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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허슬] 리뷰:사기꾼을 등쳐 먹는 진짜 사기꾼은?

14.02.1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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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허슬,2013]
감독:데이비드 O. 러셀
출연:크리스찬 베일, 에이미 아담스, 브래들리 쿠퍼, 제니퍼 로렌스,제레미 레너
 
줄거리
희대의 범죄소탕 작전을 위해 최고의 사기꾼 커플 어빙(크리스찬 베일)과 시드니(에이미 아담스)를 스카웃한 FBI 요원 리치(브래들리 쿠퍼), 그리고 그들의 수작에 표적이 된 카마인 (제레미 레너). 딱 4명만 잡자던 그들의 계획은 정치인, 마피아까지 연루되고, 설상가상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어빙의 아내 '로잘린'(제니퍼 로렌스)까지 가세하자, 판은 점차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되자 어빙과 시드니는 자신들의 목숨이 위험해 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아메리칸 허슬]은 1970년대 실제 미국에 있었던 FBI 역사상 최고의 함정수사였던 '앱스캠 스캔들'을 배경에 두고있다. 희대의 유명 사기꾼 '멜 와인버그'의 도움을 받게 된 이 함정수사는 6명의 하원의원과 1명의 상원의원, 그리고 뉴저지 시장까지 엮이게 되면서 당시 미국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실화에 초점을 맞춘 영화인 탓에 어느 정도 묵직한 팩트가 깔린 영화로 예상하기 쉽다. 하지만 [아메리칸 허슬]은 보기와 다르게 보는 내내 눈을 즐겁게 하는 요소들이 가득한 '즐거운 영화'였다고 풀이하고 싶다.  
 

*TOP 배우들의 즐거운 '사기'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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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허슬]은 매우 스타일리시 하고 유혹적 이면서 굉장히 우아한 로맨틱 '사기 영화'라고 정의할 수 있다.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두었지만, 사건의 체계적인 흐름보다는 그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에게 초점을 맞추며 이 영화가 배우들의 명연기를 통해 전개될 작품이라는 것을 암시 해준다. 작품마다 주연으로 출연한 배우들 답게 그들은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한다. 몸무게 20kg을 살찌우고 망가진 외모로 변신한 크리스찬 베일,정숙한 모습만 보여주었던 에이미 아담스의 파격적인 변신,제니퍼 로렌스의 요염한 몸짓, 그리고 파마머리로 스타일 변신을 꾀한 브래들리 쿠퍼 등 스스로 망가지고 과감하게 변신하는 것을 선택했다.
 
파격 변신 만큼 이들이 착용하는 의상과 스타일은 캐릭터를 대변하는 '미장센'으로 연결된다. 크리스찬 베일이 연기한 '어빙'은 외모적으로 비만 몸매와 민머리를 고급 셔츠,넥타이,가발로 숨기는 볼품없는 존재지만 그러한 자신의 컴플렉스에 아랑곳하지 않은 당당한 캐릭터다. 자신의 본심과 자아를 철저히 숨길 줄 알고 어느 정도의 적정선을 지키는 유능한 사기꾼으로 그려진다. 그의 동업자이자 연인인 '시드니' 에이미 아담스는 가슴의 절반을 드러내고 몸매에 딱 달라붙는 의상을 선택해 상대를 유혹하는 팜므파탈형 여자 사기꾼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시드니'의 유혹에 매료된 FBI 요원 '디마소'를 연기한 브래들리 쿠퍼는 초반의 촌스러움을 벗어나 시간이 지날수록 세련되게 변신하며 그녀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어빙'의 문제아 아내 '로잘린'을 연기한 제니퍼 로렌스는 다양한 감정변화를 가진 정신병적 여성을 연기하면서 자신의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강조하는 의상을 통해 단점을 장점으로 매꾸는 반적적인 매력을 선보인다.
 
개성적인 매력만큼 이들이 표현하는 내면도 우아하게 그려진다. 자신의 인생사와 타인에 대한 생각과 철학을 각자의 나레이션 대사들을 통해 표현함으로써 본인들만의 확고한 세계관을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이러한 설정이 곁들여 지면서 사기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개개인의 철학과 인간미가 더해진 요소는 한편의 인상적인 드라마가 완성된다. 그래서 영화속 캐릭터들 모두 선과악 구분이 없는 인간미 있는 인물들로 보여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개성과 철학이 확고한 인물들이 한 공간에서 만나게 된다면 무슨일이 벌어질까?
 

*갈등이 만들어낸 한편의 블랙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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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허슬]의 이야기 전개는 이들의 가치관에 의한 충돌에서 시작되어 묘한 긴장감을 만들어 낸다. FBI의 수사망에 걸린 어빙과 시드니는 디마소의 협박에 못 이겨 그들의 함정수사에 참여하지만, 수사에 있어서 자신만의 '사기 철학'과 계획에 따라 움직여 줄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자신의 야망을 영화 내내 강조하던 디마소 이기에 어빙을 그저 자신의 명령만 듣는 부하로 취급할 뿐이다.
 
이러한 가치관의 충돌로 거물급 정치인 4명만 잡자는 계획은 더 많은 인물들이 연류되면서 큰 판을 만들게 되고 급기야는 마피아까지 연루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어빙과 시드니의 목숨마저 위협하게 된다. 여기에 작전과 전혀 관련이 없는 로잘린은 남편의 충고를 무시하고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하며 어빙을 괴롭히더니, 의도치 않게 사건에 개입해 영화속 주인공 모두를 난처하게 만드는 주범이 되는 식이다. 여기에 꼬일대로 꼬일 어빙,시드니,디마소의 삼각관계 까지 이어지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구성원들 끼리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는 상황에 이르게 되고 예상치 못한 반전도 등장한다.
 
꽤 흥미로운 방식이지만 이 부분을 통해 영화가 말하려는 것은 과연 이 시대의 진짜 사기꾼이 누구인가를 물으려 하는 묵직한 질문이다. 비록 사기꾼이지만 정이 많은 탓에 함정수사의 희생양으로 이용당하는 카마인 시장에 미안함을 느끼는 어빙과 그를 최대한 이용하려는 FBI와 디마소의 행동은 대비되는 부분이자 갈등의 한 요소다. 결국 함정수사를 통해 부정부패를 처리했지만 이러한 과정에 희생된 소수의 인물들을 부각함으로써 국가와 정부기관과 같은 권력이 자행하는 '사기'를 이야기 하고있다.
 
[아메리칸 허슬]은 이러한 개인과 권력이 한데 어울려져 속고 속이는 갈등을 의미한다. 그들의 갈등은 영화처럼 추악하거나 우습게 그려지는 거대한 블랙 코미디인 셈이다.
 

*매니아들은 좋아하겠지만, 대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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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메리칸 허슬]은 스토리 적인 전개와 화려하고빠른 편집 대신에 캐릭터의 반응에 흐름을 맡기고 있다. 그래서 영화를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줄 아는 매니아적 성향의 영화팬들은 충분히 즐길수 있지만, 다양한 변화를 원하는 일반 관객들의 성향에는 다소 어렵게 느껴지거나 후반부로 갈수록 밋밋하게 느껴질수도 있다. 게다가 너무나도 지나친 미국적인 색깔과 유머를 얼마나 이해하느냐에 따라 감상에 다른 흥미 여부는 각자 다를것이다. 때문에 영화를 최대한 즐기기 위해서는 캐릭터와 배우에 초점을 맞추며 감상할것을 권하는 바이다.
 
이번 2014년 아카데미 10개 부문에 최다 노미네이트(작품상,감독상,각본상,남우 주연상,여우 주연상,남우 조연상,여우 조연상,의상상,편집상,미술상) 되었고, 골든글로브에서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만큼 이 영화가 추구하는 여러 장점적 성향이 많기에 어렵더라도 최대한 즐기면서 즐겁게 감상할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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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성::★★★★
오락성:★★★
연기:★★★★☆
연출력:★★★☆
 
총점:★★★☆
(작품성과 오락성을 합친 점수)
 
 
P.S: 마피아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마피아 영화의 대명사인 '이 배우'가 깜짝 출연해 의외의 재미와 긴장감을 만들어 주었다.
 

(사진=누리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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