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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 형제 감독의 의외의 전작 [웰컴 투 콜린우드]

14.04.10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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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스케일과 의미심장한 주제를 담아내며 역대 마블 작품 중 최고라는 찬사를 얻어낸 [캡틴 아메리카:윈터솔져](캡틴 아메리카2). 감상 후 이 영화의 감독인 안소니 루소, 조 루소 형제의 프로필을 확인하다가 흥미로운 작품을 발견하게 되었다. 2003년 국내에서도 개봉한 적이 있었던 [웰컴 투 콜린우드]가 그 작품인데, 이 영화는 지금의 [캡틴 아메리카2]와 차원 자체가 너무 다른 영화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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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콜린우드,2002]
감독:안소니루소, 조 루소
출연:윌리암 H. 머시, 아이제이아 워싱턴, 샘 락웰, 조지 클루니
 
영화가 촬영된 시기는 2000년 초반.
 
저예산이지만 그 당시 슈퍼스타들의 총동원으로 화제가 된 [오션스 일레븐]의 연출과 주연으로 참여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과 조지 클루니가 제작을 지원해 '독립영화 버전의 오션스 일레븐' 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제작 전 부터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었다. 무명의 배우들이 출연했지만, '가난'을 소재로 재치있는 유머와 이야기를 구성하는 '패기'가 이 영화의 장점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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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한 좀도둑의 어설픈 범행으로 시작된다. 자동차를 훔치려다 경보장치에 걸려 감옥에 갇힌 코지모는 감방 동료로부터 동네 한 갑부의 금고에 엄청난 액수의 금액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코지모는 하루빨리 감방을 나와 문제의 갑부집을 털기 위해 면회를 온 애인 로잘린에게 만 5천 달러에 자기 죄를 덮어쓸 사람을 구해오라고 지시한다.
 
로잘린은 코지모 대신 덮어쓸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주변인들을 수소문하게 된다. 함께 자동차를 절도한 공범이었던 토토 영감에게 먼저 제의하지만 한평생을 불쌍하게 살아온 인간이라 감옥까지 보내기에는 너무 가혹할 정도였다. 토토의 추천으로 베이즐, 레온, 라일리등 여러 사람이 상대방을 추천하다가 최종 당첨자로 가난한 복서인 페로가 뽑히게 된다. 명색이 복서일 뿐 링에 오르자마자 주먹 한 에 쓰러지는 불쌍한 루저에 불과하다. 페로는 지모 대신 감방 생활 대타를 하기 위해 법정에서 어설픈 변명을 하다 결국, 코지모의 형을 더 늘려 버리고 만다. 페로는 코지모로 부터 감방에 나오기 전 금고에 관한 정보를 얻게 되고, 로잘린과 그의 친구들과 함께 금고털이 범행을 계획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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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후된 도시처럼, 등장인물들 모두 가난한 데다가 억세게 운도 없으며, 모든 행동이 어설프다.
 
한탕을 위해 찾아간 금고털이 전문가(조지 클루니)에게 돈을 주고 배운 기술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단순하고, 금고 주인의 가정부에게 집 쇠를 훔치려 접근하다 사랑에 빠져 단념하고, 완전범죄를 위해 자신들을 의심하는 경찰을 제거하기는커녕 뇌물을 주고 눈감아 달라고 애원한다. 도둑질을 계획했지만, 심성이 착하고 순수해 이들이 계획한 범죄는 번번이 실패한다. 그 모습이 너무 웃기면서도 '짠'할 정도로 애처롭게 느껴질 정도다.
   
'가난함'을 과장에 가깝게 희화화한 것 같지만, 이 영화에서의 '가난함'은 이 불쌍한 인생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끈끈한 유대감이다.
 
모두 한탕을 통한 인생역전을 꿈꾸는'속물'적 근성을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여동생을 안정되게 시집보내려는 오빠, 감옥에 들어간 아내의 보석금을 마련하려는 남편, 그리고 이제 사랑에 빠진 여인과의 안락한 삶을 꿈꾸는 주인공, 마지막 여생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보내고 싶은 노인의 소박한 소원 그리고 범행에 가담하다가 사랑을 위해서 포기하는 인물까지… 분명 범죄행위지만 소박한 꿈을 꾸고 순수하게 움직이는 이들은 우리 인생의 축소판과 같았다.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가난하지 않은 이들은 결국 마지막 돈보다 더 소중한 '가치'를 깨닫게 된다. 그것은 지금의 비루한 현실을 바꿔주지 못하지만 내 주변에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중요한지를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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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배경인 '콜린우드'는 실제 미국 클리블랜드 인근의 소도시로 7,80년대 잘나가는 공업도시였지만, 미국 경제의 장기 불황으로 공장들이 폐업하며 상대적으로 낙후된 도시가 되었다. 루소 형제는 바로 이 콜린우드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가난하고 더는 남는 게 없는 도시지만, 적어도 그들에게는 자신들이 뛰고 자라며 친구들을 만났던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었다. 그래서 형제가 그려낸 고향은 암울한 현실이 그려지기보다는 유쾌함과 따뜻한 정서가 살아 숨 쉬는 정겨움이 가득한 동네로 그려진다. 가난하지만 외롭지 않을 것 같은 친근함이 가득한 콜린우드는 영화가 아닌 현실로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다.
 
범죄물의 유형과 같은 긴장감을 기대했거나 현실 풍자적 메시지를 기대했다면 자칫 실망할 수도 있다. 그만큼 [웰컴 투 콜린우드]는 작품성보다는 휴먼 코미디적인 요소에 치중해 인물과 그들의 일상에 중점을 두며 '무언가'를 이야기하려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 때문인지 이 영화가 남긴 사람에 대한 진한 여운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뇌리를 떠나지 않을 정도다. 아마도 너무나도 불쌍하고 애처롭게 연기한 헐리웃 만년 조연 출신의 배우들이 보여주는 명연기가 그러한 여운을 남기는데 큰 몫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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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록웰이 연기한 주인공 페로는 유리할 땐 상대를 배신하다가 막상 마주친 상대에게 한없이 비굴하게 살아가는 밉상이지만,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거짓말 하나 못해 서성거리는 순수함을 지닌 인물로 콜린우드의 정서를 상징하는 캐릭터다. 토토 영감역의 마이클 제터와 홀로 아이를 키우는 라일리역의 윌리암 H.마시의 불쌍한 표정 연기는 "진짜 불쌍해" 라는 생각을 절로 느끼게 할 정도로 와 닿게 해주며 정감미를 더해준다. 특별출연한 조지 클루니는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평소 중후한 이미지와 대비되는 망가지는 코믹 연기를 보여주며 영화의 재미를 높여주었다. 무명과 유명 배우가 한데 어우러지는 '루저' 연기는 영화역사상 보기 힘든 풍경이자 진한 인간미를 느끼게 해 이 영화를 더욱 사랑스럽게 만들어 주었다.
 
영화가 개봉한 2003년 당시, 필자는 친구와 함께 아무 생각 없이 피식거리며 재미있게 감상했던 작품으로 기억했다. 하지만 현재 그 극장은 사라졌으며, 당시 이 영화를 관람했던 인원들도 열 손가락 꼽을 정도로 적었었다. 가난한 배경을 소재로 삼은 독립영화와 문닫은 극장 그리고 소수의 관객들. 어쩌면 그것이 우리 모두를 한데 묶어 '유대감'을 느끼게 해준 운명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 루소 형제는 자신들이 10년 후 1억 달러짜리 슈퍼 히어로 영화를 연출할 거라 상상이라도 했을까? 콜린우드의 가난한 현실을 유쾌한 긍정으로 그려낸 그들이었기에 지금의 대성공은 예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비록 영화지만 [웰컴 투 콜린우드]의 그들도 모두 원하던 꿈을 이루었을 거라 희망한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현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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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필 기자 movierising@hrising.com
 
(사진=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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