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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친구들] 리뷰: '의리'가 만들어낸 비극

14.06.2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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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친구들,2014]
감독:이도윤
출연:지성,주지훈,이광수
 
줄거리
세상에 둘도 없는 우정을 나눈 세 남자 현태, 인철, 민수. 거액의 현금이 사라진 강도화재사건으로 현태의 가족이 죽고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수사 과정도 경찰도 의심스러운 현태는 사건을 집요하게 파헤치기 시작하고 인철과 민수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러나, 사건을 파헤칠수록 믿었
던 친구들 마저 의심스러워 지는데…
 
 
브라운관과 예능에서 빛을 발휘하고 있는 세 배우의 주연이란 점에서 [좋은 친구들]은 관람 전 가벼운 선입관에 사로잡히기 쉬웠다. 블루톤의 포스터 처럼 "차갑고 냉정한 영화가 될 수 있을까?" 라는 의심은 영화가 시작되면서 차츰 사라지게 되었다. 사적인 의견일 수도 있지만, 이도윤 감독의 [좋은 친구들]은 올해 개봉한 상업영화 가운데 하나의 '발견'이었다.
 
영화는 남자들의 각별하고 진한 우정을 담는데 몰두한다. 부모님의 제사와 안위를 함께 챙기고, 가족의 생일에도 참석하며 '의리'를 지키는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 그 흔한 로맨스와 여배우의 비중을 높이려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좋은 친구들]은 여성보다 남성 관객들을 위한 영화에 가깝다.
 
남자들 사이에서 흔하게 나오는 욕설과 농담 그리고 어두운 영상미는 발랄하거나 따뜻한 감성을 자극하는 여성미가 담긴 영화와는 거리가 멀다. 이러한 요소들을 과장되게 표현하며 한국형 느와르를 표방했던 최근 영화들의 경향과 달리 [좋은 친구들]은 한치의 과장도 없이 이를 현실적인 드라마로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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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반까지 남자들의 진한 우정이 담긴 정겨운 드라마를 유지하던 영화가 문제의 사건으로 연결되면서 긴장감이 가미된 스릴러로 이어간다.
 
세 주인공중 어느 하나 악인이거나 의도적인 행위를 기획한 사람은 없었다. 모든 것은 우발적으로 발생했으며, 이에 따른 오해가 사건을 더 키워버린 것이다. 이후 영화는 진실을 밝히려는 행위와 은폐하려는 인물들 간의 공방이 담긴 범죄 드라마의 성격을 띠게 된다. 스릴러 영화의 정석인 반전과 누가 범인인지를 밝혀내는 이야기는 부재하지만, 각본, 연출력 그리고 세 배우의 훌륭한 연기는 이 과정을 매우 긴박하게 그려냈다.
 
다른 부가적인 이야기와 인물을 추가하지 않은 탓에 다소 심심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지만, 세 인물의 심리적 상황에 집중한 단순한 이야기 구조는 응집력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에 충분했다.
 
주지훈의 선과 악을 가진 이중적인 인간의 연기 또한 강렬했다. [끝까지 간다]의 이선균의 캐릭터처럼 의도치 않게 발생한 사고를 수습하고 우정과 죄책감에 사로잡힌 인물을 연기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이다. 그동안 예능을 통해 코믹적인 부분이 강했던 이광수의 연기 변신도 어색하지 않은 신선함을 주었다.
 
이러한 인물들이 만들어낸 드라마는 비극과 슬픔을 향해 나아간다. 
 
그 점에서 이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맥락은 동명의 영화인 마틴 스콜세지의 [좋은 친구들] 보다는 클린튼 이스트우드의 [미스틱 리버]에 가깝다. 우정과 의리를 생각하며 좋은 결말을 맞이하기 위한 행동이 비극을 향해 치닫게 되지만, 봉준호의 [마더]가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애착을 달리 표현한 것처럼 [좋은 친구들]의 우정 방식도 이와 같은 상황으로 자신들의 우정을 표현한다.
 
밝은 분위기의 영화를 기대하는 영화팬 에게는 다소 어둡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블록버스터와 코미디 영화의 여파가 강한 올 여름 극장가에 보기 드문 뚝심으로 완성한 어두운 범죄 드라마라는 점에서 [좋은 친구들]은 강렬한 인상을 남겨줄 올해의 작품중 하나라고 정의하고 싶다. 이번 작품을 통해 장편 데뷔를 한 이도윤 감독의 앞날이 기대된다.
 
작품성:★★★☆
오락성:★★★☆
연기:★★★☆
연출력:★★★★
 
총점:★★★★

 
 
최재필 기자 movierising@hrising.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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