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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한 수] 리뷰: 바둑 잘두는 '아저씨'의 '액션 미생'

14.06.25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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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한 수,2014]
감독:조범구
출연:정우성,이범수,안성기,김인권,이시영
 
줄거리
프로 바둑기사 태석(정우성)은 내기바둑판에서 살수(이범수)팀의 음모에 의해 형을 잃는다. 심지어살인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서 복역하기에 이르고, 몇 년 후 살수와의 대결을 위해 전국의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모은다. 각자의 복수와 마지막 한판 승부를 위해 모인 태석(정우성), 주님(
안성기), 꽁수(김인권), 허목수(안길강)는 승부수를 띄울 판을 짠다. 단 한번이라도 지면 절대 살려두지 않는 악명 높은 살수(이범수)팀을 향한 계획된 승부가 차례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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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한 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있으면, 마치 스포츠 신문의 연재만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느껴진다. 거침없는 피 튀기는 폭력과 내기 바둑판의 세계를 과장되게 연출한 장면은 너무나 비현실적이며, 이 영화가 만화를 원작으로 한 것인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신의 한 수]는 원작이 없는 순수 창작물이다. 과장되고 강약조절이 안 되는 과잉 설정이 만화 같지만, 이 영화가 완성한 독특한 세계는 독특한 매력을 풍기는 새로운 범죄 액션물의 탄생을 예고한다.
 
영화는 무협 장르의 전개 과정을 이어간다. 시작부터 태석은 자신이 보는 앞에서 형의 죽음을 보게 되고 복수를 위한 준비 과정을 단계적으로 이어간다. 자신의 재능을 발휘해 지지기반을 만들고 그들로부터 강해지는 방법을 배우고 다시 돌아온 세상에서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낸다. 이 부분이 다소 길어 약간은 지루할 수 있지만, 그럴 때마다 화끈한 액션과 폭력 장면을 통해 긴박감을 살려준다.
 
이후 영화는 [범죄의 재구성] [타짜] [도둑들] [인사동 스캔들] 같은 그동안의 한국 범죄 영화에서 진행된 정석을 이어간다. 유머, 액션이 자주 등장하고 관능적인 여인이 등장하는 과정도 그대로다. 중심적인 이야기의 진행도 마찬가지다. 엄청난 판돈이 걸린 계획을 세우고, 이 판에 서게 될 전문가들을 구성해 거대 조직에 도전하는 과정이 그것이다. 너무나도 상투적인 과정이라 흥미를 잃을 수도 있지만 정우성, 김인권, 안성기, 안길강과 같은 전문 배우들로 구성된 팀원들의 조화는 의외의 볼거리를 만들어낸다. 김인권이 특유의 유머스러움을 자아낼 때, 안성기와 안길강은 자신들의 전문성을 발휘하고 정우성이 두뇌 역할과 액션을 담당하는 식이다. 이처럼 인물과 캐릭터에 초점을 맞춰 감상해도 [신의 한 수]만의 재미를 찾을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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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내기 바둑을 그럴듯한 암흑가의 세상으로 그려낸 과정도 흥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조직적으로 연결된 내기 바둑판의 모습과 무협 세계관에 존재 할 것 같은 고수와 은둔 고수의 이야기, 손으로만 바둑판의 진행상황을 파악하는 맹인 바둑꾼, 칼을 앞에 두고 '사활'을 거는 바둑을 두는 장면은 영화 [타짜]의 화투판속 또 다른 세상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온다. 이 때문에 많은 부분에서 [신의 한 수]는 [타짜]와 비교되고는 한다.
 
심지어 고수들 간의 바둑을 두는 장면에서도 [타짜]속 화투패를 던지는 두뇌 싸움과 계산하는 장면이 연상된다. 그러나 [타짜]가 이를 1:1 적 시각에서 다루는 것과 달리 [신의 한 수]의 바둑 대결은 개인 대 개인의 대결에 초소형 카메라와 무전기를 통해서 제 3의 인물들 까지 끌어들이는 대규모 두뇌 싸움 방식을 활용한다. 마치 군사 작전과 첩보물에 등장하는 지략 싸움을 보는듯한 재미는 E-스포츠에 적응된 젊은 관객들의 흥미를 끌어들이기에 충분한 설정이었다. 하지만 범죄의 세계에서는 깨끗한 승복이란 없다. 오로지 더러운 배신과 폭력이 이를 결정 하기에 영화속 내기 바둑의 끝은 무자비한 폭력으로 마무리된다.
 
정우성의 태식이 나약하고 소심한 바둑 기사에서 내기 바둑꾼으로 변신해 [아저씨]식 액션을 발휘하는 과정이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풍부한 지략이 담긴 영화를 원한 관객이라면 이러한 설정에 실망할수도 있다.
최근 바둑을 소재로 만들어진 웹툰 [미생]과 영화 [스톤]이 바둑을 인생의 축소판처럼 이야기 한 것처럼 [신의 한 수] 또한 안성기가 맡은 '주님'의 대사를 통해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
 
하지만 이같은 감상적인 메시지는 영화가 배경인 어두운 세계관에 의해 조용히 묻힌다. 영화속 바둑이 보여주는 상징은 한정된 공간에 갇혀 생존을 위해 '사활'을 거는 인간 군상이다. 패자의 혀를 잘라 피를 담는 '원조 바둑판'의 뒷모습처럼 기품 있지만, 본래는 잔인하고 살벌한 면이 담겨 있는 것이 바둑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정체성이었다.
 
전자에 언급한 한국 범죄 영화의 특징들이 적나라하게 섞여 있어 상투적인 영화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상투적 요소들을 맛깔나게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었다면 충분히 매력 있다고 생각한다. 그점에서 [신의 한 수]는 바둑 범죄물을 매력 있게 잘 살린 작품인 동시에 다음 후속을 기대해도 괜찮을 범죄물이라 생각한다. 영화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만화적 색채가 지속되었으면 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기:★★★
연출력:★★★☆
 
총점:★★★
 

 
최재필 기자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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