면에 잠재된 피닉스가 깨어나 헬파이어 클럽을 비롯한 엑스맨 모두를 제압한다.
 
다크 피닉스의 진면모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엄청난 파워에 마블 세계에 등장하는 모든 히어로와 전 우주는 순간적인 위험을 감지하게 되고 자신의 힘을 보충하기 위해 다크 피닉스는 한 행성의 중심부로 들어가 별을 파괴 시키기에 이른다. 그 파장은 엄청난 열폭풍을 만들어 수십억이 넘는 우주인들의 목숨을  빼앗게 되고, 외계의 함대가 이에 대응하다 처참하게 파괴된다. 이러한 다크 피닉스의 폭주에 전 우주의 히어로들은 피닉스의 숙주 진 그레이를 처단하려 한다. 하지만 엑스맨은 동료인 진을 지키기 위해 이같은 대응에 반기를 든다.
 
[다크 피닉스 사가]는 총 4개의 대립 구도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엠마 프로스트, 헬파이어, 다크 피닉스 그리고 진 그레이를 처단하기 위해 모여든 우주의 전사들과 대결하며 쉴 틈없는 긴박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렇기에 [다크 피닉스 사가]의 스케일은 거대하다. 지구에서 우주로 확장되는 배경인 만큼 비주얼은 파괴적이고 무수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특히 마블 캐릭터들의 파워등급을 상징하는 '티어'에서 상위권에 속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남다르다. 티어 5등급 이자 우주에서 가장 강한 종족 '워쳐'(책에서는 '주시자'로 표현)가 등장하며, 평소 3등급 티어였던 피닉스 포스는 진 그레이와 결합해 티어 2등급인 피닉스 포스의 파워를 발휘해 행성을 파괴시킨다.
 
이처럼 마블 코믹스를 비롯한 엑스맨 시리즈 최강의 스케일과 파괴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도서가 가지고 있는 가치는 남다르다. 우주 최강 파괴자의 숙주로 살아야만 했던 진 그레이와 그 사실을 알고서도 그녀를 지키려 하는 뮤턴트 동료들의 심리와 갈등을 세밀하게 그려낸 부분도 눈여겨 볼만한 장면이다. 이같은 예고된 결말을 향한 비극적 이야기라는 점에서 [다크 피닉스 사가]는 히어로 캐릭터의 죽음을 다루는 이후의 작품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전에 소개한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전의 이야기를 다루었기에 [엑스맨:다크 피닉스 사가]를 먼저 읽기를 권한다.


매그니토의 처절한 성전(聖戰) [엑스맨: 뮤턴트 제네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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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크리스 클레어몬트
그림:짐 리
옮긴이:이규원
 
[엑스맨:최후의 전쟁]의 인간과 전쟁을 선포하는 매그니토는 [엑스맨:뮤턴트 제네시스](뮤턴트 제네시스)속 매그니토의 모습과 흡사했다. '호모 사피엔스' 인간을 향한 증오와 함께 뮤턴트에 대한 우월성을 강조하는 장면은 영화속 매그니토의 본보기가 되었다.
 
일련의 사건으로 지구를 떠나 근처 소행성 M에 은거하게 된 매그니토는 자신의 이상을 따라 우주까지 찾아온 코르테즈 일행을 만나게 된다. 그들과의 만남으로 다시 한번 뮤턴트의 위대함을 인간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자신감을 얻게된 매그니토는 지구로 내려와 인류를 위협한다. 그러던중 대서양에서 오래전 자신이 침몰시킨 소련 잠수함의 핵 미사일을 분리하다가 엑스맨의 공격을 받게 되고, 자신의 힘에 의해 희생된 소련 장병들의 시체를 마주하게 된다. 인간을 증오하며 언제나 당당했던 매그니토는 자신이 한짓에 대한 실체를 마주하며 공포와 자괴감을 느끼게 된다.
 
오래전 자신의 동족과 부모를 죽였던 나치의 만행을 따라 한 셈이었다.
 
이처럼 [뮤턴트 제네시스]는 매그니토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로 그의 내면적 심리와 함께 아무도 몰랐던 과거의 사건 등을 재조명해 영화가 담지 못한 그의 인간적인 시선을 조금이나마 읽을수 있다. 죄책감과 분노 앞에서 갈등하는 그의 모습은 우아하면서도 냉혈적 이었던 영화속 그의 모습과는 정반대의 이미지다. 때문에 그의 최후와 연계되는 코믹스속 전투는 처절하면서도 장엄한 성전(聖戰)처럼 그려진다. 여기에 그와 대비되는 길을 걷고 있는 찰스 자비에르를 부각시켜 신념과 이상에 따라 서로 다른 길을 걸을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운명에 관해 이야기한다. 같은 목적을 지녔지만 '분노'를 마음에 품은 매그니토와 '희망'을 간직한 찰스 자비에르의 이상. 결국,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는 '희망'이라는 주제를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을 전달하고 있다.
 
매그니토의 이야기가 끝나면 곧이어 울버린의 과거 사건으로 엑스맨들이 위기에 처하는 이야기로 연결된다. 울버린의 동료였지만 숙적이 되어버린 최강의적 '오메가 레드'가 그를 상대하고, 일본 자객집단 '핸드'가 다시 등장한다. 작년에 개봉한 [더 울버린]에 핸드가 등장했던 것을 생각해 본다면 아마도 다음 울버린 후속 시리즈의 소재로 참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도서들이 80년대 풍의 전형적인 미국식 그림체라면, [뮤턴트 제네시스]의 그림체는 인물들의 액션과 역동적인 움직임을 강조한 일본, 한국 만화의 형태를 연상시킨다. 이 코믹스의 그림을 맡은 이는 다름아닌 미국 코믹스의 거장이라 불리는 한국계 작가 짐 리(Jim Lee, 한국이름: 이용철) 다. 현재 DC 코믹스로 이적해 [올스타 슈퍼맨] [배트맨 허쉬] [저스티스 리그] 등을 연재하며 명성을 드높이고 있지만, 지금의 그를 오게까지 한 작품은 마블 코믹스와 [엑스맨] 시리즈였으며 그 대표작이 바로 [뮤턴트 제네시스] 였다. 짐 리의 그림체와 그를 좋아하는 애독자들 이라면 당연히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는 도서이며, 일반 만화책식 전개를 선호하는 이들 이라면 재미있게 볼수있다.
 
 
최재필 기자 movierising@hrising.com
 
(사진=MAR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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